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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과 뒤끝’ 넥센의 얄궂은 현재


입력 2016.10.24 09:33 수정 2016.10.24 09:36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지난 4년 성공적으로 이끈 염경엽과 개운치 않은 결별

LG와의 준플레이오프 패배 직후 넥센 염경엽 감독은 사퇴를 발표했다. ⓒ 연합뉴스 LG와의 준플레이오프 패배 직후 넥센 염경엽 감독은 사퇴를 발표했다. ⓒ 연합뉴스

넥센과 염경엽 감독의 인연이 종지부를 찍었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 17일 LG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패하여 탈락이 확정된 이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하루 뒤 넥센 구단이 염 감독의 사의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4년 동거에 공식적인 마침표가 찍혔다.

뒷맛이 개운치 않은 마무리다. 염경엽 감독은 2012년 겨울 넥센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래 팀에 4년 연속 가을야구와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눈부신 업적을 선사하며 KBO의 젊은 명장으로 거듭났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프로야구의 변방이었던 넥센이 어엿한 신흥 강호로 자리매김하는데 염경엽 감독의 공로가 컸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 시즌 넥센의 돌풍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박병호-유한준-손승락 등 공수의 핵심 전력들이 대거 이탈하며 꼴찌후보로 꼽혔던 넥센은 예상을 깨고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염경엽표 스몰볼’이 조화를 이루며 전력보강에 엄청난 자금을 투자한 한화, 롯데 같은 대기업 구단들을 제치고 시즌 내내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다.

비록 포스트시즌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LG에 무릎을 꿇었지만 이대로만 끝났다면 넥센의 2016년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을 만했다. 하지만 염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를 둘러싸고 그동안 구단 운영에 관련된 갈등과 루머의 실체가 하나둘씩 드러나며 넥센의 가을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염 감독은 오래 전부터 선수 이적과 팀 운영 방향 등을 두고 구단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주 이장석 대표와의 관계도 그리 원만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시즌 중반에는 SK 차기 사령탑 내정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염 감독은 이를 강하게 부정하며 “자꾸 흔들면 감독직을 내려놓겠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당시에는 추측성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을 향한 질타로만 여겨졌지만 사실상 구단 측을 향한 불만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시기의 문제였을 뿐 염 감독과 넥센의 결별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염 감독은 포스트시즌이 끝난 이후 사퇴 결심을 굳힌 상태였고 준PO에서 탈락하자 미리 준비된 원고를 낭독하며 감독직 사임을 발표했다.

구단과는 사전에 어떤 상의도 없었던 염 감독 개인의 결정이었다. 염 감독이 구단과 관계가 원만했거나 최소한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장면이다.

넥센 구단 측도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염 감독의 일방적인 사퇴 통보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넥센은 하루 뒤 보도자료에서 염 감독의 사임의사를 수용하면서도 지난 4년간의 공로에 대한 수고나 감사보다는 유감을 더 강조했다.

대승적 차원에서 염 감독과 관련한 이야기를 아끼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구단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열어준 감독과의 결별은 서로 피차 유쾌하지 않은 모양새로 씁쓸하게 끝났다.

넥센은 최근 몇 년간 지속적인 선수유출로 인하여 전력이 약화됐다. 넥센에 최적화된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염경엽 감독마저 팀을 떠났다. 구단주인 이장석 대표는 재판에 넘겨지는 등 구단 운영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훌륭한 시즌을 보내고도 내년 이후의 밝은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워진 넥센의 현재가 얄궂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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