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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인권영화제' 한기홍 "북 인권이 보수 전유물?"


입력 2016.10.21 09:23 수정 2016.10.21 09:43        하윤아 기자

<인터뷰>제6회 북한인권국제영화제 21일 개막…15편 영화 상영

한기홍 "북한인권에 관심 확산되길…바람은 평양에서 영화제 여는 것"

한기홍 북한인권국제영화제(NHIFF) 공동집행위원장(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기홍 북한인권국제영화제(NHIFF) 공동집행위원장(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국 사회에서 북한인권은 보수의 아젠다로 여겨지는데, 이것은 이념이 아닌 인간의 문제입니다."

지난 2011년 첫 발을 뗀 북한인권국제영화제(NHIFF)가 올해로 6회를 맞았다. 북한 주민의 참혹한 인권 실태와 통일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기 위해 6년을 달려온 북한인권영화제. 올해는 6개국 총 15편의 다채로운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1회부터 지금까지 줄곧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이하 북민넷) 대표를 만나기 위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21일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잠깐의 인터뷰 동안에도 북한 인권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호소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특히 그는 북한 인권이라는 주제가 우리나라에서 '보수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2011년 제1회 영화제에 비해 규모도, 대중들의 관심도 커졌지만 여전히 영화제를 정치적·이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 아쉬움을 토로한 것.

한 대표는 "북한인권영화제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보수와 진보가 각각 입장을 달리할 수 있지만, 인권의 실상을 인식하는데 차이가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해를 거듭할수록 북한인권을 주제로 한 다양하고 수준 높은 작품이 만들어지고, 해외에서 북한인권을 다루는 별도의 영화제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는 등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점은 만족할만한 성과라고 했다.

한 대표는 "처음 영화제를 시작하며 목표한 바는 영상이라는 수단을 통해 대중들이 북한인권과 통일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며 "북한인권에 대한 영화계의 관심이 커지면서 질 높은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해외에서도 영화제를 계기로 북한인권에 더 주목하고 있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 집행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북한인권국제영화제가 올해로 6회째다. 처음 영화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우리 사회에서 북한인권이라는 주제는 어둡고 딱딱한 이미지가 있다. 그래서 대중들이 가볍게 다가갈 수가 없다. 그 간극을 어떻게 채울까 고민하다가 영화라면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장애인 성폭력 범죄를 다룬 '도가니'라는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가 개봉한 후에 대중들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것이 일정부분 문제 해결에 기여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북한인권도 대중들의 관심을 받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영화제를 시작했다. 탈북자 문제를 다룬 영화 '크로싱'의 관객 수가 100만도 채 안됐다. 북한인권을 소재로 한 잘 만들어진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보면 관심을 갖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2011년 제1회부터 지금까지 쭉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만족할만한 성과가 있었나.
"물론 처음부터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을 쉽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되지 않겠냐고 생각했고, 그렇게 여러 우여곡절 거쳐 여기까지 오게 됐다. 무엇보다 길게, 오래 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반짝'하다가 끝나면 의미가 없지 않나. 앞으로 4회를 더해 제10회 영화제를 개최할 때가 되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올해는 예년보다 여건이 좋다. 대통령이나 정부에서 북한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기도 하고, 북한인권법이 9월부터 시행돼 관련 기구도 준비되고 있다. 그리고 바란 건 아니지만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의 일들이 논란이 되면서 주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영화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들 수 있는 외부적인 요소가 생긴 셈이다."

-여러 우여곡절을 거쳤다고 했는데, 어떤 일들이 있었나.
"매년 크고작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일단 첫 해는 영화제와 관련한 언론 보도 덕분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왔다. 그런데 그 때는 영화제라기보다는 NGO행사 성격이 강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2회 때는 서울역 광장에서 했는데 서울역에서 노숙하는 분들이 술을 마시고 돌아다니는 바람에 행사 진행에 문제가 생겼었다. 또 3회 때는 그 전보다 준비는 잘됐지만 관객이 너무 없었다. 그때 약간 위기의식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예 4회부터는 영화제만 전담하는 담당자를 두게 됐고, 그때부터 체계적으로 영화제를 준비할 수 있었다.
5회, 그러니까 작년에는 굉장히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왔었다. '간도 경찰'이라는 제목의 시나리오였는데, 두만강 근처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했다. 이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했는데 촬영이 거의 끝날 때쯤 중국 공안이 개입해 '이 영화를 찍어 내면 앞으로 중국에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없다'고 하는 바람에 개막식 3주 가량를 앞두고 결국 제작을 포기했다. 개막작이 없으니 개막식을 아예 포기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다행히 '설지'라는 대체작품을 찾아서 무사히 개막식을 치렀는데, 가장 큰 위기라면 작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순탄하게만 온 것은 절대 아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웃음)"

왼쪽부터 개막작 '공채사원', '나는 남한을 사랑합니다', '아리아' 스틸컷. 북한인권국제영화제(NHIFF) 제공. 왼쪽부터 개막작 '공채사원', '나는 남한을 사랑합니다', '아리아' 스틸컷. 북한인권국제영화제(NHIFF) 제공.

-매년 영화제 측이 제작을 지원한 영화들이 상영됐다. 이번에는 제작지원작이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 영화제가 특징적인 부분은 다른 영화제와 달리 사전에 시나리오나 시놉시스를 받아 심사하고 그 중에서 우수작품을 제작 지원한다. 크지 않은 금액이라 장편 영화가 나오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이런 제도가 알려져 영화 전공자나 전문 영화인들이 많이 지원하고 있다. 재작년에는 20편 가량 들어왔는데, 작년에는 37편이 들어왔다.
들어온 시나리오는 전문 영화감독들과 내가 심사한다. 심사를 거쳐 선정된 시나리오의 감독을 직접 만나 전체적인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 과정에서 전문 감독들이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내가 의견을 내기도 한다. 이번 개막작 3편도 제작지원작이다. 이 중 두 영화는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의 정착 스토리고, 나머지 하나는 해외 공관에 들어온 탈북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시나리오를 심사했던 감독들에 따르면 세 작품 모두 굉장히 완성도가 높게 잘 만들어졌다고 하더라."

-그 외 초청작도 여러 편이다. 얼마 전 이슈가 됐던 비달리 만스키 감독의 '태양 아래'도 초청작에 포함됐다. 그 외 소개하고 싶은 초청작이 있다면.
"'태양 아래'와 비슷한 '더 월'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 데이비드 킨셀라 감독이 북한 당국의 동의를 얻어 직접 북한에 들어가 촬영한 것인데, 가보니 모든 게 북한에 의해 꾸며진 것이었다. 이후에 감독이 필름을 가지고 나왔고,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는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냈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합쳐진 영화인 셈이다. 이 감독이 최근에 아일랜드의 한 영화제에서 최고인권상을 받았다더라. 국내에서는 11월에 개봉하는데 우리 영화제가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한다. 이번 영화제 이벤트로 킨셀라 감독과 관객들이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동안 집행위원장으로서 보람을 느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맨 처음 우리의 도움을 받았던 홍콩 북한인권국제영화제가 이제는 독자적으로 영화제를 열고 있다. 지난해 베를린 북한인권국제영화제는 우리와 공동주최했는데 이번에는 단독으로 주최했다. 4~5년 전에 캐나다 밴쿠버에서도 교민들이 영화제를 한다기에 협조했던 적이 있다. 북한인권영화제를 계기로 시작된 해외영화제들이 자체적으로 개최되고,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을 확산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어 뿌듯하다.
또 다른 보람은 해를 거듭할수록 질 좋은 작품들이 들어오고 있다는 거다. 북한인권이나 탈북자 문제를 여러 측면에서 다룬 있는 깊이 있는 작품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게 평가할만하다. 개인적으로는 북한 밖이 아닌 북한 내부의 상황을 다뤄 더 극적으로 인권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반대로 아쉬운 부분은 어떤 것인가.
"우리나라의 문제인데, 북한인권이라는 주제를 보수의 아젠다(의제)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영화제에 관여하고 협조하는 분들 중에는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분들도 상당수다. 그래서 우리 영화제가 이념에 휘말리는 게 달갑지가 않다. 북한인권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권은 보편적인 것 아닌가.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보수와 진보가 각각 입장이 있겠지만, 인권 실상을 인식하는 데 차이가 있으면 안 된다."

-영화제와 관련해 바라는 바가 있다면.
"처음 영화제를 시작하며 목표했던 것은 문화라는 수단을 통해 북한인권이나 통일이라는 주제에 대중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점차적으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고, 이로 인해 영화제에 매년 좋은 작품들이 출품되고 있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그래서 대중들과 북한인권이라는 주제를 이어주는 매개가 될 수 있는 배우들이 우리 영화제에 더 많이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른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10회 영화제를 개최할 때 상영관을 오래 빌려서 지금까지 상영한 영화들을 모두 틀어보고 싶다.(웃음) 그리고 5~10년 내 북한이 민주화된다고 하면 평양에서 북한인권국제영화제를 열고 싶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이지만,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대표이기도 하다. 향후 북한인권 활동 방향이 궁금한데.
"지금은 북한 정보 자유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직접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회가 되면 영화를 USB에 담아 북한에 전파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 외 다양한 방식으로 북한의 정보 자유화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려 한다. 북한 주민들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만들어낼 주체다. 정보 자유를 통해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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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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