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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논란’에 단일대오 못 갖추는 민주당, 왜?


입력 2016.10.21 09:16 수정 2016.10.21 09:17        이슬기 기자

"논란 자체가 허위사실, 새누리 공세에 일일이 대응할 가치 없다"

"진상 밝혀줄 11월16일 청와대 회의록 공개하자" 이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7일 오전 인천 남동공단 내 산업기계 제조업체인 디와이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나누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7일 오전 인천 남동공단 내 산업기계 제조업체인 디와이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나누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도 좀처럼 일사불란한 대응을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측근들의 발언이 불일치하는가 하면, 당시 진상을 밝힐 수 있는 청와대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공세에도 사실상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공식 일정이나 대변인 논평 역시 ‘최순실 게이트’에만 집중됐다. 안보 이슈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새누리당 술수에 말려들지 않기 위한 ‘전략적 무대응’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이번 문제를 아예 ‘허위사실’로 규정해버리겠다는 분위기다. 사실과 안맞는 사안에 대해 당 차원에서 일일이 대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새누리당의 ‘막말’에 포커스를 맞췄다. 민주당은 20일 회고록 논란과 관련해 문 전 대표를 ‘종북’, ‘반역자’ 등으로 지칭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박명재 사무총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로 고발했다.

‘허위 브리핑’ 문제도 적극 제기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이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과 관련한 이병호 국정원장의 답변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실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앞서 이 원장이 전날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2007년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대북인권결의안 기권 여부에 대해 북한 의견을 물어보자고 먼저 제안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이 이 원장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한 결과 이같이 확언하는 발언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상파 방송의 ‘공개 토론’ 제의도 거절했다. 원조 친노계 인사로 분류되는 온건파 중진 의원 측은 “회고록 문제와 관련해 TV 토론회에 나와 달라고 연락이 왔길래,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며 “공중파 방송에서 토론 소재로 삼을만한 수준조차 안 되고, 새누리당이 ‘최순실 게이트’ 위기를 돌파하려고 정쟁용으로 끄집어 낸 이야기인데 우리가 왜 그런 데 나가서 상대해줘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지금 우리 당이 할 일은 (정권의) 비선실세가 도대체 얼마나 어디까지 개입했는지를 제대로 파헤쳐서 국민들에게 밝히는 것뿐”이라며 “정부여당이 최순실 문제를 가리려고 회고록을 터뜨려서 물고 늘어지는데 그걸 일일이 받아주고 대응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도 했다.

문제가 된 ‘16일 회의록 공개’에 대해서도 분명한 거리를 두고 있다. 2007년 11월 16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 당시 ‘북한인권결의안 기권’이 결정됐느냐를 두고 송 전 장관과 당시 회의 참석자들의 기억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양 측의 진실공방을 끝낼 유일한 해법은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뿐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대해 당내 다수 관계자들은 △대통령기록물은 비공개가 원칙이며 △정쟁의 대상으로 열람 여부를 왈가왈부하는 것 사초를 남기는 취지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당 차원에선 해당 문제에 아예 공식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열람 여부 자체가 이슈로 떠오를 경우, 새누리당의 전략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원내 관계자도 "열람하려면 국회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결국 열람이 불가한데 굳이 엮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더 나아가 여권이 이 사건의 책임을 문 전 대표에게 묻는 것부터가 대선을 겨냥한 의도적 공세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참여정부는 ‘비서실장, 안보실장, 정책실장’이 각 분야별로 업무를 엄격히 분장하는 3실장 체제였기에 책임 주체가 명백하다는 것이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지난 18일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감에서 “비서실장을 했다는 이유로, 야권 유력 대선 주자라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을 들어 포토라인에 세우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송민순 쪽에서 주장하는 문제는, 문재인 전 대표가 북의 의중을 묻자고 한 것이 아니라, 국정원장이 물어보자고 했다는 것 아닌가”라며 “국민들 입장에선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지 한 달 이상 지났는데도 그렇게 조용히 있다가, 이제 와서 회고록 문제라고 정부여당이 완전히 달려들어서 여기에 모든 걸 쏟는 모습에 피로감과 의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이같은 전략에 대해 이견도 나온다. 새누리당이 이 문제를 장기적으로 다룰 채비를 하는 상황에서, 무대응 전략은 자칫 ‘주장만 있고 근거는 없다’는 여론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논리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무대응이 어떤 전략적 의미를 가질지는 사안의 전개과정을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최소한 문 전 대표의 침묵 대응은 본래 의도대로 안 되고 있는 것 같다”며 “국민들이 바라는 건 근거와 증거인데, 현재 문 전 대표는 증거는 없이 '아니다'라는 주장만 있지 않나. 사실 여부를 떠나 그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어느 쪽을 믿겠느냐. 그런 부분을 생각해야한다”고 경고했다.

신 교수는 또 ‘16일 회의록’ 공개 문제와 관련, ‘새누리당 전략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민주당 내 전략적 판단에 대해 “진실이 아니라고 밝혀지면 오히려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전략에 말려들었다고 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대통령기록물은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번 사안은 NLL 논쟁 당시와는 다르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 간 대화록을 공개하자는 건 당연히 외교적 결례이지만, 이번엔 한 국가 안에서 청와대 내부 회의를 확인하자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적극적인 대응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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