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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협치’ 약속은 ‘대치’ 예고였나


입력 2016.09.01 06:03 수정 2016.09.01 06:03        고수정 기자

<기자수첩> '인식 차이' 인정하고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해야

정진석(왼쪽부터)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6월 8일 오후 국회에서 20대 국회 원구성에 합의한 뒤 함께 손을 맞잡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진석(왼쪽부터)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6월 8일 오후 국회에서 20대 국회 원구성에 합의한 뒤 함께 손을 맞잡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여자는 남자에게 직장에서 벌어진 갈등 상황을 털어놓았다. 조용히 얘기를 듣던 남자는 여자에게 자신이 생각해낼 수 있는 여러 해결책을 설명했다. 여자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도 지적을 덧붙였다. 그러자 여자가 갑자기 토라졌다. 남자는 그러한 여자의 모습에 당황했고, 결국 말싸움으로 이어졌다.

두 사람의 다툼은 서로의 인식이 다르다는 점에서 기반 한다. 여자는 남자가 해결책을 마련해주길 바란 게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기를 그저 원했다는 거다. 도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제목처럼 남자와 여자는 생각하는 방식이나 언어, 행동 등 모든 점에서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을 자신의 사고나 행동의 틀에 맞춰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이는 남녀 사이에만 해당될까. 그렇지 않다. 인간관계, 특히 정치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상대방의 인식과 의견이 자신과 다르다고 변화시키려고 애쓰거나 맞서려고 하는 대신 그 차이를 받아들여야 더불어 잘 지낼 수 있다.

20대 국회가 개원한 지 석 달됐다. 여야는 지난 5월, 20대 국회 원 구성을 앞두고 하나 같이 ‘협치’를 약속했다. “협치는 3당 체제를 만든 국민의 준엄한 명령”(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국민은 20대 국회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보다 생산적인 일을 하는 국회가 되라고 명령했다”(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20대 국회는 가장 생산적이고 일하는 국회가 되도록 하겠다”(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다짐들은 국회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완전히 사라진 모양새다. 현재 여야는 ‘협치’가 아닌 ‘대치’만을 하고 있다. 이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더욱 심화됐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공방부터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까지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조윤선 교육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까지 여야의 기싸움 대리전으로 변질됐다. 야당이 누리과정 예산 3000억 원과 개성공단 피해기업 지원금 703억 원의 추가 편성을 요구하자 여당은 전날 연찬회 취소는 물론 청문회 불참이라는 강수를 뒀다. 여야는 정국 마비와 관련한 단골 메뉴인 ‘네 탓 공방’을 하고 있다. 20대 국회를 역대 국회 중 가장 생산적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은 온 데 간 데 없다는 지적이다.

여의도에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 담긴 조언이 필요한 때다. 서로 다른 별에서 온 남자와 여자처럼, 여야도 보수와 진보라는 가치관의 출발점이 다르다. 물과 기름 같은 이들이 정국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여야가 지난 5월 20대 국회 원 구성을 앞두고 했던 ‘협치’ 다짐이 여기에서 기반한 것 아닐까. 서로의 생각과 서로의 인식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협치할 수 있다. 자당의 주장만 내세우고, 자당과 정책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 상대 당에 요구하기에 앞서 상대 당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협치는 말이 아닌 행동이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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