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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살인' 악플러들 솜방망이 처벌이 키운다


입력 2016.10.21 16:03 수정 2016.10.24 10:01        이강미 기자

[이강미의 재계산책] 박근혜 대통령, 악성댓글 엄중한 법 심판 지시

60대 주부 악플러, 첫 공판...법정선 선처 호소, 뒤로는 버젓이 악플

ⓒ위키미디어 커몬즈(wikimedia commons) ⓒ위키미디어 커몬즈(wikimedia commons)


박근혜 대통령, 악성댓글 엄중한 법 심판 지시
60대 주부 악플러, 첫 공판...법정선 선처 호소, 뒤로는 버젓이 악플


'강남패치' 등 도 넘은 악플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법의 엄중한 심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법 위에 군림하며 무차별적인 사이버 인격살인을 저지르는 악플러들에 대한 법의 엄중한 심판을 지시하면서 악플러들에 대한 처벌수위가 강화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법 위에 군림하는 떼법 문화와 도로 위 난폭운전, 불법파업과 불법시위, 온라인 상에서 난무하는 악성 댓글과 괴담 등 일상 속에서 법 경시 풍조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불법과 무질서가 용인되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면서 "어떤 불법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20일 ‘원조 강남패치’와 또다른 60대 악플러가 한꺼번에 사법부의 심판대에 올라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는 이날 불특정 일반인을 유흥업소 종업원이라고 허위 유포하는 SNS ‘강남패치’ 운영자(25·여)를 구속기소했다. 순식간에 10만 명이 넘는 팔로어(follower)를 거느리고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운영자가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는 네이버 카페를 통해 조직적으로 수백 건의 댓글을 작성한 피고인 김모씨(60·여)의 재판이 열렸다. 한국 주재 외신기자에 대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내연녀를 소개해주었다’는 취지의 허위 댓글을 달아온 혐의로 지난달 기소된 사건이었다.

60대 주부인 피고인 김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특정 카페를 개설해 운영하면서 올 초부터 카페 회원들에게 악성 댓글 확산을 선동해 조직적으로 악플을 달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악플러들이나 특정 사이트 운영자처럼 특정 사안에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하는 충동적인 댓글과는 다른 측면이다.

‘강남패치’가 제보와 소문을 올린 악플러라면, 60대 주부 악플러 김씨는 네이버 카페를 통한 조직적 인격살인과 여론조작을 수행했다. 특히 같은 ‘악플’이라도 개인의 일탈이 아닌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인격살인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김씨 역시 이날 열린 공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자신이 단 댓글이 사실상 허위였음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명예훼손을 인정한 것이다.

이강미 산업부장. 이강미 산업부장.
이처럼 익명성을 이용한 다수의 폭력은 하나의 권력으로 변질됐다. 특히 특정 집단에서 조직적으로 자행되는 경우에 피해자가 받는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실제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모욕 사건은 지난 2013년 6320건에서 지난해 1만5000건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8000건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더 큰 문제는 강남패치나 김 모씨 사례의 경우만 보더라도 조직적으로 의도된 사람에 의해 주도됐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나 SNS 시스템을 운영하는 해당 업체에서도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추세다. 포털사이트나 페이스북·트위터·블로그 등 SNS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은 명예훼손이나 개인에 대한 공격 등에 강한 제재 방안을 마련 중이다. 또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신용원 의원(국민의당)이 ‘사이버 명예훼손 방지법’(가칭)을 발의한 상태다.

악플러들이 근절되지 않고 기승을 부리는 것은 초범이거나 평범한 가정주부라는 점을 앞세워 선처를 호소한 악플러들에게 법은 그동안 너무나 관대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 역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이후에도 반성은 커녕 10여건의 악성 댓글을 올리는 행위를 계속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신적 살인도 살인이다.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사이버 상에서 조직적으로 타인의 인격을 모독하고, 살해하는 행위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된다. 차제에 무차별적인 '키보드 살인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

재판부는 60대 주부 악플러 김모씨 사건에 대해 다음달 추가로 공판기일을 잡고 심리를 계속할 예정이다. 피해자에게 평생 잊은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사이버테러를 가하고도 반성은 커녕 여전히 댓글을 달아왔다는 점에서 향후 재판결과가 주목된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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