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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과 친박계의 이상기류, 손 안잡는다고?


입력 2016.10.22 07:20 수정 2016.10.22 07:36        장수연 기자

반 측 '최순실 의혹' 확산으로 현정부 지지율 하락에 '거리두기'

친박, 반 호감도 많이 줄어…반 총장 '중도하차' 가능성도 거론

지난 2013년 9월 5일(현지시각) G20 정상회의에 참석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 궁전 내 숙소 빌라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지난 2013년 9월 5일(현지시각) G20 정상회의에 참석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 궁전 내 숙소 빌라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반 총장, '최순실 의혹' 확산으로 박 대통령 위상 추락에 '친박 거리두기'
친박, 반기문 호감도 많이 줄어…반 총장 '중도하차' 가능성도 거론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계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창 측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당초 반 총장을 전면에 내세워 정권 재창출을 기획하고 있던 친박계 쪽에서 반 총장의 중도하차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반 총장 측은 친박계와 손잡을 생각도 않고 거리를 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이 지속적으로 확산되며 박근혜 대통령의 위상이 추락 일로에 있는 상황이 이런 조짐을 현실화하고 있다.

당초 반 총장과 박 대통령 간에는 우호적인 기류가 형성돼 있었다. 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 길에 기회가 되면 반 사무총장과 따로 만났고, 반 사무총장 역시 최근 박 대통령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 사업 보급에 발 벗고 나섰다.

지난달 반 총장이 내년 1월 귀국할 것으로 밝힐 때도 친박계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당시 정진석 원내대표는 반 총장에게 "10년간 국제 외교무대 수장으로서 분쟁 해결이나 갈등 해결에 경험을 쌓아왔는데,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미래세대를 위해 써달라"고 말했다. 친박계 조원진 최고위원도 "1월에 오신다는 것은 여당으로서는 환영할 일이고, 들어오셔서 국내정치에 대한 부분들도 관심을 가지고 보셨으면 한다"라며 반겼다.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홍문종 의원은 '외치 반기문-내치 친박계 총리'를 골자로 한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꺼내기도 했다.

이랬던 반 총장과 친박계의 '밀월관계'에 요즘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친박계 내에서 반 사무총장에 대한 호감도가 예전만큼 뜨겁지는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반 총장 퇴임 후 그를 국가원로로 특별 예우하는 법안을 추진하다 최근 검토하는 것으로 선회한 이종배 의원 측 관계자는 "반 총장의 영입을 염두에 두고 발의하려던 법안이 아니다. 오해의 소지가 커져 버렸다"고 말했다. 한 친박계 의원도 "'반기문 예우법'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강하게 부정한 뒤 "지금으로선 영입 움직임이 없는 상태"라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반 총장이 야당의 공세로 인해 중도하차하는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른바 '플랜 B'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만큼 반 총장 우호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방증이다.

반 총장 측도 친박계와 멀리하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반 총장이 친박 후보로 자리매김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친박 성향 유권자들도 반 총장의 지지층 외연 확대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여당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 여론이 나아질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최순실 비선실세 의혹'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 등 측근의 비리의혹 사건이 줄줄이 터져나오는데도 정권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어 여론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사정으로 반 총장이 과연 어느 진영을 발판 삼아 승부수를 띄울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이 내년 초에 일단 대선출마만 선언하고 새누리당 밖에서 두세 달 시간을 끌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른바 '제 3지대론'이다. 이 시나리오에는 반 총장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의 연대설도 포함돼 있다. 새정치를 모토로 내건 안 전 대표와 글로벌 외교에서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는 반 총장간 연대는 파괴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시나리오가 친박 진영의 고단수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친박계가 경선 없이 반 총장을 꽃마차에 태워준다면 비박계의 강한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반 총장이 외부에서 생환해 돌아오면 친박계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꾀할 수 있다는 노림수가 있을 것이란 해석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반 총장이 지금 새누리당에 몸을 담아 득볼 게 없다는 판단을 해 전략적으로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라면서도 "그러나 이제껏 반 총장이 야권보다는 여권과 교감을 해온 만큼 본선에 간다면 새누리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 보수표를 흡수하려는 의도를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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