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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영란 혁명법' 앞장서지 않을 이유도 없다


입력 2016.10.18 10:44 수정 2016.10.18 10:46        데스크 기자

한 달 전 일이다. 책상 위에 서류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 서약서’였다. 지키겠다고 약속해야 할 항목은 다섯 가지였다. 그 중 두 번째가 눈에 띄었다. “나는 공정한 업무 수행에 장애가 되는 청탁을 근절하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공직문화를 조성하는 데 앞장선다”. 단순히 법을 잘 지키는 것을 넘어 ‘앞장선다’고 다짐해야했다. 법을 어길 생각도 없지만 앞장 설 생각도 없었다. 사실 뭘 어떻게 해야 앞장 서는 건지도 알지 못했다. 잠깐이지만 이 법에 찬성인가 반대인가 고민했다.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일단 서명해 제출했다.

김영란법 시행 보름째다. 곳곳에서 신음과 불평이 터져 나왔다. 법해석에 관해 의문과 혼란도 무성하다. 언론에선 소비절벽을 우려한다. 기업들이 사용하는 접대비 10조원이 증발된다는 추산이다. 대기업 후원은 썰물처럼 빠졌다. 기업 후원이 관행이었던 공연예술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다른 한편으론 회식과 모임이 사라졌다. 의심받을 만남도 줄었다. 자연스럽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여가생활이 늘었다.

김영란법의 목적은 청렴한 사회 만들기다. 청렴 사회는 시대적 과제다. 시대적 과제는 국민들의 합의가 있을 때 발현된다. 만연한 부패는 자정능력을 상실했고, 법의 강제를 자초했다. 법 시행 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김영란 법에 찬성하는 의견이 71%였다. 국민 스스로 오늘날 접대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이다.

결론을 내렸다. 청렴 사회 건설이 시대의 과제라는 것에 동의하기로 마음먹었다. 시행과정에서 걱정스러운 대목들도 있다. 하지만 학연·지연·혈연이 공적업무에 개입하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김영란 법은 새로운 도전이다. 조금 과장하면 혁명이다. 혁명 초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김영삼의 금융실명제가 그랬고, 노무현의 금권선거 근절이 그랬다. 법은 의복과 같다. 몸에 잘 맞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수선하면 된다. 김영란 법도 마찬가지다. 과도기를 거치고, 국민들의 몸에 맞게 수정되면서 정착될 거라 믿는다. 고통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

자의든 타의든 제주도청 공무원으로서 청탁 금지 서약서에 서명했다. 서약서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계약의 전반을 모두 이행할 것을 확약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의지 표명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이 원하는 부패 근절을 위한 법이다. 청렴을 업으로 하는 공무원으로서 앞장서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글/강민표 제주특별자치도 서울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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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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