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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국을 보라, 아이유만 욕 먹어야 할까


입력 2016.09.22 10:22 수정 2016.09.22 11:42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연기력으로 존재하기보다 인격성의 이미지로 존재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 출연 중이던 배우 한가인은 생전 겪어보지 못했던 연기력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배우 한가인이 연기력 논란에 시달린 이유가 여러 측면에서 부각되었지만 그 가운데는 아역 배우에 비해서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점도 있었다. 아역 배우가 워낙 연기를 잘하고 큰 인기를 끌었던 것과 대조적인 면이 한가인에게서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의 아역 배우는 '구르미 그린 달빛'의 박보검 연인 김유정이었다. 이러한 점은 드라마 '대장금'에서도 오래 전에 부각된 바가 있었다. 이때 주인공은 배우 이영애였다. 이 즈음 이영애의 연기력 논란도 아역 배우가 연기를 깜찍하게 잘 했다는 점에서 대조의 비교 대상이 되었다. 아역 배우와 싱크로율이 낮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영애는 한류 스타가 되었다. 드라마가 워낙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6년 새삼 가수 아이유가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때문이다. 그 동안 여러 차례 드라마 주인공까지 했던 아이유가 이렇게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는 것은 의외의 현상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동안 불거지지 않았던 연기력 논란은 왜 일어난 것이며 그것은 정말 아이유의 연기력 때문인지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분석을 해야 하는 이유는 연기력 논란이 비단 연기자의 능력 때문에 불거지는 문제라고 오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칫 소모적인 논쟁이 될 수가 있으며, 엉뚱한 진단의 프레임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젊은 배우들의 경우에 드라마에서 많은 대사와 감정 연기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특히 연기 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받지 않은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트렌드 드라마에서도 중장년 배우들의 역할이 감초연기를 넘어서서 중심축을 잡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뉴페이스로 신선한 자극과 선호를 보이는 젊은 스타가 필요한 것이 대중문화의 속성이라는 점에서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칫 연기력 논란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범주를 벗어나는 대본과 연출, 카메라 촬영 편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해당 작품과 배우의 캐릭터 일치율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단지 아역 배우의 이미지가 성연 연기자의 캐릭터와 불일치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인 것이다.

아이유의 경우에는 그동안 다채로운 감정과 대사를 전면에서 소화해야 하는 배역을 크게 요구받지 않았다. 그것은 제한적이었고 자신의 본래적 캐릭터에 맞는 한에서만 요구되었다. 아이유가 스타 입지를 갖게 된 것은 비주류의 저항적 문화코드 때문이었다. 이는 노래만이 아니라 배우의 연기 캐릭터에도 그대로 투영이 되어 왔다. 당연히 연기의 폭과 층위는 전면적이지 않았다.

또한 아이유라는 마스크 캐릭터를 억지로 중심이라고 우기지도 않았다. 대사량이나 감정선의 구사가 다채롭거나 많지 않아도 순수하면서도 풋풋한 이미지를 잘 살려 섹시한 배우들의 캐릭터와 철저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아이유는 주변부나 저항적 문화코드에 있지 않고 이미 중심에 들어앉아 있게 되었으며 마스크가 섹시한 배우의 위치로 격상되는 아이러니에 빠져버렸다.

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아이유에게 무리한 감정선의 구사를 요구했다. 그것이 아이유에게 가능하다고 보았던 것은 아이유가 근본적으로 어느 역량에 기반을 두고 있는 연예인인지 망각했기 때문에 벌어진 오류다. 아이유 캐릭터에 대한 진단보다 더 심각한 연기력에 대한 오진이며 이는 연출력의 미스매치다. 아이유의 캐릭터는 아이유가 가지고 있는 본래 진정성과 분리되어 붕붕떠다니는 연기로 구현되었다. 여기에 카메라는 아이유의 얼굴에 클로즈업을 남발하면서 시청자의 감정 소모를 시시때때로 요구하고 있다.

대중미학적인 관점에서 이는 가능하지 않는 일이다. 더구나 영화가 아니라 연속극이라면 피로감은 가중된다. 무엇보다 드라마 자체가 매력과 흥미가 떨어진다는 점이 배경원인으로 작동하고도 있다. 재미있는 드라마라면 아이유 자체가 그렇게 혹평의 대상이 될 리가 없을 것이다. 이는 '해를 품은 달'이나 '대장금'에서 익히 봐 왔던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꽃미남 사이에서 아이유를 통해 감정이입과 공유가 되어야 하는데 이 조차 어려운 일이다.

드라마 '쇼핑왕 루이'의 주인공 서인국은 슈스케 출신의 가수로 지금은 가수보다는 배우로 많이 알려져 있다. 웬만한 배우보다 연기를 잘한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나 그도 언제든지 연기력 논란에 시달릴 수가 있다. 서인국이 가지고 있는 역량과 캐릭터성격에서 벗어날 때 연기력에 대한 비난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무리한 대사량과 감정선의 다채로운 구사는 버거운 일이 된다.

하지만 그것은 서인국 스스로의 문제가 아니라 그를 매개로 누가 연출 제작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은 어쩌면 대중스타들이 드라마 연기를 통해서 누구나 한번쯤은 극복해야할 문제이고 특히 가수들은 통과의례처럼 한번쯤은 거쳐야할 문제일 것이다. 다만 언제 어느 작품을 통해 그러한 시험대를 통과해야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물론 소속사나 매니지먼트를 통해서 사전에 거르거나 리스크 헷징을 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아이유는 그런 점에서 이번에 실패한 셈이 되었다.

여기에서 새삼스럽게 아이유를 옹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아이유는 대중 스타가 되었고, 대중미디어에서 소비되고 있다. 그러나 그 소비는 제한된 원칙에 따라서 분별되어 이뤄져 왔다. 하지만 최근의 연기력 논란은 여기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를 해당 당사자인 아이유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이유의 역량은 본래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역량을 적절하게 살리는 것은 제작 연출자들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똑같은 칼이라고 해도 누가 쓰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듯이 말이다. 연기력만을 탓할 이유는 없다. 대중스타들은 연기력으로 선호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의 인격성의 이미지 때문에 그 입지를 존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통해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전해주는 것이면 족할 뿐이니 그것에 충실하지 않게 된 이유를 밝히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초점을 모으는 게 해법이 될 뿐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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