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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란도 투리스모가 현대차에 굴욕 안겨준 울릉도 가보니


입력 2016.09.26 15:39 수정 2016.09.26 16:17        경북 울릉군 =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르포>국내 유일 4륜구동 9인승 차량…관광용 택시 경쟁력 월등

법인택시 전량 교체…개인택시도 교체 잇달아

코란도 투리스모 택시들이 23일 울릉도 사동항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코란도 투리스모 택시들이 23일 울릉도 사동항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지난 3월. 국내 완성차 5사 중 말석(末席)에 자리한 쌍용자동차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영토 중 가장 동쪽에 위치한 울릉도에서 작은 파란을 일으켰다. 울릉도의 유일한 법인택시 회사의 보유 차종을 모두 코란도투리스모로 갈아치우며 현대·기아차에 굴욕을 안겨준 것이다.

울릉도 SUV 시장에서 현대차에 이어 2위(2016년 상반기 울릉군 자동차등록현황 기준)를 달리고 있는 쌍용차의 선전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23일 울릉도를 찾았다.

동해 묵호항을 출발한 여객선이 울릉도 사동항에 도착하자마자 수많은 택시와 렌터카들이 여행객들을 맞았다. 대중교통이 변변치 않은 울릉도 관광을 위해서는 택시나 렌터카, 관광버스 중 하나를 이용해야 한다.

특히 지붕 위에 ‘법인’ 표시가 된 코란도 투리스모가 많이 눈에 띈다. 울릉도에 있는 총 47대의 택시들 중 법인택시는 14대로, 전량 코란도 투리스모다. 지난 3월 법인택시회사가 기존 보유 차종들을 모두 코란도 투리스모로 교체하면서 쌍용차의 점유율이 부쩍 늘었다. 나머지 33대의 개인택시 중에서도 올해 들어서만 5대가 코란도 투리스모로 교체됐다.

울릉도 코란도 투리스모 택시 1호차 기사 천태원 씨가 23일 자신의 택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쌍용자동차 울릉도 코란도 투리스모 택시 1호차 기사 천태원 씨가 23일 자신의 택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쌍용자동차

사실 울릉도에 처음으로 코란도 투리스모를 들여온 건 법인택시 회사가 아니라 개인택시 운전자다.

울릉도 코란도 투리스모 택시 1호차 기사인 천태원(52) 씨를 만나 사연을 들어봤다.

“울릉도 택시 기사들에게는 한 명을 더 태울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하루 장사가 좌우되기도 합니다. 자리 하나가 모자라 15만원(가이드 포함 택시비) 받을 손님을 놓치면 너무 안타깝죠. 전에 5인승짜리 SUV를 몰았을 때는 7인승 택시에 손님을 뺐긴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7인승 택시가 놓친 손님을 제가 모십니다.”

9인승 차는 코란도 투리스모 외에도 많다. 하지만 울릉도에서 택시로 사용할 수 있는 9인승 차는 코란도 투리스모 뿐이다. 경사와 급커브가 많은 지역 특성상 4륜구동 SUV만이 사계절 내내 섬 곳곳을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눈이 많이 오고 잘 녹지도 않아 4륜구동이 아닌 차량은 택시로 사용이 불가능하다. 실제 울릉도에서 운영되는 47대의 택시는 모두 4륜구동 SUV다.

렉스턴W(왼쪽)와 코란도 투리스모 택시가 23일 저녁 울릉도 시내를 운행하고 있다.ⓒ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렉스턴W(왼쪽)와 코란도 투리스모 택시가 23일 저녁 울릉도 시내를 운행하고 있다.ⓒ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보통 두 가족이 함께 오면 인원이 7~8명 되는데, 택시 두 대를 타긴 부담스러우니 예전엔 관광버스나 렌터카로 돌아섰죠. 하지만 코란도 투리스모 택시가 운행을 시작한 뒤로는 그런 손님들도 충분히 모실 수 있고, 손님들에게도 이익입니다.”

천 씨에 따르면 택시로 울릉도를 여행하는 코스는 크게 두 가지다. 울릉순환로는 원으로 연결돼 있지 않고 동북쪽에서 끊겨 있다. 섬 남쪽에 위치한 항구들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A코스의 경우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며 가이드를 제공하는 비용이 15만원,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B코스는 6만원을 받는다.

A코스 기준으로 8인이 함께 움직인다면 관광버스(1인당 2만원)보다 코란도 투리스모 택시가 더 저렴한 셈이다.

천 씨는 “코란도 투리스모는 울릉도에서 가장 경사가 심한 나리분지도 눈길에서 8명의 손님을 태우고 거뜬히 올라갈 수 있다”면서 차량의 성능에 대해서도 만족을 나타냈다.

이처럼 이점이 확실하다 보니 수입도 크게 늘었고, 다른 기사들도 코란도 투리스모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고 천 씨는 전했다.

“코란도 투리스모로 바꾼 이후 월수입이 40~50%는 늘었습니다. 제가 영업이 잘 되는걸 보고 한 달쯤 뒤에 두 명의 개인택시 기사가 뒤를 이었고, 나머지 기사들도 기존 차량 할부가 끝나면 코란도 투리스모로 바꾸겠다는 사람들이 어림잡아 80%는 됩니다.”

쌍용차 포항사랑영업소 김경민 부장이 23일 코란도 투리스모 택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쌍용자동차 쌍용차 포항사랑영업소 김경민 부장이 23일 코란도 투리스모 택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쌍용자동차

쌍용차의 울릉도 판매를 책임지는 쌍용차 포항사랑영업소 김경민 부장은 “코란도 투리스모 택시가 나오기 한참 전부터 천 씨로부터 독촉을 받았고, 결국 1호차가 나오자마자 바로 전달해줬다”면서 “울릉도에서 운행된 사례가 없었음에도 불구, 일찌감치 4륜구동 9인승 SUV의 진가를 알아본 것”이라고 전했다.

김 부장은 법인택시가 코란도 투리스모로 전량 교체한 배경에 대해서도 “기존 5인승 택시(투싼)는 한두 명 때문에 손님을 놓치는 등 영업이 어려워 기사 채용에 애로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탄생 시점에 비해 울릉도 택시로의 데뷔가 늦었던 것은 올해 초 들어서야 다인승 차량 택시영업허가가 났기 때문이다.

올 3월부터 코란도 투리스모가 울릉도에서 합법적으로 택시 운행을 시작했고 그 이후 단 6개월간 19대(법인 14대, 개인 5대)가 투입되며 울릉도 택시시장의 40% 이상을 장악했다. 기존 판매된 렉스턴(8대)를 더하면 울릉도 택시의 57%가 쌍용차다.

‘4륜구동’과 ‘9인승’이라는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경쟁차가 없는 만큼 앞으로 코란도 투리스모 택시 판매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쌍용차는 보고 있다.

김경민 부장은 “비록 울릉도에 공급된 코란도 투리스모 택시가 숫자가 절대적으로 많은 것은 아니지만 1년에 40~50만명이 찾는 관광지에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타는 택시가 된다는 점에서 대수보다는 홍보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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