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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에는 외롭고 싶은 이들의 자작나무숲이 있다


입력 2016.10.16 05:53 수정 2016.11.21 10:58        데스크 (desk@dailian.co.kr)

<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전국여행-둘째날>

인제 자작나무숲~속초 엑스포타워~양양수련원

우리 부부는 결혼하기 전부터 직장 생활을 시작해서 나는 공직에서 33년을 근무하다 2015년 6월 말에 정년퇴직을 했고, 사랑하는 아내 박경희는 2014년 연말에 공로연수에 들어가 2015년 12월에 35년 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하였다. 참 오랜 기간 동안 별 탈 없이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모두 정년퇴직한 것은 큰 기쁨이고 영광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퇴직을 앞두고 ‘30년 이상 남은 긴 여생을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니 막막할 뿐 막상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매일 새벽같이 출근을 하다가 아직도 생각에 청춘 같은데 집에 있으면서 다른 사람처럼 등산 등 취미생활을 하며 무료하게 지낼 것을 생각하니 답답할 뿐이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그동안 직장생활 하느라 고생도 많이 했는데다 머리에 쌓여 있는 스트레스도 해소할 겸 해서 전국 여행을 하면서 퇴직 후 할 일을 생각해 보기로 하고 전국 일주 여행을 하기로 했다.

이런 계획을 수립하고 전국 주요 여행지 중 우리들이 가보지 않은 곳을 8절지 크기의 전국지도에 체크한 후 2015년 7월 7일부터 8월 5일간 한 달 동안 동해 최북단인 고성에서부터 남해안과 서해안으로 돌면서 관광을 한데 이어, 그해 겨울인 12월 28일부터 2016년 1월 21일까지 25일 동안에는 제주도에 살면서 관광을 하였다.

퇴직 후 여름과 겨울 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55일 동안 자동차를 직접 몰고 8761km 달리며 남한의 대부분을 돌아보았다. 우리 부부가 전국을 관광한 목적은 3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면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고 홀가분하게 여유를 즐기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퇴직 후 30∼40년간의 제 2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기 위한 것이었으며 여행을 통해 어느 정도 큰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55일간의 여행은 그동안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나 자신과 마주한 시간들이었으며, 인생에 있어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다. 우리 부부는 여행 기간 동안 말다툼 한번 해 보지 않고 정말 재미있고 즐겁게 여행을 즐겼다.< 필자 주 >


아침 9시에 숙소를 출발하여 인제 자작나무숲을 향해서 가다 하조대IC에서 방향을 잘못 잡아 서울 방향으로 진입하여 다음 톨게이트에서 되돌아오는 착오를 범하였는데, 차량 계기판에 엔진 체크 불이 들어와 양양 현대차서비스센터에 가보니 미션에 고장이 생겨 교체를 해야 한다면서 수리비가 중고로 하는데도 240만 원이나 소요된단다.

그래서 강릉 현대차 서비스센터에 확인하는 등 수고를 거처 속초 ‘기억 오토’라는 수리센터에 맡기니 내일 오후가 되어야 고쳐진다고 한다. 할 수 없다. 몇 년 전 가족과 함께 양양수련원에 와서 주변을 관광하다가 붉은색 구형 소나타 미션이 고장이 나서 고생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때와 너무 닮은 점이 많다. 강원도인 데다 현대차 미션이 고장 난 것이 같다.

기억 오토 사장의 안내로 렌터카 회사를 소개받아 차량을 수리하는 하루 반 동안 기아 K3를 빌려 인제 자작나무숲을 찾아갔다.

미시령 터널을 지나 거의 1시간 반이나 걸려 숲 입구에 도착해서 차를 주차장에 세워두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별로 덥지 않게 오르막길을 1시간 정도 걸어 올라가니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자작나무숲과 문화재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관리하고 있는 금강송이 보인다. 너무 멋있다. 별로 기대를 갖지 않고 찾아왔는데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자작나무숲을 구경한 다음 2㎞ 정도 더 아래로 내려가니 넓은 분지로 조성된 숲 속에 있는 예쁜 펜션이 보인다.

1963년 11월부터 1993년 2월까지 운영되다 학생 수 감소로 폐교된 원대초등학교 화동분교의 외부 모습.ⓒ조남대 1963년 11월부터 1993년 2월까지 운영되다 학생 수 감소로 폐교된 원대초등학교 화동분교의 외부 모습.ⓒ조남대

펜션 옆에 있는 입장료가 1만 원이나 하는 박물관을 구경하면 커피나 차를 준다고 하여 어렵게 온 곳인데 관람을 안 할 수 없어 둘러보았으나, 박물관에는 자작나무를 배경으로 그린 그림과 폐교가 되어버린 원대초등학교 회동분교의 과거 모습 등이 전시되어 있을 뿐이다. 심신산골에서 아이스커피를 한잔하며 마음을 진정시킨 다음 300m 정도 아래에 있는 폐교를 둘러보았다. 사실 펜션이나 박물관보다는 주변의 환경이나 소나무와 자작나무 숲이 너무 좋아 펜션 주인처럼 눌러앉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펜션 주인도 7~8년 전에 이곳에 놀러 왔다가 너무 좋아 5만 평이나 되는 화전민 땅을 구입하였으며, 주인아주머니 친구분도 이곳이 마음에 들어 근처의 땅 100평 정도를 구입해서 주말주택을 지어 놓고 가끔 놀러 온단다.

주인아주머니 아들이 펜션을 관리하고 있는데 부인은 거의 들리지 않는 데다 주말이 바쁜 관계로 주중 부부로 지내고 있단다. 너무 외딴곳이라 여자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자작나무숲을 지나 펜션으로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개 머리모양의 돌.ⓒ조남대 자작나무숲을 지나 펜션으로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개 머리모양의 돌.ⓒ조남대
인재 원대리 자작나무 숲 인근에 문화재 복원을 위해 산림청에서 관리하고 있는 어른 2~3 아름 정도 되는 멋있는 금강송에는 관리번호가 붙어있다.ⓒ조남대 인재 원대리 자작나무 숲 인근에 문화재 복원을 위해 산림청에서 관리하고 있는 어른 2~3 아름 정도 되는 멋있는 금강송에는 관리번호가 붙어있다.ⓒ조남대
자작나무숲에 죽은 자작나무를 이용하여 움집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다.ⓒ조남대 자작나무숲에 죽은 자작나무를 이용하여 움집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다.ⓒ조남대

헤어지는 것이 아쉬웠지만 갈 길이 먼 관계로 왔던 길을 되돌아오면서 멋진 소나무와 자작나무숲 체험코스를 천천히 둘러보니 환상적이다. 너무 좋은 여행코스다. 원대리 자작나무는 참 아름답고 멋진 곳인데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자작나무 숲에 들어가면 온통 주변이 흰색이다. 또 주변에는 금강송이 즐비하다. 문화재 보수용으로 쓸 목재라 해서 고유번호가 매겨져 있다. 몇 아름이나 되는 금강송이 쭉쭉 뻗어있다. 금강송이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실감케 한다.

아직 좀 이른 휴가철인 데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평일인 관계로 넓은 자작나무숲에는 주변에 몇 명이 관광을 할 뿐 우리 둘만 있다. 사람이 너무 없으니 외롭다 못해 무서운 생각이 들 정도로 조용하고 한산하다. 그러나 1박2일 프로그램에서도 촬영을 한 모양이다. 내려오다 펜션 주인과 딸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사진도 함께 찍었다.

돌아올 때는 미시령 터널을 통과하지 않고 산을 넘어 다니는 옛길로 왔더니만 통행하는 차량이 거의 없는 관계로 미시령 정상에 있던 휴게소는 폐쇄되었고 흐린 날씨로 안개만 자욱할 뿐이다. 과거 미시령을 넘을 때면 꼭 내려서 화장실도 가고 전망을 구경하던 곳인데 많이 아쉽다.

엑스포타워에서 바라 본 속초항의 야경은 바다에 떠 있는 것 같은 환상적인 모습이다.ⓒ조남대 엑스포타워에서 바라 본 속초항의 야경은 바다에 떠 있는 것 같은 환상적인 모습이다.ⓒ조남대
속초항에 있는 엑스포타워의 야간 조명 모습.ⓒ조남대 속초항에 있는 엑스포타워의 야간 조명 모습.ⓒ조남대

점심을 옥수수 하나로 때운 관계로 배가 고파 미시령 터널 끝자락에 있는 초당두부촌에 들러 두부 요리로 저녁을 맛있게 먹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속에서 속초 엑스포타워에 올라 야경을 구경했다. 바다에 떠 있는 듯 한 속초의 야경은 환상적이다. 엑스포타워를 밑에서 보면 엑스포타워의 모습이 7가지 무지개 색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참 아름다운 속초다. 양양수련원에는 9시 넘어 도착했다.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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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조남대 씨는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현재 경기대 정치외교학 박사과정중에 있으며 정년퇴직한 부인과 함께 일상에서 탈출, 55일간의 전국여행을 끝마치고 여행기를 책으로 펴냈다. 그 여정의 하루 하루를 데일리안에 재편집해 연재를 시작하는데 내용안에 부부애가 듬뿍 담겨있어 평소에 '닭살' 돋는 것을 못참는 독자는 조심하시길...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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