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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닥터 스트레인지, 대중문화는 초능력자 세상 왜..


입력 2016.11.17 14:04 수정 2016.11.17 15:20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현실의 자기 무기력 심화될수록 초능력은 더 매력적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포스터 캡처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포스터 캡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주인공은 초능력자로 거듭난다. 공간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다. 악당들은 공간을 자신의 의지대로 재구성한다. 물론 그 악당들의 초능력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악한 기운을 받아들여 가능한 것이었다. 이런 면에서는 마법인지 주술인지 그 경계를 넘나든다. 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이 300만 관객 동원에 육박하고 있다. 환상적인 동화 코드의 작품을 주로 만들었던 팀 버튼의 영화인데 주인공에게는 남들이 갖지 못하는 힘이 있다. 이런 영화에서 주로 표방하는 것은 현실을 벗어난 마법의 세계에 더 가깝다.

현실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 초능력의 캐릭터는 우리 영화와 드라마에도 있다. 영화 '럭키'는 기억상실에 빠진 주인공이 우월한 칼쓰기와 무공 실력을 갖고 있다. 그 칼쓰기로 멋진 푸드 데코레이션을 선보이고, 무공으로는 영화 스타가 된다.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으로 이름 붙여진 어우야담에 등장하는 인어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아 조선시대의 전생이 현대에 이어지는 스토리 얼개를 통해 환타지 멜로를 선보였다. 그런데 남녀 두 주인공(이민호, 전지현)은 모두 보통 사람은 가질 수 없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민호는 다른 사람을 현혹시켜,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조종을 할 수 있다. 전지현은 자신도 제어가 안될 정도의 힘을 순간적으로 폭발 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아기공룡 둘리 같다. 둘리는 자신이 초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어느 때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순간에만 가끔 쓰기 때문이다. 특히 전지현은 위기 상황에 빠져 있을 때 폭발적인 힘이 나오며, 이민호는 난처한 상황일 때 미혹 시키는 능력을 사용한다. 드라마 '도깨비'에서도 도깨비를 모티브로 하고 있기 때문에 초능력이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노릇이다.

이렇게 우리 드라마에 초능력자 등장하는 이유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드라마에서 도민준은 외계에서 온 초능력을 가진 존재였으며 심지어 영생 불사의 존재였다. 그가 매력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초능력이었다. 여자 주인공 천송이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현장에 즉시 달려가 위험에서 구하는 도민준은 어떤 남자 주인공과도 경쟁을 불허했다. 그 캐릭터의 계보를 이어 이민호는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상대 마음을 조종하는 능력으로 인어(전지현)을 경찰서 유치장에서 구해낸다.

이렇게 초등력자가 등장하는 이유는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가 나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어린이들은 초능력자에 관한 콘텐츠에 열광한다.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를 바랄 수 있다. 아직은 세상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보는 문화콘텐츠만이 아니라 성인들이 보는 이런 드라마 영화에도 초능력이 등장하는 것은 다른 맥락에서 접근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현실적인 무력감을 많이 느낄 여지가 많은 상황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고성장기에는 탄탄대로의 성공 신화들이 현실에서 많기 때문에 그런 인간의 의지와 성취를 강조하는 문화 콘텐츠가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고성장의 성장이 불가능하고 그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될수록, 대중들은 영웅을 원하고 초능력을 가진 이들에 주목할 것이다. 물론 그런 이들이 현실에서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현실의 자기 존재가 처한 무기력의 상황이 심화될수록 일상에서 초능력을 갖게 되는 상황이 더 매력적으로 인식될 것이다. 다만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처럼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질 수 있다는 설정인가, 아니면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처럼 그러한 능력과 관계없이 갖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 다를 뿐이다. 또한 그 차이는 로맨스에 더 초점이 맞춰질 것인지, 아니면 능력으로 뭔가 세상을 바꿔나가는지에 따라서 좌우될 것이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들이 그 초능력자들을 주인공으로 세상을 좀 더 낫게 바꾸는 스토리를 등장 시켜도 되지 않을까. 언제나 로맨스 멜로를 위해서만 초능력자가 등장하는 것이야 말로 말그대로 대중 문화의 현실 도피적 특징을 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이민호의 직업은 사기꾼이다.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는 더욱 더 이런 현실 변화에 대한 열망이 크다. 그러므로 단지 풍자 콘텐츠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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