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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부지 발표 코 앞에 둔 김천은 지금...


입력 2016.09.28 06:12 수정 2016.09.28 06:13        문대현 기자

정부에 대한 불신에 강하게 반대하는 주민들

일부는 정부 정책에 힘 실어주자는 반응도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가 지난 26일 오후 새누리당 경북도당 앞에서 새누리당 탈당 기회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가 지난 26일 오후 새누리당 경북도당 앞에서 새누리당 탈당 기회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군 초전면의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이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이 지역은 경북 김천시를 향하고 있어 지역주민의 반발이 강한 가운데 일부 시민들에겐 "정부가 하는 일에는 찬성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상황이다.

한·미 공동실무단은 지난달 말부터 성주골프장을 비롯해 성주군 금수면 염속봉산, 수륜면 까치산 등 3곳을 평가 대상으로 두고 부지 가용성 평가를 실시해왔다. 최근 군 당국에 따르면 평가 결과 발표는 이번주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우리 국방부 자체 실무조사에선 염속봉산과 까치산은 부적합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한미 군 당국은 성주골프장을 최종 부지로 선정하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다. 성주골프장은 당초 부지로 정해졌던 성산포대보다 높아 레이더 전파로 인한 안정성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주변에 민가가 적어 성주군민의 반대가 적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부지가 넓고 평평해 군사 시설이 들어오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다 익명의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사드 배치 장소로 롯데골프장이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성주골프장은 북서쪽으로 김천시 농소면과 남면에서 1~5km 떨어져 있다. 자연스레 김천시민들의 반발이 튀어 나오는 상황이다.

이미 성주군 내 제3후보지로 골프장이 거론된 지난달 말부터 김천에는 400여개의 사드 배치 반대 현수막이 내걸렸다. '사드 배치 김천시민 다 죽인다', '사드로는 북한의 공격을 막을 수 없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또한 김천 사드배치반대투쟁위원회가 꾸려졌고 김천시와 시의회도 반대 성명서를 냈다.

날이 갈수록 김천의 반대는 더욱 거세졌다. 투쟁위는 지난 24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시민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드 반대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저마다 사드 배치에 대한 불암감을 호소했고 김천의 특산물인 포도와 자두, 양파 더미를 트랙터로 깔아뭉개는 모습도 확인됐다. 투쟁위는 향후 김천에서 청와대까지 도보 및 자전거 순례 투쟁을 진행하고 촛불시위도 계속 이어갈 계획을 하고 있다.

또한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는 전날(26일) 오후 새누리당 경북도당 앞에서 새누리당 탈당 기자회견을 열었고 원불교 신도들은 '성주 성지 수호'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배치 예정 지역인 골프장이 원불교에서 상징적이라 할 수 있는 정산 송규종사의 생가터와 직선 거리로 불과 500m 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원불교 신도 1300여 명은 오는 28일 경북 성주군에서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총회를 열기로 했다.

"전자파 문제 없다고? 당장 드러나는 문제 아냐" 정부 질타

사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국가적으로도 어느 정도 형성돼 있지만 우리 지역에는 배치되지 않았으면 하는 여론이 많다. 무엇보다 유해성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만한 확실한 조사 결과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천에서 만난 시민들은 무엇보다 이 부분을 두려워 했다. 한 시민은 광우병 파동의 예를 들기도 했다.

김천에 연고를 두고 있는 50대 강모 씨는 "정부에서는 사드가 안전하다고 하지만 그걸 입증할 만한 자료를 내놓은 적이 있냐"며 "인근 지역에서 나는 농작물을 먹어도 괜찮다고 하는데 지금 당장은 탈이 생기지 않을 수 있겠지만 그것들이 체 내에 쌓이고 몸에 이상이 생겨 후대 자손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어떻게 그 피해를 보상할건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광우병 때도 이런 식이지 않았나"라며 "정부가 지금 주장하는 것이 사실일지 몰라도 평소에 국민과 소통이 극히 적었고 이런 식의 불신이 쌓여가다보니 지금 정부에서 무슨 말을 해도 믿기 어렵고 부정적인 생각만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김천 연고인 50대 문모 씨 역시 "사전에 상의도 거치지 않고 대뜸 이렇게 발표를 해버리면 김천시민들은 어떡하란 말인가"라며 "인근에 농가가 많은데 유무형의 많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겠나"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사드 배치가 진짜 우리 국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을 위한 것인지조차 의문이 든다"며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수도권에 배치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감천면에 거주하는 한 초등학생마저도 사드 배치 소식에 "아직 꿈을 다 펼쳐 보지도 못 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건 아닌지 무섭다"며 막연한 두려움을 호소했다. 이들이 갖는 우려는 기본적으로 사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도 있고 더불어 정부와 국민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긴 것으로 비춰졌다.

"정작 인접 주민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김천 내에서도 반응이 엇갈렸다. 실제로 일부 시민들에게 사드는 그다지 위협적인 요소가 아니었다. 김천역 앞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에게 '사드 배치 문제로 시민들의 우려가 큰 것 같다'고 하자 "나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정책이 국회에서 막혀 있는 게 많은데 안보에 관한 것 만큼은 정부 정책대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정부 정책에는 반기를 들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천 사람들이 사드 반대 집회를 하더라는 소식을 들으면 내가 창피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아직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향수가 고령층에게는 진하게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천에서 10년 째 농사를 짓고 있는 40대 강모 씨도 "오히려 김천시민 보다 언론이나 다른 지역 사람들이 김천을 더욱 걱정하고 반대의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는 것 같다"며 "막상 김천시민들 별 관심도 없다. 현실적으로 농가에 큰 피해를 미칠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나보고도 반대 집회에 오라는 연락이 있었는데 피곤해서 가지 않았다"며 "어차피 배치가 될 거면 그냥 정부 믿고 두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부연했다.

사드 배치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 되는 김천 내에서도 사드를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갈래로 나뉜 상황이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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