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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총장 사퇴, 교수들 “이제 선생님들이 싸울 것”


입력 2016.10.19 19:12 수정 2016.10.19 19:12        이선민 기자

11월 3일 교수·학생·직원 연합시위 예정대로

현 정부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의 딸 특혜 입학 논란과 관련해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자진 사퇴한 가운데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수진들과 학생들이 '해방 이화' 손피켓을 들고 특혜입학 비리해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현 정부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의 딸 특혜 입학 논란과 관련해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자진 사퇴한 가운데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수진들과 학생들이 '해방 이화' 손피켓을 들고 특혜입학 비리해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1월 3일 교수·학생·직원 연합시위 예정대로

이화여대 학생들이 총장 사퇴를 외치며 본관에서 농성을 벌인지 84일 만에 최경희 총장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날 처음으로 시위에 나선 교수들은 총장의 사퇴로 만족하지 않고 학생안전보장과 지배구조개선을 외치며 “앞으로는 선생님들이 대신해서 싸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19일 교수협의회(교협) 집회 예정시각인 3시 30분이 다가오자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앞은 마스크와 부채,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린 학생들과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이날 집회에는 교협 공동회장인 김혜숙 교수를 비롯해 250여 명의 교수가 참가했다. 교수들 가운데에는 외국인 교수도 있었다. 본관에서 농성하던 학생들을 포함한 이화여대 학생들 3만여 명(학생추산)이 이번 시위를 응원하기 위해 본관 앞으로 집결했다.

학생과 교수가 함께하는 시위는 오는 11월 3일로 예정된 대집회에서 이루어질 예정이었으나, 교협 시위에 앞서 오후 2시 최경희 총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학생들이 교수시위에 힘을 보탰다.

김 교수는 “80일이 넘는 시간 동안 본관에서 농성을 이어 온 학생들에게 감사하고 승리를 전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학교 측에 요구해왔던 최경희 총장의 해임, 학생들의 안전보장, 재단 이사회 등 지배구조의 개선 중 한 가지는 받아들여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말로 집회를 시작했다.

사회를 맡은 중어중문학과 이재돈 교수는 “130년 이화 역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이라며 “이 사안은 교수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학생들에게 무한한 사과를 전한다. 앞으로는 선생님들이 대신 싸울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기독교학과 박경미 교수는 성명서를 낭독하기 이전에 “오늘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전하게 돼 기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며 “추악한 박근혜 정권의 가장 추잡한 부분과 결탁한 비리 의혹이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는 눈을 똑바로 뜨고 박근혜 정부와 최경희 총장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의 딸 특혜 입학 논란과 관련해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자진 사퇴한 가운데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수진들과 학생들이 '해방 이화' 손피켓을 들고 특혜입학 비리해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현 정부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의 딸 특혜 입학 논란과 관련해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자진 사퇴한 가운데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수진들과 학생들이 '해방 이화' 손피켓을 들고 특혜입학 비리해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교협은 성명서에서 “지난 7월 30일 최 총장이 본관에 경찰을 투입해달라고 직접 요청한 것은 일제강점기에도 군사독재시절에도 없었던 참담한 상황”이라며 “경찰을 부르는 대신 학생들과 마주 앉고, 기자들 앞에서 학생을 비난하는 대신 학생을 위로했어야 한다”고 분노를 표했다.

이어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해온 학생들이 이화의 정신을 머금은 들꽃으로 피어났다면 그들의 외침을 냉소적인 관료주의와 제도적 폭력으로 짓밟은 최경희 총장은 이화의 폭군”이라며 “이제 우리 교수들은 들꽃은 살려내고 폭군을 몰아내겠다고 결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최경희 총장 해임은 사퇴 의사 표시로 관철되었으나, 학생들의 안전보장, 합리적인 총장선출제도 마련과 재단 이사회를 비롯한 이화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성명서 낭독이 끝난 후 교수들은 학생들과 함께 “권력유착 학사문란 비리총장 물러가라” “이화정신 꽃피운 학생안위 보장하라” “이화의 미래위해 지배구조 개선하라”는 등의 구호를 제창했다.

이후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는 학생들의 환호를 받으며 교내 행진을 시작한 교수들의 손에는 ‘총장선출제도 민주화’ ‘특혜입학 비리해명’ ‘학사운영 정상화’ ‘이화는 우리가 바로잡겠습니다’ ‘독선과 불통은 이제 그만, 무능과 부패도 사양’ 등의 피켓이 들려 있었다.

교수들이 행진을 시작하자 3만여 명의 학생들은 ‘입학 특혜 및 학사 특혜 감사를 실시하라’ ‘총장과 학교 당국은 이화인들에게 대대적으로 사과하라’는 내용의 손피켓을 들고 “해방이화 비리척결”을 외치며 뒤따랐다.

학기 일정을 위해 학교에 온 학생들은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행렬에 “A 교수님도 계시고 B 교수님도 계신다”며 그대로 시위 대열에 합류하기도 하고 바쁘게 지나가면서도 친구들과 “오늘 진짜 해방이화의 날이다. 멋있다”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교협 측은 “교수들의 릴레이 시위는 취소하지만 11월 3일에 계획된 교수·학생·직원 연합시위는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은 “최경희 총장의 사임에는 적극 동의하지만 끝내 학생들에게 사과하지 않은 것과 꼬리자르기식 사임발표를 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학교본부는 향후 비리척결 및 구조적 개혁과 함께 학내 구성원의 보호와 지원을 위해 노력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본관 점거 해지 일시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선민 기자 (yeats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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