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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 정우성 "천만배우? 평생의 숙제"


입력 2016.09.28 09:42 수정 2016.10.02 08:48        김명신 기자

'비트' 김성수 신작으로 악역 변신

흥행 위주 아닌 캐릭터 도전에 의미

'비트' 김성수 신작으로 악역 변신
흥행 위주 아닌 캐릭터 도전에 의미

배우 정우성이 영화 '아수라'로 파격 악역변신에 나섰다. ⓒ CJ엔터테인먼트 배우 정우성이 영화 '아수라'로 파격 악역변신에 나섰다. ⓒ CJ엔터테인먼트

“이미지 관리하는 배우요? 절대 아니에요. 다만 저를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을 뿐이죠.”

배우 정우성은 언제나 ‘스타’였다. 데뷔 이래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 ‘잘생김’으로 배우 중에 배우로 군림했고 그렇게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단 하나의 ‘조연’도 없다.

영화 ‘비트’로 신인배우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정우성은 ‘태양은 없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놈놈놈’, ‘신의 한 수’ 등 연이은 필모그래피를 완성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그렇게 탄탄대로를 이어온 정우성에게도 관객에 대한, 흥행에 대한 목마름은 있었다.

이번 신작 ‘아수라’의 흥행이 기대되는 이유다. 정우성의 출세작 영화 ‘비트’의 김성수 감독과의 재회라는 점에서 어느 때 보다 기대감이 크다. 또한 범죄형 액션물에서 처음으로 악역으로 변신한 정우성의 파격 행보에 적지 않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화 ‘아수라’ 언론시사와 VIP 시사 후 관객 평점이나 평단의 평가가 나쁘지 않다. 정우성의 연기 변신에 따른 찬사 역시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그 이름 값에 비례하는 성적표를 받을 수 있을까.

배우 정우성이 영화 '아수라'로 파격 악역변신에 나섰다. ⓒ CJ엔터테인먼트 배우 정우성이 영화 '아수라'로 파격 악역변신에 나섰다. ⓒ CJ엔터테인먼트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은 연신 미소를 지었다. 최근 진행된 VIP 시사회에서 영화인과 일반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졌고, 예매율 역시 60% 가까이 되고 있는 상황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우성 역시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MBC ‘무한도전’ 출연 후 주변 반응이 너무 좋더라고요. 함께 한 배우들과 같이 놀아보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가 닿았던 거 같아요. 저희 영화를 본 지인들 반응도 '부럽다'고 하더라고요. 부러우면 지는 건데. 하하.”

정우성의 이번 작품에 따른 행보가 남다르다. 워낙 친한 김성수 감독과의 작품인데다 출연진과의 팀워크 역시 남달랐고 그에 따른 영화 홍보를 위해 소매를 걷어 부치고 나선 모습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 당시 독특한 이벤트로 등장해 주목을 받은 가운데 영화 개봉을 앞두고 ‘무한도전’ 출연 등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매 작품마다 팀워크가 좋았고 분위기도 좋았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다른 거 같아요. 그 바탕에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깔려 있었죠. 촬영 내내 치열하게 싸우고 몰입하고 했지만 그 힘듦 속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 더욱 커진 것 같아요. 진정한 ‘팀워크’가 아닌가 싶어요.”

배우 정우성이 영화 '아수라'로 파격 악역변신에 나섰다. ⓒ 보그 배우 정우성이 영화 '아수라'로 파격 악역변신에 나섰다. ⓒ 보그

영화 ‘아수라’는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등 충무로 최고의 라인업이라는 찬사와 맞물려 연기파 배우들의 132분간의 향연이 압도적인 작품이다. 다소 잔인한 액션이 가미된 19금 청불 영화에도 불구하고 남녀불문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온 이유 역시 배우들의 명연기가 바탕이 됐다. 그 연기력 바탕에는 ‘팀워크’가 있었다는 게 정우성의 전언이다. 서로를 배려하는 연기 속 치열하면서 불꽃튀는 연기 배틀이 ‘아수라’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사실 배우로서 동료 배우에게 ‘부럽다’는 말을 듣는 게 가장 큰 찬사거든요. 부분적인 평가를 뛰어넘어 작품 전체에 대한 강한 인상을 표하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기쁘죠. 부러우면 지는 건데. 하하. 그 천만 배우(이정재)도 ‘부럽다’고 하더라고요. 참 뿌듯했죠.”

영화 속 비리 형사 한도경으로 분한 정우성은 러닝타임 내내 멀쩡한 얼굴을 볼 수 없다. 대사의 절반이 욕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로 기존의 정우성 캐릭터를 완전히 깬 그야말로 파격 변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오로지 김성수 감독에 대한 믿음이었다. 정우성은 “철저하게 감독에 대한 신뢰와 믿음으로 작품을 선택했다”면서 “현장에서의 작업 방식이나 치열함, 그런 것들이 좋았고 다른 배우들도 그런 현장 스타일을 맛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모든 바람이 이뤄진 거 같아 너무 좋다”고 만족을 표했다.

배우 정우성이 영화 '아수라'로 파격 악역변신에 나섰다. ⓒ CJ엔터테인먼트 배우 정우성이 영화 '아수라'로 파격 악역변신에 나섰다. ⓒ CJ엔터테인먼트

정우성이 분한 한도경이라는 인물은 말기 암 환자인 아내의 치료비를 위해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의 온갖 더러운 뒷일을 처리해 주며 돈을 받아온 비리 형사다. 그러나 모든 약점을 검찰에게 들킨 후 박성배와 검찰 사이에서 갈등하고 태풍의 눈이 되는 핵심 인물이다.

“정말 가진 건 쥐뿔도 없이 자존심만 강한 남자, 그게 한도경이거든요. 어릴 적 나쁜 선배들에게 돈을 빼앗기면서 비굴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연기했죠. 하하. 한도경에게 연민을 느끼면 안됐어요. 느끼려고 하면 차단했죠. 제가 연민을 느끼면 관객들에게 불쌍하게 보이려고 하는 의도가 고스란히 전달되거든요.”

착한 외모, 선해 보이는 남자가 주변의 상황에 따라 악인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악의 수렁에 빠지게 되면서 받는 스트레스와 압박은 고스란히 욕으로 표출됐고, 관객은 그렇게 울부짓는 한도경에 몰입하며 그에게 연민을 느낀다.

정우성은 “자기 스스로에 대한 분노를 터트리는 단어가 욕이었던 거 같다”면서 “결정적으로 카 액션신에서 그 스트레스가 폭발했고, 별의 별 욕을 다 한 거 같다. 너무 많이 한 나머지 감독님이 욕은 그만하라고 하더라”라고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언급하기도 했다.

‘아수라’ 속 정우성의 재발견이라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 역시 이 대목이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 속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이번 작품에서 만큼은 선한 정우성을 찾아볼 수 없다. 안 어울릴 것 같은 욕도 찰지게 표현했다. 액션도 기존의 기교를 부린 액션이 아닌,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현실형 액션을 선보이며 공감대를 이끈다. 물론 물오른 연기력이 한 몫을 톡톡히 했다.

“곽도원과 황정민 형이 붙는 신을 보면서 진짜 박수를 치고 싶더라고요. 두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가 불꽃도 튀지만 그 광기의 연기를 보면서 박수가 절로 나더라고요. 짝대기 역을 연기한 김원해 형도 극초반에 지나가는 역일 수도 있는데 정말 완성도 있게 잘 표현했어요. 윤제문이나 주지훈의 경우에도 정말 캐릭터를 잘 소화했고요. 무엇보다 정만식의 경우는 얼굴 자체가 어두운 골목길에서 만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게 생겼잖아요. 정말 실감 나게 연기했죠. 하하.”

배우 정우성이 영화 '아수라'로 파격 악역변신에 나섰다. ⓒ CJ엔터테인먼트 배우 정우성이 영화 '아수라'로 파격 악역변신에 나섰다. ⓒ CJ엔터테인먼트

정우성이 이번 작품에 대해 남다른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출연 배우들의 호흡과 열연 때문이다. 그는 “아직 조심스럽지만 좋은 성과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 영화”라며 기대감을 표출했다.

그러면서도 천만 영화, 천만 배우에 대해서는 ‘죽을 때까지 숙제’라고 자신을 낮췄다.

“최근 일 년에 한 두 편의 천만 영화가 나오는 거 같은데 나도 해야 할 거 같고 그런 생각은 들죠. 하지만 당연한 건 없잖아요. 죽을 때까지 못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배우로서 내가 얼마나 지치지 않고 본연의 자세에 충실하면서 작품에 매진하느냐가 중요한 거 같아요. 천만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면 큰 선물이겠지만 욕심을 내서 바랄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정우성의 필모그래피 속 작품들은 오로지 본인 스스로 선택한 작품이다. 흥행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 있으면서도 절대 아쉽지 않은 작품들이라고 자부하는 이유가 바로 그 것이다. 정우성은 “배우는 캐릭터에 충실했을 때 정말 멋있어 보인다”면서 “관객수가 아닌 캐릭터를 제대로 투영하지 못했을 때 아쉬움을 느낀다. 내가 선택한 작품에 충실한 게 배우로서 숙제를 해 나가는 과정이고 이번 작품을 통해서도 숙제를 남길 수 있다. 여전히 내가 해야 할 일이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무한도전’을 통해 다소 코믹스러운 면모도 과시한 정우성은 차기작으로 로맨틱 코미디 역시 도전해보고 싶단다. 해외 진출 역시 기회가 닿는다면 적극 도전해볼 생각이다. 물론 일련의 과정에서 ‘호평과 혹평’에 따른 지적은 감내해야 할 숙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우성은 도전하고 싶고, 그 만의 무한한 도전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흥행을 위한 연기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은 항상 고려하고 있죠. 물론 새로운 도전을 할 때는 그 과정에서 좋은 소리, 안 좋은 소리 들을 수 있겠지만 더 미래를 봤을 때는 영화인으로서 값어치 있는 도전이 아닐까 생각해요. 또 개인적으로는 입봉작에 따른 고민도 많구요. 꿈은 계속되고 있고 도전도 계속되고 있어요. 버티는 자가 이기는 거거든요.”

김명신 기자 (s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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