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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하 세계적 추세...기업환경개선 위한 최선의 선택


입력 2016.11.22 08:26 수정 2016.11.24 22:22        이홍석 기자

<법인세 인상이 답인가②>영국·아일랜드 등 유럽 중심으로 기업 투자 유치 위해 활용

미국도 '인하 정책'으로 기업 붙잡기 적극 추진

저법인세율 국가로의 기업이전 또는 이전 검토사례.ⓒ한국경제연구원 저법인세율 국가로의 기업이전 또는 이전 검토사례.ⓒ한국경제연구원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법인세 감세와 보호무역주의 공약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며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온 국민의 시선이 '최순실 국정농단'에 쏠려있는 사이 최근 또다른 정치권에서 법인세 증세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정부의 든든한 지원날개를 달고 있는 상황인 반면 우리 기업들은 최순실 사건으로 인해 '식물경영'상태에 빠졌다. 이 상황에서 또다시 우리 정치권이 스스로 기업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 경쟁하라며 글로벌 시장으로 내모는 꼴이다. 낙수효과 미미, 유보금 확대, 부자감세 등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는 쪽이 내세운 논리가 과연 합당한 것인지 짚어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트럼프는 법인세 낮춘다는데…우리는 증세 논의?
(2)법인세 인하는 세계적 추세...기업 환경 개선 위한 최선의 선택
(3)대기업 유보금, 쟁여 놓은 현금일까? 투자 자산일까?
(4)법인세 인상, '반기업 포퓰리즘'..해법 될 수 없어


국내에서 법인세 인상 논의가 나오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로 전 세계 각국은 앞 다퉈 법인세를 인하하고 있다. 기업 환경 개선과 해외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이미 그 효과는 사례로 증명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이라는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여 있는 유럽에서도 저 세율국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세율 변화에 따라 기업 유츌 국가에서 기업 유입 국가로 극적인 변화를 겪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은 곳은 영국이다. 영국은 법인세 최고세율이 30%에 달할 정도로 높은 국가였지만 지난 2011년 이후 세율을 점차 인하해 현재는 20% 수준이다. 이로 인해 세율이 높을 당시 기업이 이탈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몰려오고 있는 추세다.

영국이 법인세율 인하방침을 발표하기 전, 기업들의 이탈이 심각했다.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날드는 2009년 유럽 본사를 영국 런던에서 스위스 제네바로 이전했다. 구글·야후·크래프트푸즈·P&G 등 다국적 기업들이 영국에서 스위스로 유럽 본사를 이전하기도 했다. 스위스는 지난해 기준 법인세율이 8.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법인세율을 인하하면서 상황은 극적으로 변했다. 에이온(보험)·CNH글로벌(농업 및 건축장비)·델피오토모티브(자동차부품)·엔스코·노블(이상 석유시추)·리버티글로벌(케이블방송) 등 다양한 업종의 미국 기업들이 영국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도 등기상 본사는 네덜란드지만 세법상 주소는 영국으로 이전했다. 노르웨이 원유 시추업체 씨드릴도 사업본부를 노르웨이에서 영국 런던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6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향후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법인세율 인하로 인한 기업 유치 효과는 분명히 입증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12.5%의 법인세율로 OECD 국가 중 스위스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아일랜드에도 최저수준의 법인세율의 혜택을 받으려는 기업들의 본사 이전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미 지난 2005년 미국계 글로벌 제약기업 화이자(Pfizer)가 아일랜드 제약사 엘러간과 합병을 하고 본사를 아일랜드로 이전했다. 또 미국 제약업체 액티비스와 의료기기업체 메드트로닉도 각각 아일랜드 기업 워너칠콧과 코비디언 인수 후 본사를 아일랜드로 이전했다. 또 다른 제약업체 페리고는 엘란 인수 후 아일랜드로 본사 이전이 예정돼 있다.

스위스와 아일랜드에 이어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법인세율이 낮은 캐나다(15%)도 매력적인 기업이전 대상국이다. 바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주 타깃으로 이를 통해 산업 기반이 취약한 경제적 약점을 메우고 있다.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버거킹이 지난 2014년 8월 캐나다 커피·도넛 체인 팀호턴과 인수합병(M&A)한 후 본사를 캐나다로 옮긴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 각국이 법인세를 인하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인상을, 그것도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최상위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법인세율을 올리면 단기적으로는 세수가 늘어날지 모르지만 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보면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이러한 OECD 국가들의 움직임으로 인해 현재 35%의 높은 세율을 적용하던 미국에서도 자국 기업들의 본사 이전을 방지하기 위해 세율을 인하하려는 실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2월 기업 세금 공제혜택을 줄이는 대신 법인세율을 35%에서 28%로, 7%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내년 1월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는 트럼프 당선자는 이미 법인세율을 15%로 대폭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통해 미국을 떠난 기업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외국 기업들의 공장을 유치해 일자리를 대폭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해외 기업들의 투자유치로 이어지게 하는 등 경제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이다.

이미 국내 기업들도 해외에서 법인세 인하 효과를 누리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 결정시 해당국의 법인세 면제 및 인하 혜택이 다른 투자환경과 함께 주요 고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을 새로운 해외 생산 전진기지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09년 베트남 박닝성 휴대폰 공장 설립 후 4년간 법인세 전액을 면제받았다. 또 삼성전자가 사이공하이테크파크(SHTP)에 설립하는 70㏊ 규모의 가전공장에는 6년간 법인세 면제, 4년간 5% 세율을 적용받는 혜택이 예정돼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베트남에 10억달러 투자를 단행하는데 있어 초기 4년간 법인세 전액 면제와 이후 9년간 50% 감면 등 파격적 세제혜택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베트남 정부가 법인세율을 낮춘 것인 외국기업 투자 유치 효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다른 국가들이 법인세를 인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법인세 인상이 이뤄질 경우, 우리의 조세경쟁력이 하락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미국 조세재단이 발표한 '2016년 조세경쟁력지수(ITCI)'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법인세 분야 경쟁력은 20위(60.2점)로 하위권에 속해 있다.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10년 이후 평균 52%에 달하는 우리 경제의 수출 비중을 고려하면 현행 법인세율(22%)이 낮은 수준이 아니다”며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로 법인세를 과세하는 미국·일본·호주 등은 수출 비중이 낮고 내수 시장이 충분히 커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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