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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정진석, ‘정세균 정국’ 해법 다른 이유


입력 2016.10.01 06:27 수정 2016.10.01 06:27        고수정 기자

청와대의 투트랙 오더설·이정현 독자행동설 난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반발하며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9월 26일 오후 국회 대표실에서 지지방문을 한 정진석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서로 다른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반발하며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9월 26일 오후 국회 대표실에서 지지방문을 한 정진석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서로 다른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세균 정국’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새누리당의 스텝은 꼬였다. 당 대표의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엎친 데 덮친 격 분화설까지 시작됐다. 당장 당 내에서는 이정현 대표의 국정감사 복귀 발언을 두고 청와대의 ‘오더’ 여부를 해석했다. 이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점에서 허투루 나왔을 발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감 거부는 현 정국에서의 새누리당 방침이다. 이 때문에 ‘오더’와 관련한 다양한 설(設)이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내분 통해 국면 전환? 청와대 투트랙설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설 중 하나는 ‘청와대의 투트랙’이다. 이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각각 다른 오더를 내려 당의 내분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미르·K스포츠 재단 개입 의혹 등 껄끄러운 현안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이다.

당초 새누리당은 국감 보이콧을 당론으로 정했다. 새누리당의 움직임은 곧 청와대의 오더나 승인으로 풀이되는 만큼 이번에도 청와대와 사전 조율을 거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당 내 일각을 제외하고는 ‘국회 파업’ 첫 날부터 한목소리를 내는 듯 했고, 릴레이 1인 시위에도 129명 의원 모두가 동참하기로 하면서 그 해석은 힘을 얻었다. 특히 국회 의사일정을 조율하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오더를 직접 받았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지난달 28일 ‘정세균 규탄 결의대회’에서 예측하지 못한 국감 복귀 제안을 하면서 또 다른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대표의 발언이 청와대의 본뜻이거나 여론 악화를 우려해 입장을 선회해 지시했다는 것. 그동안 이 대표의 말은 곧 박 대통령의 뜻으로 읽혀 왔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가 수천 명의 당원과 취재진 앞에서 한 당 대표의 공식 제안을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은 청와대의 다른 오더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보태졌다. 이 대표와 정 원내대표가 각각의 오더를 받은 사실을 서로 모르고 있었고, 의견이 불일치된 모습을 보이면서 내분이 일어난 듯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 정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발언 직후 당황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같은 설이 사실이라면 청와대의 진의는 무엇일까. 투트랙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 대 야당’으로 규정돼 있던 정국을 ‘새누리당 대 야당’ ‘새누리당 내분’으로 만들려는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미르·K스포츠 재단으로 의혹이 이어지자 청와대는 야권의 전면 공세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따라 당 대 당 대치 구도를 만들거나 당의 내분을 일으키는 전략이 필요했다는 해석이다. 이탈성이 상대적으로 적고, 결집력이 높은 보수층 성향 탓에 ‘손해 볼 장사’도 아니라는 것이다.

여당 상황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본보에 “우 수석이 머리가 진짜 좋다. 박 대통령과 우 수석의 공통점은 본인을 위해서는 나머지는 수단으로 써도, 어떻게 되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 대표가 ‘서번트 리더십’이라고 말하는데, 이 대표는 절대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와 정 원내대표한테 서로 다른 오더를 주면 당에 내분이 일어나고 시끌시끌해진다는 것을 (청와대는) 예상했을 것이고, 그러면 청와대에는 시선이 집중되지 않는다”라며 “당이야 싸우다 말다 하는 것은 청와대 입장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고정 지지층의 힘을 청와대는 잘 안다”고 했다.

단식농성 닷새째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9월 30일 오후 국회 대표실을 찾아온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맞이해 누운 채 이야기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진석 원내대표. ⓒ데일리안 단식농성 닷새째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9월 30일 오후 국회 대표실을 찾아온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맞이해 누운 채 이야기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진석 원내대표. ⓒ데일리안

‘정치적 부담’ 혼자 감수하려 독자 행동?

가장 유력한 설은 이 대표의 ‘독자 행동’이다. 새누리당이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에 따라 국감을 거부하고 있고, 이 대표의 국감 복귀 제안은 자체적인 판단이라는 것. 박 대통령의 의중에 민감한 친박계가 이 대표의 공식 제안을 반나절도 안 돼 뒤집은 것이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당 지도부와 사전 조율 없이 국감 복귀를 제안했고, 이러한 발언은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친박계가 당혹감을 드러내며 상황 파악에 몰두하다, 의원총회 직전부터 격앙된 목소리로 이 대표를 질타했다는 것이다.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은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며 “국감에 복귀는 해야 한다. 그러나 이 대표가 타이밍을 잘못 잡았다. 오늘(9월 28일) 투쟁을 해 놓고, 신문광고도 내일 다 나오는데 오늘 복귀하자는 것은 수순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이 대표가 관측대로 ‘독자 행동’을 했다면, 자신의 단식 투쟁으로 인해 정국 경색이 심화됐고, 청와대와 당에 쏠릴 정치적 부담을 고려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집권여당이 국정을 내팽개친다는 비판 여론도 의식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본보에 “사실 이 대표는 즉흥적인 측면이 많다”며 “현재 국회 상황이 꼬일대로 꼬이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본인이 지도부와 청와대와 상의없이 나선 것 같다”고 했다.

이 때문인지 친박계 의원들은 이 대표의 제안을 ‘충정’으로 표현했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의 눈물겨운 충정은 이해하지만 새누리당은 이 대표의 요청을 따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했고, 정 원내대표도 “이 대표의 충정은 십분 이해한다”고 말했다.

1일 현재 이 대표는 엿새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박 대통령은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금 그만둘 순 없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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