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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타협이 없는 곳에 파업이 있다


입력 2016.09.27 09:57 수정 2017.12.01 13:18        박민 기자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 우려 없애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하는게 우선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 우려 없애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하는게 우선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발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발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정부당국과 노동계간 갈등으로 빚어진 파업은 맥락이 늘 비슷하다. 양측의 주장을 살펴보면 둘 다 일리가 있다라는 점이다. 어느게 더 중요하다라며 우선 순위를 논하기도 어렵다. 이른바 양시론(兩是論)인 상태다. 이에 어느 한쪽이 무조건으로 맞다고 정의내릴 수 없는데도 늘 한쪽 손만 들어주길 바라는 이기심에 결국 파행으로 치닫는다.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도 늘 반복되는 모습이다.

지금 공공부문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파업도 그렇다. ‘성과연봉제’를 놓고 정부와 노동계가 서로의 주장만 앞세우며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지난 23일 금융노조를 시작으로 27일에는 철도, 지하철 등 공공운수노조 파업이 이어졌고, 28일 보건의료노조와 29일 공공연맹노조도 파업이 예고돼 있다.

충분히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보이지만, 늘 고강수를 둬 그로 인한 피해는 이용자인 국민들이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와 노동계가 한치의 물러섬 없이 대립하는 쟁점은 공공기관 내에서 도입중인 ‘성과연봉제’다. 성과연봉제는 개인별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임금 체계다. 이는 근속년수에 따라 따라 자동으로 연봉이 올라가는 호봉제가 아닌 업무 결과를 평가에 의해 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즉 일 잘하는 사람에게 더 나은 임금을 주겠다는 설명이다.

정부와 사측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올 1월부터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서둘렀고, 올 상반기 120개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했다. 정부 권고안이 발표된 지 4개월 반 만이다. 다만 이중 44%인 53곳이 노사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결정해 논란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일단 정부는 성과연봉제가 시행되면 일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그동안 공공기관이 지적을 받아왔던 방만 경영과 과도한 부채, 낮은 생산성 등 문제점을 해결하고 정상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임금효율화로 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도 늘어나고, 정규-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를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것만 놓고 보면 하루바삐 시행해야 할 좋은 임금체계처럼 들리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민간기업과 달리 ‘공익성’을 기반으로 한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가 시행되면 성과주의 만연으로 안전보다 이윤, 협업보다 실적 위주의 이기적 노동형태가 늘어나 오히려 국민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노동계는 ‘성과연봉제’가 시행되면 사측 입맛대로 ‘근로자 해고’가 쉬워질 것으로 보고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라며 반대하고 있다. 민간기업처럼 영업과 매출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저성과자로 평가받을 경우 향후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 사유가 있을 때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데일리안 경제부 박민 기자 데일리안 경제부 박민 기자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 각각 십분 공감되는 내용이지만 이렇다 할 합의안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오히려 파업 등 갈등으로만 치닫고 있다. 어느 한쪽도 양보를 하지 않은 채 자기의 입장만 고수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경책을 내세웠고, 노조 역시 국민 불편은 안중에 없고 “무기한 총파업을 불사하겠다”며 결기만 가득하다.

사실 양측 모두 현재 국내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국내 노동시장은 청년실업률과 고용 양극화 등의 문제가 심각하고, 이에 여러 측면에서 손질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이에 노동시장의 임금체계 개편 등의 구조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상태다.

이에 정부와 노동계는 서로 강경책으로 맞설게 아니라 협상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눠야 할 시점이다. 특히 정부는 국민들의 우려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해야 하고, 제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책무도 있어서다.

제도실행을 앞두고 중요한 것은 기대보다 우려를 없애는 일일 것이다.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가 나왔더라도 적어도 우려했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으면 반은 성공했다 볼 수 있다. 이에 조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관계자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시행이 필요해 보인다.

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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