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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검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나 싶어요"


입력 2016.10.27 09:08 수정 2016.10.30 09:30        부수정 기자

'구르미 그린 달빛'서 왕세자 역 맡아 열연

"선한 영항력 끼치는 배우·사람 되고파"

배우 박보검은 최근 종영한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에 대해 '축복 같은 작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배우 박보검은 최근 종영한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에 대해 '축복 같은 작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구르미 그린 달빛'서 왕세자 역 맡아 열연
"선한 영항력 끼치는 배우·사람 되고파"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

'감사 청년' 박보검(23)의 입에선 '감사하다'는 말이 자주 나왔다. 드라마 인기도 감사하고, 신드롬급 인기도 감사하단다. '박보검 미담'이 왜 나오는가 했더니, 변치 않는 겸손함에 답이 있었다.

최근 종영한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왕세자 이영 역을 맡아 드라마를 이끈 박보검을 26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이날 인터뷰 장소 인근에는 '박보검 떴다'는 소문을 접한 수십 명의 팬이 몰려와 그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방송 전만 해도 우려가 컸던 작품이다. 박보검이 중심에 서서 이끌기엔 무리가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종영 시청률 22.9%(닐슨 코리아·전국 기준)로 월화극 1위를 차지하며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이야기가 흔들릴 때도 시청자층이 굳건했던 건 박보검 덕이다. 시청자들은 "박보검 보느라 월요병을 잊었다", "요즘 낙이 '구르미' 박보검 보는 재미다", "박보검만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며 '박보검 앓이'를 호소했다.

배우 박보검은 "'구르미 그린 달빛'을 촬영할 때 부담감을 느꼈다"며 "선배들 덕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배우 박보검은 "'구르미 그린 달빛'을 촬영할 때 부담감을 느꼈다"며 "선배들 덕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걱정·부담 안고 출발"

드라마 종영 후 세부 포상휴가를 갔다 온 그는 "현지 팬들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감사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걱정하기도 했다. 팬들이 많이 있는 공간에서 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라는 걸 포상 휴가, 그리고 경복궁 팬사인회를 통해서 깨달았다"고 말했다.

"현지 분들이 '밀착취재'하는 것처럼 저에게 관심을 보였어요. 인기가 있는 건 행복한 일이잖아요. 근데 양면성이 있더라고요. 제가 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죠. 말 한마디, 한마디 신중하게 하고, 행동도 조심스럽게 해야겠어요. 저는 모든 팬과 눈 맞춤하면서 인사하고 싶은데 그게 주위 분들에게 피해가 가는 행동일 수도 있더라고요. 그래도 감사했던 건 눈빛으로, 조용히 절 응원해주신 분들이 있었다는 사실이에요. 참 감사했습니다."

바른 생활 청년인 그는 세부에서 첫 일탈을 했다고 털어놨다.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싱거운 답변이 나왔다. "세부까지 갔는데 한국 식당만 가서 조금 아쉬웠어요. 현지 음식이 먹고 싶어서 현지 식당에 갔는데 정말 즐거웠어요(웃음)."

배우 박보검은 "'구르미 그린 달빛'은 내 부족함을 느낀 작품"이라며 "다음 작품에서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배우 박보검은 "'구르미 그린 달빛'은 내 부족함을 느낀 작품"이라며 "다음 작품에서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구르미'는 '명량'(2014) 이후 박보검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사극이었다. 주연으로 극을 이끌어야 했던 그는 "부담감이 컸다"고 토로했다. '박보검의 차기작'이라는 언론의 집중 조명 탓이었다. 능청스럽고, 카리스마 있는 왕세자 역할도 잘해낼 수 있을까 고민했단다.

"자신감이 없었고 중심이 흔들렸어요. 자책도 했고, 제 연기에 만족하지도 않았어요. 그럴 때마다 감독님, 작가님과 끊임없이 얘기하고 연습했어요. 구덩이 신 찍을 때 이영과 가까워졌고 이후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죠."

고민에 빠진 그를 잡아준 사람 중 한 명은 '응답하라 1988'의 신원호 감독이었다. "'응답' 방송 전날 감독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 너네가 다 주인공'이라고. 감독님 말씀이 떠올랐어요. 주인공으로 느꼈던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답니다. 드라마는 저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모든 캐릭터가 다 주인공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대본에 푹 빠지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박보검의 한 팬은 효명세자와 관련된 정보를 요약한 요약 노트를 만들어줬다고. 그는 "대본을 분석하면서 이영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며 "외적인 것들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배우 박보검은 "'구르미 그린 달빛' 속 모든 캐릭터가 주인공"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배우 박보검은 "'구르미 그린 달빛' 속 모든 캐릭터가 주인공"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구르미'는 축복 같은 작품"

갖은 노력 끝에 박보검은 이영이 됐다. 만감이 교차했던 장면은 마지막회 때 왕세자 이영이 주상전하가 돼 걸어가는 장면이란다. 그는 "끝났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다"며 "이영이라는 친구가 많이 성장했다는 걸 느껴서 울컥했다"고 조곤조곤 말했다.

그러면서 "'구르미'는 내 부족함을 많이 느낀 작품"이라며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아프지 않고 촬영한 내게 칭찬해주고 싶다. 긍정적인 생각이 나를 이끄는 듯하다. 다음 작품에서는 지금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다부지게 얘기했다.

어린 나이에 책임질 것도 많고, 포기할 것도 많은 왕세자의 삶을 그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이영은 대단한 사람이에요. 자신을 희생하면서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는, 멋있는 인물입니다. 믿을 만한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감이 안쓰럽게 느껴졌어요. 위로해주고, 쓰다듬어주고 싶었어요. 닮은 점은 리더십과 카리스마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이영이 부러웠답니다."

결말이 아쉽지 않으냐고 묻자 "아쉬운 부분은 없다. 이영은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도 헤아릴 줄 아는 큰 사람이 됐을 것이다. 결말을 두고 고심하신 작가님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작가 걱정을 했다.

박보검은 '구르미'를 '축복 같은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고운 한복을 입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너무 좋았어요. 요즘 한복 입을 기회가 없잖아요.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미를 느껴보고 싶었답니다. 한복뿐만 아니라 영상도 예뻤고...정말 축복이었죠. 조명 감독님, 디자이너분, 메이크업해주신 분들 모두 저를 멋지게 표현해주셨어요.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따뜻한 현장이었어요. 촬영장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고, 모든 상황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면서 즐겁게 촬영했습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을 마친 박보검은 "OST에 참여해 가수의 꿈을 이뤘다"며 웃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구르미 그린 달빛'을 마친 박보검은 "OST에 참여해 가수의 꿈을 이뤘다"며 웃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보검은 '응답의 저주'('응답' 시리즈 배우들이 차기작에서 대중의 응답을 받지 못한다는 뜻)를 깼다. 이를 언급하자 그는 "'저주'라는 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 모두 축복 같은 작품인데..."라고 아쉬워했다.

김유정과의 로맨스 호흡도 화제였다. 시청자들은 두 사람을 두고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며 "잠자고 있던 연애 세포를 깨워준 커플"이라고 했다. 박보검과 김유정은 처음엔 어색한 사이였단다. 김유정은 박보검을 '오빠'라 하지 않고 '보검님'이라고 불렀다고. 대사 맞추면서 편해졌고, 구덩이 신 찍고 가까워졌단다. "유정이가 저보다 사극 선배잖아요. 연기할 때 의지하고 믿었어요. 유정이 덕분에 많은 걸 배웠어요. 서로 잘 챙겨주고 즐겁게 마무리했습니다."

박보검은 선배들 칭찬도 늘어놨다. 그는 "선배님들이 중심을 잘 잡아줘서 이영이라는 인물을 든든하게 지킬 수 있었다"며 "내가 흔들리고, 갈팡질팡할 때 모든 선배가 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셨다"고 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 큰 인기를 얻은 박보검은 인기 비결에 대해 "모든 일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 덕"이라고 전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 큰 인기를 얻은 박보검은 인기 비결에 대해 "모든 일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 덕"이라고 전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힘든 순간, 기도로 극복"

박보검 하면 빠지지 않는 게 '박보검 미담'이다. 특유의 착하고 바른 성품 덕에 연예계에서도 칭찬이 자자하다. 박철민은 박보검을 두고 "너무 착하다"고 했고, 이준혁은 "무결점이다", 정혜성은 "1급 청정수"라고 표현했다.

그는 "미담이 나오는 게 좋다"며 함박웃음을 지은 뒤 아버지가 한 말을 언급했다. "'10 빼기 1은 0'이라고 하셨거든요. 잘하다가 한 번 잘못하면 와르르 무너지게 된다는 뜻이에요. 신중하게 행동하려고 해요. 제 착한 이미지에 대한 부담감은 없답니다."

박보검은 '구르미'를 통해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는 "'구르미'를 찍으면서 팬 연령층이 넓어져서 신기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인기 비결을 묻자 또 '감사'가 나왔다. "글쎄요. '감사'할 줄 알아서 그런 게 아닐까요? 누군가에게 '고마워'라는 말을 하면 더 챙겨주고 싶잖아요. 그런 마음인 듯해요(웃음).

그는 OST '내 사람'을 불러 가수의 꿈을 이루기도 했다. "꿈을 이뤘다"며 미소 지은 그는 "내가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을 보여드리고 싶다. 진영이 형에게 도움받았다. 조금씩, 천천히 하고 있다"고 수줍어했다.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을 성공적으로 마친 박보검은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을 성공적으로 마친 박보검은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보검은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스타다. 행복한 순간순간을 가져다준 '배우'라는 직업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배우를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돼요. 역할에 따라 다른 삶을 살아보잖아요. 축복받은 삶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하면서 즐기다 보니까 감사한 일들이 생겨나네요. 즐기면서 하다 보면 앞으로 더 잘 될 듯해요."

힘든 순간이 오면 홀로 기도하는 게 힘이 된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때마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통해 힐링 받았으면 좋겠다.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을 꿈꾼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도 대답은 같았다. 순도 100%의 말이 이어졌다. "선한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를 통해 위로받고 힘을 얻었으면 합니다. '대접받고 싶으면 먼저 대접하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도 본받고 싶은 사람이 있듯, 저도 다른 사람에게 모범이 되고 싶습니다. 이렇게 되면 선한 영향력이 돌고 돌아서 아름다운 삶이 되지 않을까요?"

박보검은 모르겠지만 박보검의 바람은 이미 이루어진 듯하다. 박보검을 보고 힐링했다는 시청자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박보검의 착한 마음을 이어받은 팬들은 기부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선한 영향력이 발휘된 것 아니냐고 했더니 그는 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렇게 말했다. "정말 뿌듯하고 감사합니다(웃음)"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에 재학 중인 그는 졸업까지 딱 1년 남겨 뒀다. 당분간 학업에 전념할 계획이란다. "작품 촬영을 주로 방학 때 했어요. '응팔'도 그랬고, '구르미'도 그랬고요. 참 감사한 일이죠? "

그는 전공을 살려 뮤지컬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뮤지컬 무대에서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펼치는 배우 박보검의 모습이 벌써 기대된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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