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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 같은 정진석, 원내대표 같은 이정현


입력 2016.10.10 18:34 수정 2016.10.11 09:09        장수연 기자

<기자수첩> 한쪽으로 기운 새누리당 투톱 체제…언제쯤 균형 잡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3차 태풍 피해 대책 당정협의에 참석해 서로를 끌어안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3차 태풍 피해 대책 당정협의에 참석해 서로를 끌어안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3차 태풍 피해 대책 당정협의에 참석해 서로를 끌어안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3차 태풍 피해 대책 당정협의에 참석해 서로를 끌어안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기자수첩> 기이하게 나뉜 새누리당 투톱 체제…언제쯤 제자리로?

새누리당 '투톱'의 분위기가 요즘 썩 유쾌해 보이지 않는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를 주재하며 당무 복귀를 선언했다. 회의에선 격한 환영이 이어졌다. 이 대표를 대신해 여당의 원톱체제를 구축했던 정진석 원내대표는 포옹으로 맞았다. 이 대표는 "반갑고 고맙다"면서 화답했다. 그 뿐이었다. 새누리당의 '투톱'인 이 대표와 정 원내대표는 각자의 일정을 소화하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수행하고 있는 일정이 직에 대한 본연의 업무와는 결이 사뭇 다른 느낌이다.

최근 정치권의 눈은 원내사령탑인 정 원내대표의 '입'에 쏠려있다. 잇따라 강성 발언을 쏟아내며 여당의 국정감사 복귀 이후 강경 노선을 주도해 온 덕분이다. 정 원내대표는 약 1시간 20분 가량 진행된 제3차 태풍 당정협의에서 국토교통부 제1차관을 향해 피해발생 지역에 대한 신속한 임대주택 공급을 요구한 것 외에는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고 자리를 비웠다. 이후 새누리당 출입 기자들에게는 '당정협의 직후 정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현안간담회가 있을 예정'이라는 내용의 문자가 발송됐다.

정 원내대표는 어김없이 여야 간 긴장감이 조성될 수 있는 사안을 걸고 넘어졌다. 그는 간담회에서 경찰 살수차 물공급을 중단한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과 관련해 "박 시장은 불법시위꾼에게 아부하는 소리를 그만 하고 경찰병원에 가서 법집행과정에서 큰 부상을 입은 의경을 위로하는 일을 해보기 바란다"며 "지금은 특검을 할 때가 아니라 부검을 할 때"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세월호, 백남기 등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불법 폭력 시위대가 광화문으로 몰려가 죽창, 밧줄로 경찰 눈을 찔러댄다"며 "엄정히 법을 집행하려 하면 야당과 좌파 언론은 국가폭력을 운운하며 벌떼처럼 달려든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드 배치를 전면 중단하고 북핵 폐기를 위한 외교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문 전 대표 말대로 하면 가장 기뻐할 세력은 북한 김정은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군이 비상 대응 태세를 유지하는 이때 느닷없이 '사드 중단'을 들고 나온 저의가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앞서 정 원내대표가 쏟아낸 발언 역시 원내 업무를 총괄하는 원내사령탑으로서의 역할보다는 전반적인 당무를 수행하는 대표로서의 발언에 가까웠다. 야3당이 합의한 '백남기 특검안'에 대해 "절차를 어기고 본회의에서 의결된다면 '제 3의 정세균 파동'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해 1, 2차 국회 파동에 이어 다시 한 번 강대강의 여야 대치 국면을 예고하는가 하면, 지난 7일에는 시위 진압용 살수차에 물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박 시장을 '박원순 씨'라고 부르며 관련 법령부터 다시 살펴보라고 충고했다. 또 다른 야권 잠룡인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에 대해선 '저녁이 있는 삶'을 트레이드 마크로 삼았던 점을 빗대어 "김영란법 때문에 복귀 명분이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반면 이 대표는 취임 당시 예고한 대로 주말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회의를 열고 현장 방문을 강행하고 있다. 퇴원하고 나서는 국회로 바로 복귀하지 않고 수해 지역과 호남, 충청, 제주도를 넘나들었다. 또 대표 취임 후 한달여 간 고위 당·정·청 회의를 포함해 당정협의만 9차례 주재했다. 나흘에 한번 꼴로 당정협의를 한 셈이다. 당정협의 형식도 바뀌었다. 그간 당정협의는 정부와 이미 사전 조율을 끝낸 뒤 최종 결과를 발표하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할 때가 많았지만 이 대표 취임 후엔 현안이 발생하면 관계부처 장·차관을 즉시 불러 대책을 논의하는 실질적인 협의체로 자리잡았다.

당정협의는 사실상 여당 정책위의장이 주최자가 된다. 정부로부터 관련 업무를 보고 받고 국회에서 해야 할 우선순위를 정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에 이 대표가 대부분의 현안을 직접 챙기면서 당 정책위원회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표의 만기친람형 스타일이 정책위의장이 담당했던 업무에까지 손을 뻗친 셈이다. 과거 당정협의에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 유승민 의원도 원내대표 시절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주최한 당정협의에 참석하곤 했지만 유 의원의 전문분야인 경제와 국방에 국한했다.

이 대표는 논란이 되고 있는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 백남기 특검안 등 현안에 대해서는 좀처럼 입을 떼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단식을 하고, 민생 챙기기를 위해 태풍피해 지역으로 떠났기 때문에 입장을 밝힐 기회가 없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 대표가 나서지 않는 모습은‘리더십 부재’로 비칠 수 있다. 또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단식 중 국정감사 전면 복귀를 선언했으나 의총에서 강경 친박계의 주도로 의원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지도력에 상처를 입었다. 국감 보이콧과 빈손 회군 이후 지도부 책임론까지는 아니더라도 당내 개혁을 끌어가기 위한 동력을 일부 상실한 상태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말은 투톱 체제지만 사실상 정 원내대표의 원톱 체제가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대표라면 당 안팎의 모든 현안을 챙기는 게 맞지 않겠나"라며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는 만큼 당대표가 현안에 대해 좀 더 목소리를 키우고 존재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대표가 최고위원들과 함께 당 운영을 책임진다면 원내대표는 국회 안의 의정활동을 책임진다. 의정 활동 안에는 입법기능뿐 아니라 행정·사업에 대한 감독기능도 포함돼있다. 이러한 업무로부터 대표를 원천 배제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대표로선 대치 정국을 풀면서 유연하게 지도력을 되살리는 연착륙을 시도할 때다. 원내대표 역시 비정상적인 역할 분담으로 형성된 원톱 체제를 투톱 체제로 되돌리는 데 힘을 실어야 한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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