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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방송이나 할 줄 알았던 tvN이 어느새...


입력 2016.10.18 10:07 수정 2016.10.18 10:09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닭치고tv>시상식으로도 지상파에 한방 먹였다

얼마 전 있었던 ‘tvN 10 어워즈’는 지상파 못지않은 방송국으로 성장한 tvN의 위력과시 이벤트였다. 신동엽과 강호동이라는 두 톱MC를 내세우고, 김혜수, 이서진, 차승원, 임시완 등을 한 자리에 모았다. 박보검도 드라마 촬영만 아니면 합류했을 것이다. 시상식 자체도 지상파 시상식보다 훨씬 화려한 무대로 꾸며, 마치 국제 시상식을 보는 듯했다.

2006년 10월 9일, tvN이 개국했을 땐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초창기 tvN은 낯 뜨거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방송으로 시청자의 이목을 끌었다. 지상파와 케이블TV 간의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tvN이 지상파와 정면으로 콘텐츠 경쟁을 하긴 힘들고, 저급한 B급 방송으로 근근이 버티기나 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tvN이 정면승부를 걸기 시작했다. B급 프로그램이 아닌 제대로 된 기획들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정작 지상파와 경쟁한다던 종편은 의사, 변호사, 부부관계 전문가, 요리사 등을 모아놓고 가정지식 토크를 하는 것으로 예능 편성을 때웠다. 드라마는 초기에 몇 번 실패한 후 도전 자체를 기피했다. 그런데 지상파와는 아예 급이 다를 거라 생각했던 tvN이 지상파 예능, 드라마에 정면승부를 걸었던 것이다.

‘롤러코스터’로 정가은과 정형돈을 띄우고, ‘막돼먹은 영애씨’로 시즌제 드라마를 개척하고, ‘푸른거탑’으로 패러디 드라마의 새 영역을 개척하더니 ‘응답하라’ 시리즈로 대박을 터뜨렸다. ‘응답하라 1997’로 시작해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 이렇게 회가 넘어갈수록 더 뜨거운 반향이 나타났다. ‘응답하라’의 영향으로 KBS에서 ‘프로듀사’처럼 예능이 주도하는 드라마를 기획하기도 했다.

그리고 ‘미생’의 성공이 방송가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 지상파 프로그램 이상으로 사회에 영향을 미친 드라마를 tvN이 방영한 사건이다. 원래 지상파 방송사와 협상하다가 tvN으로 작품이 넘어간 것인데, 그 이유가 지상파의 고질병 때문이라고 알려져서 지상파 방송사 종사자들에게도 충격이 됐다. 뭐든지 러브라인으로 엮으려고 하는 지상파의 관습 때문에 원작자가 관습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작업하는 tvN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 충격은 다시 ‘시그널’로 이어졌다. 이 작품도 지상파였다면 편성이 어려웠을 거란 지적이 나왔다. 이 작품에도 역시 러브라인이 미약했기 때문이다. tvN은 러브라인 같은 기존 흥행관습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데 반해, 지상파는 기존 관습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인식이 생겼다. ‘삼시세끼’도 예능적 설정을 고집하는 지상파에서라면 불가능했을 기획인데, tvN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인식이 생기자 지상파만 고집하던 빅스타들이 스스럼없이 tvN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이번 ‘tvN 10 어워즈’ 사회에 강호동까지 가세한 것이나 여러 스타들이 상을 주지 않는데도 자리를 지킨 것은 이런 tvN의 위상 변화 때문이었다. 시상식에 참석한 연예인들도 tvN이 트렌드의 첨단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자신들이 그것을 확인하고 과시하는 기념비적 행사에 참여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이번 ‘tvN 10 어워즈’ 시상식 자체도 지상파 방송사가 보란 듯이 자신들의 특색을 과시하면서 치러냈다. 공동수상 같은 지상파의 고질병을 없애고, 마지막 시상자로 ‘사장님’이 아닌 시청자 대표를 내세우면서 권위주의적이고 근엄한 시상식의 관습을 깼다. 자리에 참석한 연예인들도 지상파 시상식 때와는 차별화되는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tvN은 시상식을 해도 다르다고 웅변했다.

10년 전에 저질 프로그램이나 하는 B급 방송사 신세였던 tvN이 어느덧 트렌드의 최전선으로 올라선 모양새다. 반면에 지상파는 시청자의 신뢰를 잃어가는 중이다. 이러한 tvN의 위상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바로 최근 시상식이었던 것이다. 지상파도 이제는 변화를 보여줘야 시청자, 특히 젊은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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