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북 '송민순 회고록'에 뒤늦은 반응…한국 정치 흔들기


입력 2016.10.25 16:58 수정 2016.10.25 17:03        하윤아 기자

북, 정부여당 겨냥해 비판했지만 오히려 야권이 '당혹'

전문가 "앞으로도 논란 이용해 남남갈등 부추기려 할것"

'빙하는 움직인다' 회고록을 펴낸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학교로 출근하고 있다. 회고록에는 노무현 정부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의 의견을 물은 뒤 기권 입장을 정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처럼 묘사돼 논란을 빚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빙하는 움직인다' 회고록을 펴낸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학교로 출근하고 있다. 회고록에는 노무현 정부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의 의견을 물은 뒤 기권 입장을 정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처럼 묘사돼 논란을 빚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북, 정부여당 겨냥해 비판했지만 오히려 야권이 '당혹'
전문가 "앞으로도 논란 이용해 남남갈등 부추기려 할 것"


북한이 24일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북한에 사전의견을 구하고 기권했다는 송민순 전 외교장관의 회고록 내용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지난 14일 회고록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진 지 열흘 만의 뒤늦은 반응이다.

그동안 국내 정치 현안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정부여당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북한이 이번에도 역시 야당을 두둔하며 여당 측의 주장에 반박했지만, 오히려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이 야권에는 독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비선실세 의혹,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비리 의혹에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제안까지 연일 이슈가 불거지며 회고록 논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던 찰나, 북한이 야당과 맥을 같이 하는 반응을 내놔 여당에 공격 빌미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앞서 24일 회고록 논란과 관련, "명백히 말하건대 당시 남측은 우리 측에 인권결의안과 관련한 의견을 문의한 적도, 기권하겠다는 입장을 알려온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패당이 노무현 정부가 우리와 내통하였다는 터무니없는 나발을 불어대며 야당을 종북세력으로 몰아대고 있는 것은 다음해 대통령 선거에서 재집권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박근혜 역도의 특대형 부정부패 행위에 쏠린 여론의 화살을 딴 데로 돌려 날로 심화되는 통치위기를 수습해보려는 또 하나의 비열한 모략소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북한은 "역사적인 북남선언들이 발표돼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의 분위기가 고조되던 시기에 각 분야의 대화와 접촉, 협력에 나섰던 남조선 각계의 주요 인사들이 모두 종북몰이의 대상이 된다면 박근혜는 물론 국방부 장관 한민구도, 외교부 장관 윤병세도 응당 문제시 돼야 할 것"이라며 논란의 중심에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두둔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즉각 "누가 북에 물어봤느냐. 우리끼리 일이다. 북한은 우리 정치에 어떤 형식으로든 개입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반응이 오히려 야권을 수세로 모는 형국이 된 셈이다. 반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북한이 문 전 대표 구하기에 급급한 모양"이라며 "문 전 대표는 찌질한 거짓말을 더 이상 하지 마시고 있는 사실 그대로 국민 앞에 진상을 철저히 밝혀 달라"고 공세를 폈다.

앞서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부여당에 대한 비방 수위를 높이면서 야당을 지원사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북한은 정치권에서 민감한 현안이 터질 때마다 야당의 입장을 두둔하며 현 정부여당을 비난해온 바 있다. 이에 미뤄 북한이 '햇볕정책'과 '사드반대' 등 포용적 대북접근을 해온 야당의 손을 들어주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논란을 이용하려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북한은 열흘 만에 공식 반응을 내놓으며 '인권결의안에 대한 의견을 사전에 물어봤다'는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과 '기권 입장을 사후에 통보했다'는 문 전 대표 측 주장을 모두 부인했다. 그러나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관련 내용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에 직접 개입함으로써 국내정치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5일 '데일리안'에 "논란이 묻혀가던 상황이었는데 오히려 북한이 반응을 보이고 나서 야권에 불리한 모양새가 됐다. 북한이 개입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야권에) 부정적인 상황"이라면서 "북한은 향후에도 이번 논란과 관련해 특정한 반응을 보임으로써 한국 정치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내년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가 현 집권여당에 유리한 쪽으로 흘러갈 경우, 이번 논란으로 불거진 박 대통령의 과거 평양 행적 일부를 공개하는 등 국내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동안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남남갈등을 조장해왔던 북한이 이번에도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논란을 이용하려는 모습"이라며 "한국 정치를 자신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힘을 가졌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반응을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도 본보에 "친북 성향의 인사를 지원사격하기 위해 북한이 회고록에 대해 뒤늦게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오발탄을 쐈다"며 "앞으로도 북한은 이런 식으로 친북 성향의 인사들을 지원해 남남갈등을 부추기려는 시도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하윤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