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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합 176년’ 월드시리즈 저주 풀 열쇠는?


입력 2016.10.25 21:11 수정 2016.10.25 21:11        데일리안 스포츠 = 케이비리포트팀

컵스, 무려 108년 만에 WS 우승 사냥

클리블랜드 강력한 불펜 앞세워 대권 도전

컵스의 올드팬인 도로시 패럴(90)의 소원은 이뤄질 수 있을까. ⓒ 게티이미지 컵스의 올드팬인 도로시 패럴(90)의 소원은 이뤄질 수 있을까. ⓒ 게티이미지

미리 짜인 각본이라도 있는 걸까. ‘염소의 저주’에서 벗어나려는 시카고 컵스와 ‘와후추장의 저주’를 깨려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월드시리즈에서 격돌한다. 양 팀의 무관 기간을 합하면 무려 176년(컵스 108년, 클리블랜드 68년)이다.

월드시리즈는 7전 4선승제이며 올해 올스타전에서 아메리칸 리그가 승리했기 때문에 클리블랜드가 홈 어드밴티지를 가져간다. 1~2차전은 클리블랜드의 홈구장 프로그레시브 필드, 3~5차전은 컵스의 리글리 핃드, 6~7차전은 다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다. 월드시리즈 1차전은 26일 오전 9시(한국시각)에 시작된다.

월드시리즈 맞상대인 시카고 컵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주요 팀 기록.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월드시리즈 맞상대인 시카고 컵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주요 팀 기록.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월드시리즈, 시카고 컵스 vs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LA 다저스에 1승 2패로 시리즈 리드를 내줬을 때만 해도 '염소의 저주'가 다시 한 번 발목을 잡는 듯 했다. 하지만 컵스는 이후 3연승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샌프란시스코 에이스 범가너를 꺾었고,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다저스 에이스 커쇼를 꺾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 2명을 모두 쓰러뜨리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기에 컵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포스트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클리블랜드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점치는 의견은 소수에 불과했다. 주축 선발 투수인 카를로스 카라스코와 대니 살라자르가 부상으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리블랜드는 막강 불펜진과 수비를 앞세워 리그 최강 타선 보스턴 레드삭스와 홈런군단 토론토를 연이어 격파했다. 지난 겨울 NBA 클리블랜드 캐벌리언스는 최강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클리블랜드 팬들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최강팀 컵스를 꺾고 '패배자들의 도시'라는 오명을 완전히 씻어주길 바라고 있다.

두 팀은 포스트시즌 맞대결은 물론, 올시즌 맞대결 기록도 없다. 말 그대로 올해 처음 맞붙는다. 물론 서로 약점을 닳고 닳도록 분석하고 숙지하고 있겠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직접 부딪힌 경험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어쩌면 양 팀 모두 지금까지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지도 모른다.

양 팀 선발진 매치업 비교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양 팀 선발진 매치업 비교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선발투수 비교, 컵스 우세

선발진은 정규시즌 성적이나, 이름값 모두 컵스가 단연 우세하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컵스 선발진이 3승 1패 ERA 2.56, 클리블랜드 선발진이 4승 1패 ERA 1.86으로 클리블랜드가 더 좋았다. 하지만 이는 클리블랜드 프랑코나 감독이 선발투수가 많은 실점을 하기 전에 조기 교체하는 투수 운용을 했기 때문이다.

클리블랜드 선발투수가 7이닝을 넘긴 것은 코리 클루버가 디비전 시리즈 2차전에서 7이닝을 던진 것이 유일하다. 6이닝을 넘긴 것도 클루버 뿐이다. 포스트시즌 8경기에서 선발투수가 소화한 이닝은 38.2이닝, 경기당 4.2이닝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컵스 선발진은 10경기에서 56.1이닝을 소화했다. 경기당 5.2이닝으로 클리블랜드 선발진보다 경기당 1이닝 이상을 더 책임졌다.

컵스는 월드시리즈 선발 로테이션을 레스터-아리에타-핸드릭스-레키로 가져갈 예정이다. 클리블랜드는 1차전 선발 클루버만 발표했지만, 클루버-톰린-바우어-클레빈저 or 메릿으로 선발로테이션을 꾸릴 가능성이 높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더 좋은 기록을 남긴 클리블랜드 선발진이지만 역시 전체적인 역량은 컵스가 우세하다.

양 팀 불펜진 기록 비교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양 팀 불펜진 기록 비교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불펜진 비교, 클리블랜드 우세

컵스의 마무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이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그 명성에 걸맞은 성적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 8경기에서 1승 3세이브 2블론 ERA 3.38로 최악은 아니지만 확실한 믿음을 주기엔 부족하다.

컵스에게 있어 그나마 다행인 점은 칼 에드워즈 주니어(5경기 2홀드 ERA 0.00), 트레비스 우드(6경기 1승 2홀드 ERA 1.93), 마이크 몽고메리(6경기 1승 1패 2홀드 ERA 3.72) 등 채프먼에 앞서 등판할 불펜들의 성적은 좋다는 점이다.

포스트시즌에서 컵스 불펜진이 ERA 3.53에 그친 반면 클리블랜드 불펜진은 ERA 1.67로 극강의 모습을 보였다. 특히 앤드류 밀러(6경기 1승 1세이브 4홀드)-코디 앨런(6경기 5세이브 1홀드) 듀오는 도합 19.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가히“통곡의 벽”이라 불릴만한 활약을 보였다.

브라이언 쇼(7경기 2승 3홀드 ERA 4.76)가 다소 주춤하기는 했지만 덴 오테로(3경기 ERA 2.70)까지 좋은 피칭을 하고 있기에 프랑코나 감독은 선발투수가 흔들이면 기다리지 않고 조기에 불펜을 투입하고 있다. 클리블랜드 불펜진은 전체 이닝의 45.5%를 책임지며 다소 피로도가 쌓였지만 그마저도 챔피언십 시리즈를 5차전만에 끝내며 충분한 휴식 시간을 확보했다. 게다가 부상으로 이탈했던 살라자르(11-6 ERA 3.87)가 불펜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양 팀 타격 지표 비교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양 팀 타격 지표 비교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타선 비교, 컵스 우세

컵스 타선은 리그 최강 타선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모습은 메이저리그 득점 3위 팀의 화력이라기에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챔피언십 시리즈 4~6차전에서 다저스 투수들을 상대로 23점을 뽑아내며 완전히 살아났다. 특히 6차전에서 커쇼를 상대로 5점을 뽑아낸 것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컵스의 포스트시즌 팀타율은 0.222에 불과했지만 10경기에서 12홈런을 터뜨리며 만만찮은 장타력을 과시했다. 부진하던 앤서니 리조와 에디슨 러셀이 챔피언십 시리즈 4-6차전에서 각각 2홈런을 터뜨리며 살아난 것이 대단히 긍정적이다.

한편 클리블랜드는 타선 침체에 심각하다. 팀타율이 0.208에 불과하고 OPS는 0.635에 그쳤다. 8경기 27득점으로 경기당 득점은 3.38점이다. 클리블랜드 역시 777득점으로 메이저리그 득점 5위에 오를 만큼 득점력이 좋았던 팀이기에 포스트시즌 부진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침체에 빠진 클리블랜드 타선을 이끄는 것은 메이저리그 2년차 유격수 프란시스코 린도어다. 포스트시즌 8경기에서 .323/.344/.581 2홈런 4타점으로 활발한 타격을 보이고 있다. 감탄을 자아내는 호수비 퍼레이드는 덤.

포스트시즌 OPS .000을 기록하며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라제이 데이비스만 살아난다면 클리블랜드 특유의 발야구와 함께 타선 전체가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부진하다고는 하나 기본적인 득점력은 갖춘 팀이기 때문에 언제든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승부 예상

우승에 대한 절박함은 양 팀 모두 공유하고 있다. 컵스는 마지막 우승이 1908년, 클리블랜드는 1948년이다. 다만 포스트시즌에서 양 팀이 보여준 야구는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컵스는 강력한 선발진을 앞세운 선발야구, 클리블랜드는 밀러-앨런 듀오를 주축으로 한 불펜 야구였다.

이는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격돌한 뉴욕 메츠와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대결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시즌에는 강력한 불펜진을 앞세운 캔자스시티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캔자스시티의 우승은 메이저리그의 선수 영입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쳤고, 불펜의 가치는 폭등했다.

이번 월드시리즈는 다시 한 번 선발야구와 불펜야구의 격돌이다. 물론 컵스라고 불펜진이 약하지는 않고, 클리블랜드 역시 클루버라는 리그 정상급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컵스가 선발진과 타선에서 앞서고, 클리블랜드가 불펜진에서 앞선다고는 하지만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전반적인 전력에서는 컵스가 앞서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컵스는 103승으로 105승을 거둔 2004시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이후로 가장 많은 승을 거둔 팀이다. 염소의 저주, 최강팀의 저주 같은 징크스를 다 떼고 본다면 당연히 우승은 컵스다.

보스턴의 밤비노의 저주를 깬 테오 앱스타인 컵스 단장은 컵스를 최고의 팀으로 만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기다리는 것뿐이다. 만약 컵스가 패한다면 말 그대로 ‘하늘의 뜻’일 수 있다.


글: 길준영/정리: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김정보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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