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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우 "불륜은 불륜, 로맨스 아니다"


입력 2016.10.25 09:03 수정 2016.10.25 19:02        부수정 기자

출연 제의받고 고민하다 결정

첫사랑은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영화 '두 번째 스물'에 출연한 김승우는 "주인공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영화 '두 번째 스물'에 출연한 김승우는 "주인공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남이 하면 로맨스, 내가 하면 로맨스'요? 그런 말이 어딨어요? 불륜은 불륜입니다."

영화 '두번째 스물'(11월 3일 개봉·박흥식 감독)에 출연한 김승우(47)는 '불륜은 불륜'이라고 했다. 극 중 첫사랑 민하(이태란)와 여행하는 유부남 민구를 연기한 그는 "어쨌든 민구의 행동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두번째 스물'은 이별 후 운명처럼 재회한 40대 남녀 민구와 민하가 일주일 동안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리턴 로맨스다.

민구와 민하는 13년 전 뜨겁게 사랑했다 헤어졌다. 잘나가는 의사인 민하와 달리 민구는 자존감이 낮고, 별 볼 일 없는 영화 감독이었다. 사소한 오해로 헤어진 두 사람은 거짓말처럼 이탈리아에서 다시 만난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이탈리아 곳곳의 미술관을 다니며 짜릿한 일탈을 맛본다.

영화는 두 사람이 과거에는 몰랐던 상대방의 사연, 오해를 알게 되는 과정을 통해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끔 한다. 사랑하는 연인이라고 하지만 서로 오해할 수밖에 없고, 상대방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적인 부분도 건드린다.

장점도 있는 영화지만 모든 관객에게 환영받을 영화는 아니다. 기혼자가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불륜이라는 논리로 비판할 수 있다.

김승우 이태란 주연의 '두 번째 스물'은 이별 후 운명처럼 재회한 민하와 민구가 일주일 동안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리턴 로맨스다.ⓒ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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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우 이태란 주연의 '두 번째 스물'은 이별 후 운명처럼 재회한 민하와 민구가 일주일 동안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리턴 로맨스다.ⓒ리틀빅픽처스 .

김남주의 남편인 김승우가 처음 출연을 망설였던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배우' 김승우와 '인간' 김승우의 충돌이 생겼단다.

"'저래서는 안 되지'라고 생각했어요. 3년 후 감독님께 설득 당했죠. 처음에는 베드신 수위도 '29금'이었는데 많이 순화됐어요. 출연을 결정한 후 극 중 인물의 감정을 다시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감독님이 말하고자 하는 건 '첫사랑을 만났던 시기로 돌아간 두번째 스무살의 이야기'예요.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의 대책 없는 사랑, 20대 때의 활발함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민구는 시종일관 민하에게 끌려다닌다. 불평, 불만도 없다. '지질'한 행동도 한다. 박 감독이 김승우를 캐스팅한 이유도 이런 '지질'한 캐릭터에 잘 녹아들 것 같아서라고. 김승우는 "민하는 현명하고, 현실적인 여자인 반면 민구는 유아적이고 철없는 남자"라고 웃었다.

민구는 민하를 보자마자 아는 척하고, 여행하자고 권하기도 한다. 낯선 곳에서 첫사랑을 만났다는 설렘으로 가득 찬 두 사람은 일주일이 지나고 현실을 직시한다.

김승우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사랑한다고 해서 다 결혼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를 담았다"며 "연인들이 헤어진 게 결국엔 사소한 이유에서부터 비롯될 수도 있다는 것도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대도시 토리노부터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전원도시 만토바까지 이탈리아 북부 곳곳의 숨은 도시들의 매력적인 풍광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다양한 미술 관련 지식, 인문학적 지식을 얻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재미 중 하나다.

영화 '두 번째 스물'에 출연한 김승우는 "불륜은 불륜"이라며 "로맨스는 없다"고 강조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영화 '두 번째 스물'에 출연한 김승우는 "불륜은 불륜"이라며 "로맨스는 없다"고 강조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방대한 대사량을 소화한 김승우는 "대사 때문에 정말 힘들었는데 내겐 좋은 경험"이라며 "이태란 씨가 나보다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로케이션은 빠듯하게 진행됐다. 낭만적인 여행지 이탈리아에서 촬영한 소감을 묻자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다시는 이탈리아에 가고 싶지 않아요. 하하. 굳이 가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피렌체 정도죠. 피렌체에 한식당이 있거든요(웃음).

이탈리아 거장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의 작품 얘기가 곳곳에 등장하는 것도 영화의 특징이다. 김승우는 "이번 영화를 통해 카라바조를 알게 됐는데 재밌었다"며 "다만 미술, 인문학적 지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관객들이 영화를 어렵게만 볼까 봐 걱정된다. 영화를 사랑 이야기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림을 보던 민하는 문득 "우리도 용서해달라고 기도 좀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한다. 옛사랑과의 일탈에 대한 속죄인지, 과거 상처 입은 이별에 대한 참회인지 궁금해졌다. 김승우는 명쾌한 대답을 내놨다. "비윤리적인 행동을 한 거잖아요. 현실에 대한 속죄입니다. "

만약 민구와 민하가 헤어지지 않고 결혼했더라면 어땠을까. "잘 살았을 것 같아요. 민하는 당차고, 민구는 우유부단하거든요. 반대 성향의 사람이 만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면 잘살 수 있을 듯합니다. 특히 민하가 똑 부러져서 결혼생활을 잘 이끌었을 것 같아요(웃음)."

배우 김승우는 영화 '두 번째 스물'에서 영화 감독 민구 역을 맡아 이태란과 호흡했다.ⓒ리틀빅픽처스 배우 김승우는 영화 '두 번째 스물'에서 영화 감독 민구 역을 맡아 이태란과 호흡했다.ⓒ리틀빅픽처스

현실로 돌아온 민구는 민하를 잊었을까, 아니면 계속 그녀를 마음에 품었을까도 물었다. 김승우는 "이탈리아에서 있었던 일은 꿈이라고 생각할 거다. 현실에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서 그렇다"고 했다. "민하가 그랬죠. '내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타인에게 아픔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두 사람이 정말 사랑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그러면서 배우는 요즘 불륜, 막장을 다룬 드라마가 많이 생겨난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런 자극적인 드라마는 내 취향이 아니다"라면서 "'두번째 스물'은 여행지에서 누구나 꿈꾸는 로맨스 판타지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인터뷰 중반쯤 대화 주제가 '첫사랑과의 재회'로 이어졌다. 김승우는 "첫사랑은 안 만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민구와 민구는 헤어질 운명이었다는 거다. "적당히 해야죠. 돌이킬 수 없는 일인걸. 그게 운명인 거죠. 제가 민구였다면 첫사랑을 보고 굳이 아는 척을 안 했을 겁니다."

그러면서 관객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영화를 보시고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되새길 필요는 없어요. 영화 속 민하와 민구를 보면 나이가 들어서도 하는 행동은 20대와 별반 다를 게 없거든요. 유치하고, 지질하고. 허허. 낯선 곳에서 두 사람은 가장 철없고, 마음 편했던 때로 돌아간 거예요. 그런 걸 느끼셨으면 합니다."

영화 '두 번째 스물'에 출연한 김승우는 "첫사랑은 첫사랑으로 간직해야 한다"며 "과거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영화 '두 번째 스물'에 출연한 김승우는 "첫사랑은 첫사랑으로 간직해야 한다"며 "과거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승우는 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라며 "10대 때 첫사랑을 했는데 20대 후반에 첫사랑과 재회한 관객분들은 영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사랑은 영원할 거야'라고 믿는 20대 관객들에게는 맞지 않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흥행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았으면 한다"고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다.

1990년 영화 '장군의 아들'로 데뷔한 김승우는 '고스트 맘마'(1996), '남자의 향기'(1998), '라이터를 켜라'(2002), '아이리스'(2009), '포화 속으로'(2010), '제 3병원'(2012), '심야식당'(2015), '잡아야 산다'(2015) 등 다양한 장르,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연기 경력 25년을 훌쩍 넘은 그가 오랫동안 연기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일까. 그는 "'김승우는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한다'는 평가가 있는 것 같다"며 "나 역시 그런 평가에 어울리게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고 했다. 이어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이라면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싶다.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것보다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김승우는 첫사랑에 대해 또다시 말했다. 연륜이 묻어나는 말이 나왔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해요. 과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 발전할 수 없습니다. 민구나 민하처럼 첫사랑을 다시 만나서 그 감정을 만들어가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에요. 첫사랑은 첫사랑으로 둬야죠."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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