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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구조조정 컨설팅, ‘알맹이’ 쏙 빠진 철근


입력 2016.09.29 09:43 수정 2016.09.29 11:12        이광영 기자

철근 부문, 업계 의견 반영…기업별 통폐합 내용 삭제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될 것으로 예정된 철강산업 구조조정 보고서에 철근 부문이 제외되고 후판 및 강관 부문만이 보고서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3사 로고.ⓒ각사 홈페이지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될 것으로 예정된 철강산업 구조조정 보고서에 철근 부문이 제외되고 후판 및 강관 부문만이 보고서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3사 로고.ⓒ각사 홈페이지

철강산업 구조조정 보고서가 공식적으로 윤곽을 드러냈다. 한국철강협회는 28일 철강 경쟁력진단 컨설팅과 관련해 주요 회원사와 민간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을 대상으로 최종보고회를 개최하고 연구용역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크게 냉연강판, 후판, 봉형강, 강관 등 4개의 제품군으로 분류해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봉형강(철근) 부문이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봉형강 부문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스케일 기반의 수익성 개선과 철강재 안전 규격 강화’다. 중간보고서에 제시된 바 있는 지역별 그룹핑 및 기업별 통폐합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쏙 빠졌다.(2016년 8월 28일 본지 단독 보도)

철강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 중간보고서가 나온 이후 정부의 입김 의혹이 논란이 되자 업계 의견을 수렴한 끝에 철근 주요 내용이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며 “구조조정 보고서가 나오기 직전까지 철근 통폐합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는 그동안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달랐다”고 밝혔다.

앞서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철강·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오는 30일 발표됨에 따른 촉박한 일정 때문에 구조조정 보고서가 수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업계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원안 그대로의 보고서가 산업부에 제출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됐었다.

하지만 보고서가 정부의 입맛대로 작성됐다는 의혹이 증폭되기 시작했고, 특히 철근에 대한 구조조정 시나리오가 설비 이전 및 매각, 임금격차, 노조 문제 등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처럼 업계의 반발이 커지자 보고서 용역을 맡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논란이 된 철근 부문을 전면 수정이 아닌 삭제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특히 현대제철의 경우 인천공장 노조가 철강산업 구조조정안에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BCG가 내놓은 방안대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경우 현장직원들의 고용 불안감이 가중되는 등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 등 철근업체 입장에서는 잘해보고자 하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로 인해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까 전전긍긍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후판 부문은 기존 예상대로 보고서에 포함됐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후판 설비 400~500만톤 감축은 국내 수요가 생산능력 대비 모자라다는 BCG의 판단”이라며 “생산능력이 줄어들면 내수시장을 중국산에 뺏길 가능성만 커진다. 후판업체들이 해외 수출도 적극 진행하면서 불황을 감내하는 와중에 BCG의 논리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후판 라인을 신규 증설하려면 1조원가량이 들고 감가상각은 회계 기준상 15년”이라며 “최소한 30년은 가동해야할 설비를 갑작스럽게 줄이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기존 내용에서 큰 변화가 없는 강관 부문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강관 역시 심도 있게 다뤘어야 했음에도 철근, 후판 등 품목에서 논란이 커지면서 묻어간 느낌이 있다”며 “대형 강관업체가 영세한 중소 강관업체를 인수·합병해야 한다는 구조조정 논리는 말은 쉬워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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