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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정세균 정국’서 딜레마 빠진 이유


입력 2016.09.30 04:19 수정 2016.09.30 13:10        고수정, 장수연 기자

릴레이 1인 시위·김영우 설득 등 '강경 모드'

여론 악화되자 정상화 주장…결국은 '대권' 의식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6일 국회 본회장 앞 로텐더 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6일 국회 본회장 앞 로텐더 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릴레이 1인 시위·김영우 설득 등 '강경 모드'
여론 악화되자 정상화 주장…결국은 '대권' 의식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정세균 정국’은 꽉 막혔고, 출구 전략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김 전 대표는 진퇴양난에 빠진 당을 위해 ‘강경’ 모드를 취하면서도, ‘소신’은 내세우고 있다. 대권의 명운이 걸려 있는 그에게 투트랙이 현 정국에서 ‘살 길’로 모색됐다는 해석이다.

김 전 대표는 29일 오후 나경원 의원이 주도한 일명 ‘비주류 모임’에 참석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사태로 촉발된 경색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바꿔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위한 투쟁은 투쟁대로 하되, 국회 본연의 임무인 국감은 정상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모임에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 정병국·주호영·권성동·김용태·김성태·김학용 의원 등이 참석했다.

당초 김 전 대표는 ‘국감은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주류의 ‘강경 모드’에 힘을 실으면서 이번 사태에서 만큼은 주류와 결을 같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었다. 당론으로 정해진 릴레이 1인 피켓 시위에 첫 주자로 나서고, 이정현 대표와 예정에 없던 ‘밤 산책’을 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전 대표가 ‘김무성계’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지난 27일 국감 정상화를 하려 하자 직접 국방위원장실로 찾아가 만난 것도 주류의 ‘국회 일정 보이콧’에 힘을 싣기 위해서라는 해석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그 관측은 이틀 만에 뒤집어졌다. 김 전 대표가 공식적으로 ‘소신’을 내세우면서다. 김 전 대표를 포함한 비주류 의원들은 나 의원을 통해 “정 의장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국민의 걱정을 감안해 당 지도부에도 국회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줄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강성 친박의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의원총회에서 당의 질서가 잡히지 않는 등 의사결정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현 정국과 관련한 비박계 의원 모임에 참석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현 정국과 관련한 비박계 의원 모임에 참석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처럼 김 전 대표가 ‘투트랙’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이 정국 주도권을 잃게 되면 여권 주자로서의 자신의 입지도 줄어 들 수밖에 없고, 특히 자신이 단일대오에서 이탈할 경우 의원들은 물론 지지층에서 신뢰를 잃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강경 모드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는 당 내에서 비주류에 속하는 데다 ‘세력’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대책 없는 강경 흐름은 당 내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고, 여론도 악화되자 결국 국감 정상화를 도모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김 전 대표의 지지율은 강경 모드를 취하기 전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무선 86% 유선 14% 방식으로 실시한 9월 넷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김 전 대표의 지지율은 전주(5.5%) 대비 1.2%p 하락한 4.3%다. 지지율 중위권에서 하위권으로 내려왔다. (9월 25일부터 9월 26일, 전국 성인 남녀 1048명 대상, 유·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 전체 응답률 3.2%,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3.0%p)

이 때문에서인지 김 전 대표 측은 그가 애초부터 국감 정상화에 뜻을 두고 있었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김 전 대표 측은 본보에 “기존에도 국감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면서 “국방위원장실 찾아갔을 때도 김 전 대표와 김 국방위원장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모르지만, 오늘(29일) 비주류 모임에서 얘기가 나온 그걸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본보와 통화에서 “김 전 대표 입장에서는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초반에 강경하게 나간 것은 정 의장 사태와 관련해 당에 힘을 싣지 않으면 대권이 날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여론이 점점 좋지 않으니 국감 정상화 목소리를 내는 데 사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라고 분석했다.

여당 상황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도 “처음부터 강경하게 1인 시위에도 나서고 김 국방위원장을 설득하는 모양새도 보이고, 비주류 의원들이 강경한 목소리를 내게 하는 데도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쳤을 것”이라며 “국감 정상화로 선회한 것도 대권을 의식한 것”이라고 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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