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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험금 판결'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


입력 2016.09.30 14:21 수정 2016.09.30 14:23        이충재 기자

대법원 생보사 손 들어줬지만 이미지 타격 등 우려

30일 대법원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를 둘러싼 소송에서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게티이미지 코리아 30일 대법원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를 둘러싼 소송에서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게티이미지 코리아

생명보험사들은 '이기고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30일 대법원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를 둘러싼 소송에서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질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금융감독원은 여전히 "대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자살보험금 지급은 고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을 '보험사와 고객 간 약속'문제로 보고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보험사를 계속 압박하겠다는 뜻이다.

금감원은 이미 삼성-교보생명에 대한 현장검사를 마쳤고, 현재 한화·알리안츠·동부생명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보험사는 도둑놈" 비판 목소리 어쩌나

자살보험금 문제를 떠안고 있는 생보사들의 우려도 여전하다. 보험금을 주지 않기 위해 고객과 소송을 벌이는 모습을 비춰지는 등 신뢰와 이미지 타격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이날 대법원 판결 관련 기사 댓글에는 "보험사가 도둑놈이다", "보험사가 책임과 의무를 저버렸다"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넘치고 있다.

이와 관련 생보사 한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보험금 지급도 그에 따라 하게 될 것"이라며 "누가 이기고 지는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입장 등을 더 봐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 ING생명·신한생명 등 7개 생보사는 올해 소멸시효와 무관하게 자살보험금을 모두 지급하기로 결정했고,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 등 '빅3'를 비롯해 알리안츠·동부·KDB·현대라이프 등 7개사는 보험금 지급 결정을 미루고 있다.

보험업계와 금감원에 따르면 14개 생명보험사가 미지급한 자살보험금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2465억원(지연이자 포함)이다.

보험업계에선 "자살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소비자단체 등에선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보고 있다. ⓒ데일리안 보험업계에선 "자살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소비자단체 등에선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보고 있다. ⓒ데일리안

"소멸시효 지난 채무 갚을 필요 없다"

이날 대법원의 판결은 소멸시효가 지난 채무는 갚을 필요가 없다는 민사법 원리를 재확인한 결과였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교보생명보험이 고객 A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A씨의 자살보험금 청구권은 소멸시효 기간이 완성돼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A씨의 부인 B씨는 2004년 5월 A씨를 보험수익자로 해 사망보험을 들었다. 가입 2년이 지난 후에는 사망보험금과 특약에 따른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이었다.

2006년 7월 B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남편 A씨는 보험금 지급을 청구해 사망보험금 5000만원을 받았다. 이후 뒤늦게 특약에 따른 자살보험금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 A씨가 2014년 추가로 자살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사가 소송을 냈다.

논란의 중심 '약관'…대법원 "권리남용 아니라고 판단"

자살보험금 논란의 중심에는 약관이 있다. 2010년 표준약관 개정 이전 대부분의 생보사 보험약관에는 '계약의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2년의 무보장 기간을 둔 것은 보험금을 목적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였다. 2년 후에 자살할 목적으로 보험가입을 하긴 어렵고, 유가족을 경제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보험사에 '보험 가입 2년 후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으로 간주한다'는 약관을 지키라고 하는 반면 보험사는 '자살을 재해에 포함시킬 수 없다'며 재해보상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재해사망 보험금이 일반사망 보다 2~3배 정도 많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에선 "자살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소비자단체 등에선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보고 있다. 그동안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를 두고 진행된 소송에서 법원의 판단은 사례별로 엇갈려 왔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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