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대기업 유보금' 쟁여놓은 현금일까, 투자자산일까


입력 2016.11.23 08:00 수정 2016.11.23 09:31        이광영 기자

<법인세 인상이 답인가③>대우조선·현대중공업 정상화 과정서 유보금 축적 필요성 입증

"유보금 충분해야 위기에도 기업 생존 가능"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법인세 감세와 보호무역주의 공약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며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온 국민의 시선이 '최순실 국정농단'에 쏠려있는 사이 최근 또다른 정치권에서 법인세 증세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정부의 든든한 지원날개를 달고 있는 상황인 반면 우리 기업들은 최순실 사건으로 인해 '식물경영'상태에 빠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우리 정치권이 스스로 기업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 경쟁하라며 글로벌 시장으로 내모는 꼴이다. 낙수효과 미미, 유보금 확대, 부자감세 등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는 쪽이 내세운 논리가 과연 합당한 것인지 짚어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트럼프는 법인세 낮춘다는데…우리는 증세 논의?
(2)법인세 인하는 세계적 추세...기업 환경 개선을 위한 최선의 선택
(3)대기업 유보금, 쟁여놓은 현금일까? 투자 자산일까?
(4)법인세 인상, '반기업 포퓰리즘'..해법 될 수 없어
대우조선·현대중공업 정상화 과정서 유보금 축적 필요성 입증
"유보금 충분해야 위기에도 기업 생존 가능"


국내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을 둘러싼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는 법인세율 인하 등 감세 정책이 기업의 배만 불리고 가계에 그 과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정치권에서 사내유보금 증가를 법인세율 인상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메뉴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이를 빌미로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의 사내유보금은 832조원(2015년 기준)이다. 지난해 770조원 대비 7.9% 증가했다. 그러나 재계는 법인세가 25%에서 22%로 3%포인트 인하한 이후 사내유보금 증가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는 주장이다.

단순 금액만 따져 봐도 법인세 인하와 유보금 증가는 연관성이 낮다.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의 2010∼2014년 연 3%포인트 법인세 추가 부담을 가정할 시 법인세 증가액 평균은 2조6000억원이다. 2008~2013년 상장기업 1707개사의 연간 유보금 증가분의 평균인 56조3000억원의 4.6%에 불과하다.

특히 2008~2013년 30대 그룹의 연평균 투자액은 68조8000억원으로 사내유보 증가분 보다 많다. 따라서 법인세 인하는 기업들의 실적 개선 및 투자 확대의 동기로 작용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 유보금 80% 이상은 투자된 자산

정부는 대기업의 지나친 현금 보유를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했다. 재계는 이를 사내유보금이 갖는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기업에 세부담을 높이는 명분으로 활용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내유보금은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을 합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은 다른 개념이다. 자본잉여금은 주주와 거래에서 발생한 것이고, 이익잉여금은 영업의 결과로 발생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은 현금이 아니다. 80% 이상은 설비·재고 등의 다양한 형태로 투자된 자산이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유보금 중 현금 또는 단기간에 현금화 가능 자산은 20%미만(155조원, 18.7%)인 것으로 나타났다. 급여 및 원자재·협력사대금 결제 등 일상 경영활동에 사용되는 자산이다.

전경련 자료에 따르면 영업을 잘 해 이익을 내면 이익잉여금이 늘고, 이에 따른 유보금 증가는 당연한 결과다.

특히 유보금이 많은 기업은 흑자기업으로 투자, 고용도 더 많이 한다는 설명이다. 유보금이 많은 상위 10대 기업(2015년 기준)은 번 돈(33조4000억원)보다 1.14배(38조원) 더 투자하고, 2011~2015년 1만2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해 법인세 총 납부액의 16.0%(7조2000억원)를 부담했다.

◆애플 현금성자산, 257조원…'회초리' 맞을 기업?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지난 9월 28일 10대 재벌의 사내 유보금이 550조원 규모라는 점을 지적하며 유보금이 커질수록 각종 투자는 감소하고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의원은 “대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은 그 자체만으로도 저수지의 고인물처럼 한국경제를 썩게 만드는 것”이라며 “대기업들에게도 특혜만 제공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채찍의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미래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현금성 자산 비율을 높이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

실제 애플의 현금성자산은 257조원(2015년)이다. 우리나라 상장기업 1700여개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을 모두 합친 155조원 보다 100조원 이상 많다. 이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 1026억달러, 구글 731억달러, 시스코 604억달러, 오라클의 현금성 자산은 523억달러에 달한다.

이 의원의 기준대로라면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 역시 ‘채찍의 회초리’를 맞아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는 것은 경영환경 변화와 일시적인 실적 악화에 직면했을 때 자본금 잠식을 막고 단기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라면서 “유보금은 기업이 일시적 경영환경, 실적 악화에 직면했을 때 자본금 잠식을 막는 완충재 역할을 하므로 규모가 충분해야 단기위기에도 기업 생존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경영정상화 과정에서도 유보금 축적의 필요성이 입증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사내유보자산이 2013년 3조8000억원으로 많아 보였지만, 3년 연속 적자 이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부채비율도 지난 상반기 기준 7000%대에 달해 경영정상화에 의구심이 큰 상태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꾸준한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2013년 16조원의 사내유보 자산을 축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년간 총 3조3000억원의 적자에도 올 3분기 기준 부채비율 106%로 양호한 모습이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한국은행의 순자산은 유보금과 비슷한 개념”이라며 “가계든 기업이든 유보금이 늘어나는 것은 경제가 성장하는 한 당연한 것으로, 사내유보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사내유보금 환수 등의 논쟁을 자제해야한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광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