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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신중론' 펼치는 박지원, 노림수는?


입력 2016.10.27 18:49 수정 2016.10.27 19:12        전형민 기자

특검, 여당의 정국 모면용으로 '악용' 가능성

정부여당 선심으로 보이면 곤란…정무적 판단도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더민주를 향해  "더불어민주당에서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더민주를 향해 "더불어민주당에서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특검, 여당의 정국 모면용으로 '악용' 가능성
정부여당 선심으로 보이면 곤란…정무적 판단도


'최순실 게이트'로 정치권이 연일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정치9단'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사건진상을 밝힐 특별검사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정부여당인 새누리당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6일 특검 도입에 찬성한 바 있지만, 박 위원장은 특검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더민주를 향해 "더불어민주당에서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특검을 하게 되면 몸통은 수사를 못하고 깃털만 구속된다"면서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국민에게 잊혀져가고 정국은 전환된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어 "특검은 반드시 해야하고 좋은 안이지만 이 사실(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 딱 두 사람 뿐이고 박 대통령은 헌법 84조 등 제반 법에 의해 형사소추를 못받으니 수사도 할 수 없고, 최씨는 독일에서 해외 도피중이라 빨라도 2~3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의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또한 자신의 과거 경험에 빗대 특검이 '정쟁(政爭)'으로 흐르는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더욱이 특검을 하게 되면 청와대와 여당은 상설 특검을 요구하고 야당은 별도 특검을 요구할 것"이라며 "상설·별도 특검과 특수검사 추천권을 수사대상자인 대통령이 가지는 문제를 놓고 싸우다간 정쟁으로 흐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래 특검은 검찰의 수사를 압박하기 위한 용도이고 이미 박 대통령은 식물대통령"이라고 덧붙였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이 27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측근인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3당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김관영, 새누리당 김도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 ⓒ데일리안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이 27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측근인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3당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김관영, 새누리당 김도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 ⓒ데일리안

박 비대위원장의 이같은 '특검 신중론'에 정치권에선 '정치9단'의 복합적인 노림수가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다.

그중 하나는 '대통령 문제'를 '최순실 문제'로 격하시키지 않으려한다는 것이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최순실' 개인 비리 이전에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인데, 특검이 도입된다면 이 문제가 개인 비리로 흐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정치권 보좌진은 "이 문제는 박 대통령이 수습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포커스를 맞춰야하는 문제인데, 특검을 도입하면 최순실씨의 개인비리 수사로 돌아간다"면서 "문제의 본질이 대통령임을 인지하고 대통령이 직접 수습하고 사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내부에 특검에 가까운 특별수사본부가 구성된 만큼 한 번쯤 완급조절을 하려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특검으로 가게 되면 한정된 조직과 기간으로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대선정국으로 빠져들어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우려도 포함됐다. 마침 이날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번 사건 수사를 위해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운영토록 전격 지시했다. 이 본부장은 특검처럼 공정성 논란을 피하고자 사건을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검찰총장에게 최종 수사결과만 보고한다. 인원도 기존에 검사 7명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검사 전원이 합류해 직접적으로 수사에 나서는 검사가 15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요구를 여당이 전격 수용하는 모습으로 특검이 도입되는 것도 정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의 강력한 주장으로 특검 도입 문제가 제기됐지만 들끓는 여론 때문에 '어차피 해야할 특검'인데 정부여당이 큰 선심 쓰듯 '들어주는' 모양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당직자는 이에 대해 "지금 덜컥 특검을 하면 야당 요구를 정부여당이 전격수용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된다"고 말했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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