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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청문회 출석한 옥시 대표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입력 2016.08.29 20:53 수정 2016.08.29 20:53        전형민 기자

<현장>가습기살균제 사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

래킷벤키저코리아 측 중요 증인 불출석…김앤장 출석 증인 시종일관 "답변할 수 없다"

29일 오전 국회에서 아타 샤프달 옥시 대표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기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9일 오전 국회에서 아타 샤프달 옥시 대표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기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Sorry, I do not know exactly..."

세간에 '옥시 사건'으로 알려진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 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청문회가 29일 국회에서 열렸다. 특위 위원들은 대부분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청문회 자리를 비우지 않고 많은 질문을 던졌지만,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아타 샤프달 현 래킷벤키저(RB) 코리아 대표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Sorry, I do not know exactly...(죄송합니다. 제가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였다.

청문회는 예정된 오전 10시보다 5분 정도 지연 시작됐다. 우원식 위원장은 개회를 선언하기 전 그간의 특위 조사 내용을 설명하고 피해자들을 위해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위위원들이 이날 청문회에 출석을 요구한 증인은 참고인을 포함 총 28명이었다.

하지만 이날 출석한 인원은 15명 뿐이었다. 그나마 15명중 2명은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피해자 가족이었고, 나머지 13명중에서도 RB코리아 소속 증인은 현 대표인 아타 샤프달 대표와 이재원 대외협력 전무 뿐이었다. 출석 요구에 불응한 13명중 대부분인 8명의 옥시 혹은 RB 소속 전·현직 임직원은 '공교롭게' 겹친 당일 재판 일정을 핑계로 참석하지 않았다. 사실상 '속 빈 강정' 청문회다. 우 위원장은 "이런 태도는 대한민국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지만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이날 청문회에서 특위 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RB와 법률대리인인 김앤장의 자료제출, 증인출석 등에 대한 불성실·무성의를 지적했다. 청문회를 시작하자마자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RB가 협조하지 않고 '도덕적 해이', '비윤리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당초 출석을 요구한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대리해 나온 법무법인 김&장에 대해서도 "장지수 변호사가 여러가지 이유로 대신 나오셨는데 실제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른다던가 하면 사실상 김&장이 청문회를 거부하는 것과 같다"고 엄포를 놓았다.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아타 샤프달 옥시 대표(왼쪽 세번째)를 비롯한 증인들이 피해자들을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아타 샤프달 옥시 대표(왼쪽 세번째)를 비롯한 증인들이 피해자들을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어렵거나 복잡한 질문에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출석을 요구한 증인들의 대거 불참이 복선이었을까. 이날 참석한 아타 샤프달 RB코리아 대표는 답변마다 "Sorry, I do not know exactly. From entire my knowledge..(제가 아는 최대한의 범위에서 말하자면)"를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자신은 사건이 벌어진 한참 뒤에 RB코리아 대표로 선임된만큼 아는 내용이 없다는 핑계다.

그 뿐만 아니라 아타 샤프달 대표는 질문을 왜곡해 답변하거나 언어가 다른 것에 따른 불편함을 자주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그가 청문회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발언한 것은 "I don't know what you talking about(뭐라고 말하는건지 잘 모르겠다)"였다. 그는 왼쪽 귀에 동시통역기를 끼고 자신의 자리 뒤에 전담 통역사를 따로 뒀음에도 특위 위원들의 질문이 길어지거나 곤란한 내용이 나오면 여지 없이 위의 멘트를 읊었다.

때로는 질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동문서답을 하기도 했다. 이훈 더민주 의원의 'RB본사가 2001년 당시 EU의 독성자료 규제 규정과 대한민국의 독성자료 규제 규정이 다른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도 샤프달 대표는 "오늘날에는 글로벌 안전기준이 적용된다"고 동문서답했고 이 같은 질문과 답변이 반복되자 질문자인 이 의원은 "답변을 안한 것으로 알겠다"고 정리했다.

29일 오전 국회에서 아타 샤프달 옥시 대표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기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9일 오전 국회에서 아타 샤프달 옥시 대표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기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앤장 출석 증인 시종일관 "답변할 수 없다"
우원식 "김&장 답변태도, 국정원 보는듯"


아타 샤프달 대표 뿐만이 아니다. 김&장에서 증인을 대신해 출석한 장지수 변호사는 홍익표 더민주 의원의 "현재 김&장 측에 이와 관련해 검찰로부터 소환돼 조사받은 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변호중인 사건과 관련된 것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홍 의원의 "조사를 받았다는 내용이 사건에 어떤 영향을 주냐"는 질문에는 "변호인의 입장에서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의원의 질문 뿐만 아니라 김&장 측에서 출석한 장 변호사는 시종일관 "말씀드릴 수 없다"고만 했다.

샤프달 대표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지적한 RB본사와 영국 정부간 증언이 엇갈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용어에 대한 오해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하 의원은 지난 22일 예정됐던 특위의 RB 영국본사 방문 일정과 관련 RB가 '영국정부의 지침으로 미팅이 쉽지 않다'고 발표했지만 영국 대사관은 이를 공식 부인했다고 보도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증인들의 불성실한 태도에 특위 위원들을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했다. 우원식 위원장은 "김&장이 (청문회에) 나와서 어떻게 이야기할까 고민했는데, 딱 국정원 같다. 그렇게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은 "그런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나는 몰랐다고 하면 어떻게 진상규명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같은당 박인숙 의원도 "대답하는 것을 보면 그때만 땜빵식 면피용 대답을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고 최연혜 의원도 "이렇게 증인으로 나와서 모른다고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동행명령장을 발부한 증인이 출석을 거부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옥시에 유리한 연구보고서를 제작해준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중인 조명행 서울대학교 교수는 이날 오전 우울증과 심신미약을 이유로 불출석했으나 특위는 이날 오후 3시까지 동행명령장을 의결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정해진 시각까지 출석하지 않았다. 한 특위위원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29일 열린 국회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한 피해자가 증인으로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9일 열린 국회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한 피해자가 증인으로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날 청문회장에는 가습기 살균제로 가족을 잃은 최승운씨 가족이 출석해 참고인으로 자리를 지켰다. 최 씨는 오전 질의 말미에 "기업이 제품을 출시할때에는 규정 여부를 떠나 그 제품이 안전하다는 것을 기업차원에서 증명해야한다"며 "PHMG의 유·무해 문제를 떠나 (옥시가) PSDS(제품안전보건자료)를 속인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강조했다. 발언하는 최 씨 옆에는 자기 몸만한 산소통을 옆에 두고 여느 아이들과 같이 천진난만한 눈으로 두리번거리던 피해자 임 군이 있었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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