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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새' 남의 자식 사생활 같이 엿보는 재미


입력 2016.11.13 07:31 수정 2016.11.13 07:31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뭔가 부족하기 때문에 완전성이 필요하다고 여기게 만든다

'다시 쓰는 육아일기-미운 우리 새끼'의 시청률 독주가 심상치 않다. SBS 미운우리새끼 캡처 '다시 쓰는 육아일기-미운 우리 새끼'의 시청률 독주가 심상치 않다. SBS 미운우리새끼 캡처

서양, 특히 영미 방식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는 각 개인들의 일상 생활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하지만 동양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는 개인보다는 주변 사람들 특히 가족간의 관계들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는 관찰예능이라고 불리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같은 성격을 지닌다. '삼시세끼'의 경우, 혼자 밥을 해먹는 내용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같이 어울려 식재료를 준비하고, 서로 밥을 준비해 가는 과정을 주로 담아낸다.

'아빠 어디가'의 경우에는 아빠와 아이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었고, '슈퍼맨이 돌아왔다'같은 본격적인 육아 예능 프로그램은 좀 더 내밀한 일상 생활을 가족의 관점에서 담아냈다. '살림남'은 결국 가사일을 혼자 하는 모습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시선과 평가에 따르는 것이다. 남성들의 행위 목적이 온전하게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정과 만족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다른 점이 관찰된다. 영국의 '브리튼 갓 탤런트'의 경우에는 스토리텔링 면에서 인간적인 측면을 강조해도 그 개인의 라이프 스토리에 초점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개인들만이 아니라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관계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확장되었다. 방송 오디션의 경우에도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관계들이 부각된다. 여기에 요즘에 부각되는 브로맨스나 듀엣 코드의 유행은 이를 잘 말해준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다른 면이 관찰되는 것일까. 이러한 점은 동 서양의 사고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서양에서는 주로 자기 자신을 중심에 둔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기분이나 느낌보다는 자신의 행복감이 더 중요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과 맺는 관계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관심의 대상이 된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것도 지금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행위하는 것, 그리고 성취물이다. 이는 동양인들이 보기에 자기 중심적이고 과시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동양 사람들은 자기 성취물을 드러내기 보다는 주변 사람들과 무엇을 함께하고 있는 지가 중요할 뿐이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성과를 드러내는 것보다는 함께 다른 이들과 누리고 즐기는 과정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따라서 음식을 먹어도 혼자 먹기 보다는 같이 먹거나 같이 요리해서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캠핑을 가거나 야외 레크레이션을 해도 마찬가지다. 혼자 산악 자전거를 타거나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내용들이 그렇게 각광을 받을 리 없다. 물론 이러한 성향은 평균적인 기준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반려 동물을 담아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서양에서는 개별적인 동물에 초점을 주로 담아내지만, 동양에서는 반려 동물과 주인간의 관계성에 집중한다.

예능 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는 싱글족들의 일상을 그냥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관계성을 부각시킨다. 그것은 싱글족의 일상을 그대로 담아내는 관찰 예능 방식과는 다른 점이다. 싱글 연예인이 혼자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일상 생활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역시 관계성과 그에 따라 맥락이 중요하다. 사실상 혼자 온전히 살아가는 모습도 아닌 셈이다.

여기에 그들의 일상 생활은 어머니가 지켜 본다. 더구나 혼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어머니들과 같이 자식들의 모습을 공유해서 지켜보고 그곳에 대한 상호 평가회를 갖는다. 자식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만이 아니라 그곳을 서로 공유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청자는 자식과 어머니의 가족 관계성을 관찰하는 것만이 아니라 어머니들간의 관계성도 접하게 된다. 또한 스튜디오 방식을 개입시켜 게스트와 진행자의 관점도 같이 매개 시킨다. 이를 통해 각 개인의 일상은 여러 관계들이 교차하여 재구성 평가되고 그것이 예능컨텐츠로 소비되는 것이다.

스타의 일생 생활이 예능으로 소비되는 일은 초기의 비판과는 상관없이 이제 흔하게 되었다. 자식의 일상 내밀한 생활을 지켜보는 부모의 모습도 예능으로 소비되고 있는 점은 대표적인 것이다. 여전히 한국인들은 개인 혼자가 아니라 주변 관계성 특히 가족간의 관계를 중요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식의 사생활을 공유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 한 것인지 여전히 논쟁은 있다.

더구나 그들의 싱글 생활을 온전히 이해하거나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못하고 측은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모성성을 강조하는 관점은 더욱 그러하게 만든다. 뭔가 결핍되고 부족하기 때문에 완전성이 필요하다고 여기게 만든다. '나 혼자 산다'의 경우에는 각 개인에게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닐 지라도 그들의 삶을 좀 더 긍정으로 간주했던 점과 비교된다.

역설적으로 '미운우리새끼'에 나온 연예인들은 결혼을 하지 못할 지라도 '나혼자 산다'의 연예인들은 결혼을 할 수 있을 가능성이 더 많다. 각 개인의 온전한 전체성을 가치부여해줄 때 그에 대한 매력은 증가하여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유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일이다. 거꾸로 혼자 살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모두 완전할 수 없고 결핍이나 문제는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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