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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합시다!" 국회 이젠 필리‘밥’스터 탄생!


입력 2016.09.23 22:04 수정 2016.09.24 00:02        장수연 기자

여, 대정부질문 막고 "국무위원 굶기는 경우가 어디 있냐"

정진석 27분 단상 점거에 결국 정 의장 '30분 정회' 선포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심재철 국회부의장이 23일 저녁까지 이어진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도중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저녁을 먹지못한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의원들이 저녁을 먹을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과 심 국회부의장에게 사회권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 격하게 항의하며 소리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심재철 국회부의장이 23일 저녁까지 이어진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도중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저녁을 먹지못한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의원들이 저녁을 먹을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과 심 국회부의장에게 사회권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 격하게 항의하며 소리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아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23일 저녁까지 이어진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도중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저녁을 먹지못한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의원들이 밥을 먹을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과 심재철 국회부의장에게 사회권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 항의하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아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23일 저녁까지 이어진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도중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저녁을 먹지못한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의원들이 밥을 먹을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과 심재철 국회부의장에게 사회권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 항의하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의장님, 식사를 좀 하고 하시죠. 저희도 밥 못 먹었어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의장이 혼자 밥을 먹어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제가 식사하는 거 봤어요? 왜 거짓말을 해요! 내가 언제 밖에 나갔어요!" (정세균 국회의장)
"빨리 진행해요! 빨리하고 밥 먹으러 가요!"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본회의장에서 '식사권 파동'이 벌어졌다. 새누리당이 국무위원들의 식사시간 보장을 요구하면서 국회 교육·사회·문화 문야 대정부질문이 중단됐다. 23일 대정부질문이 정회없이 계속되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저녁 7시 50분께 정세균 국회의장의 단상 앞에 서서 국무위원의 저녁 식사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며 정회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사이에 삿대질과 고성이 오고갔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정세균 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함께 미국 순방길에 올라 미국을 방문해 안보에 한목소리를 내며 가능성을 엿보게 했던 '협치'가 일주일도 안돼 무색해지는 대목이었다.

새누리당의 분노는 저녁 7시께 잡힌 의원총회에서부터 끓기 시작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야당이 추진하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의 상정을 미루고자 국무위원들이 장황한 답변으로 시간 끌기에 나서는 듯한 상황이 연출됐고 장시간의 질의로 국무위원을 비롯해 의원들도 저녁식사를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김밥이 오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하자 조원진 최고위원은 "시장한 게 문제가 아니고 의장의 행태가 문제다. 자기들은 밥을 먹으러 가면서 국무위원들은 굶고 있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어 단상에 오른 정 원내대표도 "옛날 같으면 잡아 끌어 내리기라도 하겠는데, 완력이라도 써보겠는데!"라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많이 힘들게 해드려서 죄송하다"며 "원내사령탑으로서 역량의 한계를 느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완영 의원도 "이렇게 식사시간도 없이 당신들만 배부르고 우리는 굶겨가면서 회의를 진행하는 저의가 뭐냐!"고 큰소리를 냈다. 정 원내대표가 김밥이라도 먹을 것을 제안하자 유민봉 의원이 "저희도 먹지 맙시다. 대단한 것도 아닌데..."라고 말하며 불은 지펴졌다. 의총장에 모여있던 새누리당 의원 전원은 본회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3일 저녁까지 이어진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도중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심재철 국회부의장이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저녁을 먹지못한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의원들이 저녁을 먹을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과 심재철 국회부의장에게 사회권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 항의하며 대화를 요구하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3일 저녁까지 이어진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도중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심재철 국회부의장이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저녁을 먹지못한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의원들이 저녁을 먹을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과 심재철 국회부의장에게 사회권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 항의하며 대화를 요구하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 원내대표는 질의자의 마무리발언이 끝나자 곧장 정 의장의 단상 앞으로 향했다. 그는 정 의장을 향해 "국무위원은 식사할 권리도 없느냐, 30분만 김밥 먹을 시간이라도 줘야지"라며 "국무위원을 하루 종일 굶기고, 국회에 오점을 남기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정 의장은 "회의가 늦어진 게 누구 때문이냐"며 "회의진행은 제가 알아서 한다. 들어가시라"며 정회를 거부했다.

곧장 여야 의원들의 서로를 향한 고성과 삿대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이 "혼자 밥먹고 오는 사람이 어딨어요!"라고 정 의장에게 소리치자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빨리 진행해! 빨리 하고 밥먹으러 가세요!"라고 맞받았다. 정 의장은 "제가 식사하는 거 봤어요? 내가 언제 밖에 나갔어요"라고 외친 후 다음 질의자인 김석기 새누리당 의원을 향해 질의할 것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정 원내대표는 꿈쩍도 않았다. 오히려 반발하는 설 의원을 향해 "자신 있으면 (의장석에서) 끌어내봐!"라고 큰소리를 쳤다.

정 의장은 정 원내대표에게 "왜 이런 상황이 초래됐는지 잘 알지 않느냐"며 "왜 회의가 2시30분으로 미뤄졌는지 시시비비를 잘 따져보라"고 다그쳤다. 그러면서 "의원들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할 권한이 있지만 국무위원은 필리버스터를 할 권한이 없다"며 "국무위원들이 답변을 (의도적으로) 길게 하는 것을 그냥 놔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야당 의석에선 새누리당과 국무위원들이 저녁 식사 시간을 핑계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시도한다는 뜻의 "필리밥스터"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의회 독재다"며 "헌정사에 이런 적이 있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자리에 서서 고함을 치며 정 의장의 진행방식에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정 원내대표가 뒤 돌아 여야 의원들에게 "여러분들 식사하셨습니까"라고 묻자 여당 의원 자리에서는 "아니요!"라는 대답이, 야당 의원 석에서는 "네"라는 대답과 함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야당이 "떼쓰기 좀 그만하자"고 외치자 여당 의원들은 "아니 본인들이 먹었다고!"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김태흠 의원이 "최악의 의장입니다!"라고 정 의장을 비난하자 야당에서는 "최악의 새누리당!"이라는 힐난이 쏟아졌다.

정 의장은 지지 않았다. "정도가 있어야죠. 3당 원내대표가 나가서 얘기하세요. 부끄럽게 이게 뭡니까!”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이 편향돼야 됩니까? 공정해야 됩니까”고 따져 물은 후 팔짱을 끼고 의장석 앞에 버티고 서 있었다. 그러면서 “저희들도 밥 좀 먹어야 겠다”고 했다. 지팡이를 짚고 정 원내대표 옆에 선 심재철 부의장도 정 의장을 향해 “한번은 (사회) 기회를 주셔야죠”라고 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지원사격을 했다.

결국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정 원내대표를 설득하며 "밖으로 나가 얘기하자"고 잡아끄는 과정에서 둘 사이에 가벼운 몸싸움도 일어났다. 40분 가까이 단상 앞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면서 여야 의석에서도 험한 말이 오갔다. 한 새누리당 의원이 "이렇게 괴팍한 국회의장은 처음 본다"고 하자 더민주의 한 의원은 "아이, 충성하는거 다 보였어. 청와대에서 충성을 이해했으니까 이제 그만해도 돼~"라며 비꼬았다.

새누리당의 의사진행 방해가 27분 가량 지난 저녁 8시26분. 결국 정 의장은 “밤 9시까지 정회한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저녁식사 투쟁’을 벌인지 27분만에 30분간의 저녁식사 시간을 벌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대정부질문 파행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필리밥스터'라고 한다. 집권여당 대표가 국무위원 밥 먹이라고 데모하는 사회가 됐다"며 "의사진행을 지연시키는 방법도 가지가진데 그게 좀 품위 있고 국민들이 볼 때 납득할 이유를 가지고 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살다가 무슨 국무위원 밥 가지고 의사진행방해하는 여당은 처음 봤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느냐"며 "진지하게 싸워야하는데 웃음이 나서, 그분들도 보니까 다 웃더라"고 말했다.

중재자 역할로 나섰던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아침에 기류변화가 있다고 했는데 오늘 질의동안 변화가 더 심해졌다고 봐도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기상청장이 아니라서 정확하게 예보할 수가 없다. 아직도 못 느꼈나"라며 웃어 보였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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