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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들인’ 철강 경쟁력 강화방안, 현실화 가능할까


입력 2016.09.30 16:00 수정 2016.09.30 18:24        이광영 기자

업계 "이미 진행 중이거나 현실성 떨어지는 방안" 지적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3사 로고.ⓒ각사 홈페이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3사 로고.ⓒ각사 홈페이지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이 30일 오후 3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공개됐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개최된 이 회의에서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방안」과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이 확정·발표됐다.

앞서 업계에서는 철강협회를 중심으로 글로벌 컨설팅사를 선정해 업종별로 글로벌 수급전망과 설비와 품목에 대한 경쟁력 진단을 실시했다. 약 10억원에 달하는 컨설팅 용역비를 보스톤컨설팅그룹(BCG)에 투입해 지난 28일 컨설팅을 완료했다.

그러나 경쟁력 강화방안이 발표되자 업계에서는 현실과 거리가 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도출하는데 지나친 비용이 들어갔다면서 실효성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친환경·신규 투자 등 설비 경쟁력 강화

정부는 고로 부문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제적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부터 석탄(C) 대신 수소(H2)를 활용해 온실가스 15% 감축이 가능한 ‘수소환원제철공법’ 개발에 본격 착수하라고 권장했다. 이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민관 공동으로 기술 개발을 완료 후 고로에 단계적으로 적용 예정이다.

전기로와 관련해서는 고비용 구조, 고급 철스크랩 부족 등으로 경쟁력이 미흡해 철스크랩 유통·가공체계 개선과 대체원료 개발을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IT를 활용한‘스마트 제철소’보급을 통해 공정혁신을 지원한다. 정부는 표준화, 핵심기술개발 등과 함께 중소 철강업체 대상으로 조업 자동화·품질관리 등 지능형 조업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 후판·강관 등 품목별 경쟁력 강화

판재류는 기존 업체간 M&A와 신규 투자를 통해 제품의 고부가화와 글로벌 시장개척을 촉진하고 미래자동차․항공기용 초경량 철강제품, 타이타늄 등 경량소재 생산을 위한 R&D, 첨단설비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후판, 강관 등 수요 침체 품목은 자발적인 설비 감축을 유도할 계획이다. 후판은 단기적으로 현재 생산능력 1459만톤에서 업계 스스로 감축방안을 마련해 적정수준으로 조정해야한다는 설명이다. 2020년까지 수요산업과 해외경쟁기업 동향을 감안, 추가 조정 가능성도 제기했다.

강관은 중소 사업자 난립(130여개)과 북미 에너지 개발 수요 위축으로 공급과잉이 우려돼 경쟁력을 확보한 강관업체를 중심으로 한계기업이 보유한 우수설비, 숙련인력의 인수를 ‘기활법’을 통해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철근, 형강은 내수 수준의 설비를 유지하되 불량·위조 수입재 유통방지 등 시장관리에 역점을 둬야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수입재와 경쟁여건 등을 고려해 설비 조정도 검토해야한다는 지적이다.

◆ 고부가 철강재 및 경량소재 조기 개발

정부는 고부가 철강재에 대한 R&D 대폭 강화 및 개발을 실증 지원해 선진국 대비 기술격차를 대폭 축소할 방침이다. 2015년 약 1.5년에서 2018년에는 0.6년으로 격차를 줄인다는 목표다.

또 3대 경량소재인 타이타늄, 마그네슘, 알루미늄 등에 대해서도 방산기업, 자동차 등 수요기업과 철강기업, 대학, 연구소가 참여 하는 융합얼라이언스를 구축해 국가 R&D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철강 R&D 인력 양성을 위한 「철강 산학연 지역거점 협력센터」를 지정하고 ‘기업활력제고법’에 따른 사업재편 승인 기업이 설비 감축 추진 시, 유휴인력에 대해 전직교육을 실시한다.

업계에서는 이미 자율적으로 진행 중이거나 업계의 현실을 감안하지 못한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은 지난 수년간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실행해 오고 있다”며 “철 스크랩 유통 구조 및 조업시스켐 개선도 이미 진행하고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품목별로 설비를 감축하라는 방안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후판의 경우 내수절벽에도 수출에 적극 나서면서 불황을 감내 중이다. 강관은 대형 강관업체가 영세한 중소 강관업체를 인수·합병해야 한다는 구조조정 논리가 오히려 대형업체를 수익성 악화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부가 철강재 및 경량 소재 개발 역시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이 이미 오랜 기간 연구를 거듭하며 경쟁력 높은 철강재를 생산해오고 있다. 특히 포스코의 월드프리미엄 제품, 현대제철의 고부가가치 초고장력 강판 등은 수출 주력제품으로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 보다는 설비 감축 등 구조조정을 중심에 둔 보고서로 느껴진다”며 “업계가 자발적으로 10억원을 들여 컨설팅을 받았음에도 업계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고 실효성이 떨어지는 방안이 나와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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