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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의 미래 될 수 있는 '이병규 현재'


입력 2016.09.07 11:10 수정 2016.09.08 11:18        데일리안 스포츠 = 케이비리포트팀

[이용선의 견제구]'레전드 외면' LG 리빌딩 성공 여부는?

외면 당하는 이병규(가운데)의 모습은 박용택(왼쪽)의 미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과거가 되어버린 이진영. ⓒ LG 트윈스
외면 당하는 이병규(가운데)의 모습은 박용택(왼쪽)의 미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과거가 되어버린 이진영. ⓒ LG 트윈스

9월 확대 엔트리에도 그의 이름은 없었다. LG 트윈스 ‘적토마’ 이병규가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LG의 퓨처스리그 일정은 지난 3일 이천 한화 이글스전을 끝으로 모두 종료된 상황. 이날 이병규는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이병규의 2016시즌 퓨처스리그 기록은 타율 0.401(147타수 59안타) 3홈런 29타점, 그리고 0.999의 OPS(출루율 + 장타율)로 마무리됐다. 많은 팬들은 퓨처스리그 한화전이 이병규의 ‘은퇴 경기’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이병규의 1군 콜업 불발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프로야구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경기 흥행만으로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종종 간과되고 있지만 프로야구는 근본적으로 팬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700만 관중을 돌파할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기에 주요 대기업들이 수백억 원의 운영비를 지출하고 스타플레이어들은 고액의 연봉을 받는다. 팬들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하며 팍팍한 삶으로부터 대리만족을 얻는다.

하지만 팀 역사상 최고의 타자가 퓨처스리그에서 건재함을 보여줬음에도 1군에 등록되지 못한 현실을 납득하기 어렵다. 이병규의 콜업 불발 이유와 관련해 LG 구단과 양상문 감독은 그 누구도 속 시원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만일 이병규가 2군에서 부진했다면 1군 콜업 무산은 당연하다. 하지만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듯 1군에서 뛸 수 있는 기량을 보였다면 최소한의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경쟁의 기회조차 받지 못한 레전드가 팬들의 안타까움 속에서 고사당하는 순간이다.

양상문 감독은 ‘리빌딩’을 명분으로 이병규의 존재를 외면하고 있다. 양 감독은 지난 6월 “6살 팬이 성인이 되기 전에 우승하는 팀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병규와 같은 베테랑을 팀 전력에서 배제하는 것이 장기적인 전력 구상에서 ‘이기는 팀’을 만들기 위한 일환이라고 천명한 셈이다.

‘리빌딩’이라는 명목으로 레전드를 내치는 LG 구단의 행태는 처음이 아니다. 이상훈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SK로 트레이드될 때도, 유지현이 시즌 도중 은퇴로 내몰렸을 때도, 그리고 김재현이 FA 자격을 얻어 떠날 때도 LG는 마법의 주문처럼 ‘리빌딩’을 내세웠다.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과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주역들은 이처럼 쓸쓸하게 선수 생활을 마감하거나 LG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그렇다면 냉혹하다 싶을 정도로 레전드들을 내치고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 LG의 리빌딩은 순탄했을까. 답은 팬들이 아는 그대로다. 2002시즌 이후 다시 포스트시즌에 복귀하기까지 무려 11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 리빌딩 주축으로 주목받던 젊은 선수들은 오히려 LG를 떠난 뒤에 기량을 꽃피웠고 팀은 기나긴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2013시즌 긴 암흑기를 청산했다. 74승 54패(승률 0.578)로 21세기 들어 가장 빼어난 정규시즌 성적을 올린 해다. LG는 시즌 막판까지 최강팀 삼성과 선두 경쟁을 벌였고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이 해 LG는 신구조화를 앞세웠다. 이병규가 0.348의 타율로 역대 최고령 타격왕을 차지하며 팀을 이끌었고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도 분전했다. 새 얼굴인 김용의와 문선재는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베테랑과 젊은 피가 한데 어우러진 2013년의 성과는 LG에 많은 것을 시사했다.

양상문 감독은 이병규 콜업과 관련, 속 시원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은 이병규 콜업과 관련, 속 시원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 LG 트윈스

고작 3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올 시즌 LG는 2013년을 이미 잊은 모습이다. 특히 타선이 하락세를 겪은 지난 6월에는 변변한 대타 요원조차 없었지만 2군에서 맹타를 휘두르는 이병규를 무시했다.

지금도 치열한 5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LG는 여전히 클러치 히터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간 선전했던 젊은 타자들이 시즌 종반에 이르자 버거워하는 모습이다. 한 방이 절실한 기회를 좀처럼 살리지 못한 채 잔루를 양산하고 있다. 그리고 이병규의 자리는 없다. 공교롭게도 이병규의 콜업 논란이 불거진 시점부터 8경기서 2승 6패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확대 엔트리에 대해 양상문 감독 “필요한 선수를 올렸다”며 이병규의 외면 이유를 둘러 밝혔다. 그러나 ‘필요한 선수’에 포함됐던 투수인 이창호는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채 지난 5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병규가 LG 레전드의 안타까운 잔혹사를 잇게 될 가능성은 크다. 그리고 이는 현재 활약 중인 선수들의 미래와도 연관이 된다. 2000안타를 넘어 3000안타가 목표라 밝힌 박용택과 LG에서 2000경기 출전 및 2000안타 대기록을 수립한 정성훈이 당사자다. 이들이 이병규와 같은 나이에 공정한 경쟁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담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다.

조직 관리를 하는 이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구성원을 숫자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사람이 있다. 단순히 더하고 빼는 간단한 수식이 아니라는 뜻이다.

팀의 레전드가 고사당하는 현실 속에서 LG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선수들은 자신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기회가 돌아오는 점을 기뻐할까. 아니면 소속 팀에 대한 애정이나 충성심과는 상관없이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버림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까.

글: 이용선/정리: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김정보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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