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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대상자들, 스스로 일지 작성하며 '노심초사'


입력 2016.09.28 05:59 수정 2016.09.28 06:07        조정한 기자

고가 음식점, 메뉴 변경하고 가격 낮추며 자구책 마련

메뉴엔 2만9천원 등장 문제는 술값 "계산하면서 먹어야"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접대문화와 청탁문화를 근절하기 위해서 제정됐다. 지난해 3월 청탁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접대문화와 청탁문화를 근절하기 위해서 제정됐다. 지난해 3월 청탁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고가 음식점, 메뉴 변경하고 가격 낮추며 자구책 마련
김영란법 대상자들, 스스로 일지 작성하며 '노심초사'

"매출도 중요하지만 가격을 낮추다 보면 질이 떨어지니 고민이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고가 음식점들이 가격 책정과 메뉴 변경을 놓고 혼란을 겪고 있다. 이들은 매출을 위해서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는데 공감하면서도 '물가'를 무시하면서까지 가격을 낮추긴 힘들다며 일단 시행 후 한 달간 추세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접대문화와 청탁문화를 근절하기 위해서 제정됐다. 2012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가 김영란 당시 권익위원장 시절 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을 발표한지 4년여 만으로 지난해 3월 청탁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한국외식중앙회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국내 외식업 연간 매출이 4조 15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고급 음식점과 술집 매출이 크게 줄면서 내수가 위축될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도 동반되지만 적용 대상인 공직자,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사 임직원 등의 공정한 업무 수행을 위해서 '필요하다' '때가 됐다'는 목소리도 크다.

여의도의 고급 음식점들은 김영란법에서 허용하는 식사 가액 기준인 3만원 이하의 '김영란 정식'을 내놓으며 매출 급감에 '비상등'을 켠 상태다. 다양한 요리와 반찬이 한꺼번에 나오는 한정식집은 그나마 가짓수를 줄여 3만원 이하로 가격을 낮추는 등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여의도의 A 한식당의 경우에는 3만 4000원이었던 굴비정식에서 전복구이를 빼 2만 8900원으로 가격을 맞췄다.

반면 술자리를 위해 점심보다 저녁에 많이 찾는 고깃집의 경우 사정이 달랐다. 특히 '한우 전문점' 관계자들은 "한우 가격은 등급과 수급량에 따라서 달라지는 면이 있다"고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청탁 및 금품 수수 일지를 스스로 작성해 법 위반을 체크하는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사진은 '본격 김영란법 사용설명서' 어플 설명 캡처 법 시행을 앞두고 청탁 및 금품 수수 일지를 스스로 작성해 법 위반을 체크하는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사진은 '본격 김영란법 사용설명서' 어플 설명 캡처

여의도의 B 한우 전문점 관계자는 "물론 지켜봐야겠지만 지금은 김영란법과 관련된 메뉴를 따로 만들 계획은 없다"며 "일단 g을 낮추면서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업소의 1+등급 한우스페셜은 100g당 2만 2000원이며, 술안주로 인기가 좋은 한우육회는 3만 5000원(100g당 1만 9000원)이다. 사실상 고기와 주류값이 함께 계산된 특별 메뉴는 철판 궁중불고기와 맥주 1잔으로 구성된 2만 8000원짜리가 유일하다.

여의도에서 만찬 장소로 잘 알려진 C 일식집은 메뉴 변경은 하지 않겠다면서도 '3만 원 이내'라는 가격 기준에 대한 고민은 있었다. 음식점 측은 "이미 3만 원 이하의 정식 메뉴가 있어 수정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혼란은 적은 편이다"면서 "그렇지만 술자리를 갖는 손님들이 많이 찾아 주류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다른 경영주들은 일정 금액을 내면 무한리필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하는데 그건 힘들 것 같다"고 고민을 밝혔다.

음식점뿐 아니다. 업무상 김영란법 규제 대상자를 자주 만나는 국회의원 보좌관들은 당장 신경이 곤두서 있다. 평소 '보리굴비정식'을 식사 메뉴로 자주 선택한다는 한 재선 의원실 관계자는 "가격이 2만 8000원 정도라 김영란법에 걸릴 일은 없지만 문제는 술값이다"며 "보통 맥주 한 병에 4000원인 점을 고려해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식사해야 할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한편, 법 시행을 앞두고 청탁 및 금품 수수 일지를 스스로 작성해 법 위반을 체크하는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어플은 광범위한 법 적용 대상 기관을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했고 사람 또는 기관별로 정렬해 일지를 작성하거나 금품 총액을 합산해 기록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용자들은 "김영란법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적시에 필요한 어플이 출시됐다" "법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잘됐다"는 호응을 보이고 있다.

조정한 기자 (impactist9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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