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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 잘못된 방향…‘속죄·보답’ 잊었나


입력 2016.08.29 11:58 수정 2016.08.29 15:51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27일 두산전 오재원 향해 아찔한 견제구

속죄, 보답하겠다는 진정성마저 의심

오재원을 향한 임창용의 견제구 방향은 분명 부적절했다. ⓒ 연합뉴스 오재원을 향한 임창용의 견제구 방향은 분명 부적절했다. ⓒ 연합뉴스

지난해 KBO리그 최고령 세이브왕. 그러나 불법해외원정도박으로 인한 방출. 임창용은 지난해 그야말로 천당에서 지옥을 동시에 경험했다. 여기에 KBO는 복귀 시 시즌의 절반에 해당하는 72경기 중징계를 내렸다.

그래도 그가 살아날 구멍은 있었다. 바로 친정팀 KIA 타이거즈였다. KIA는 페넌트레이스의 절반을 쓸 수 없음에도 임창용의 손을 잡았다. 임창용 역시 자신의 연봉 3억 원을 흔쾌히 기부하며 속죄의 마음으로 야구 인생의 마지막을 불태우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임창용의 결연한 의지는 복귀 50일 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임창용은 지난 27일 두산전에 등판해 2루 주자 오재원을 향한 부적절한 견제구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의도는 불분명하나 고의성을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투수판에서 발을 뺀 임창용은 오재원의 머리 쪽으로 강하게 공을 던졌다. 그곳에는 공을 받아야 할 유격수도 없었고, 야구규칙상 보크 판정을 받지 않기 때문에 굳이 던지지 않아도 됐다.

이튿날 임창용은 이대진 투수코치의 중재 아래 오재원과 화해했다. 그러나 야구팬들은 임창용의 멈추지 않는 기행에 여전히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사실 임창용의 천재성은 한국 야구 역사상 가히 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유의 신체적 유연성은 그가 사이드암(또는 언더핸드)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시속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안겨다 줬고, 배포와 승부 근성 역시 남달라 과묵한 성격과 달리 마운드에서는 언제나 열정을 불태웠다.

임창용은 빼어난 야구 실력 못지않게 돌출 행동으로 잦은 구설에 오른 선수이기도 하다. 해태 입단 당시, 훈련을 빼먹고 놀러 다니다 김성근 2군 감독에게 크게 혼쭐이 나기도 했던 일화가 유명하다.

삼성 유니폼을 입은 뒤에는 감독들과 잦은 마찰을 빚었다. 특히 2001년 김응용 감독의 고의사구 지시에 불응한 채 공을 받으려고 일어서던 포수에게 앉으라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결국 투수 교체 지시가 내려지고 억지로 공을 빼앗기자 로진백을 걷어차고 글러브를 내동댕이치기도 했다. 임창용은 ‘호랑이’였던 김응용 감독이 유일하게 통제하지 못한 선수로 기억된다.

후임인 선동열 감독과의 관계도 매끄럽지 못했다. 선 감독은 삼성 재임 당시 임창용을 중용하지 않았고, 선수 역시 미련 없이 삼성 유니폼을 벗은 뒤 일본행을 택했다.

2009년 제2회 WBC 결승전도 임창용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3-3 동점이던 연장 10회, 한국은 2사 2,3루 위기에 몰렸다. 당시 타석에는 일본 최고의 타자 이치로가 서있었다. 안타 하나면 역전이라 안타제조기와 정면 승부를 벌일 이유가 없었다.

김인식 감독의 선택도 ‘어렵게 승부하다 볼넷으로 거르라’였다. 하지만 임창용은 정면승부를 펼쳤고, 결국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김인식 감독이 경기 후 불만을 토로했을 정도였으나 임창용은 그저 “내 잘못이다”라며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언론과 팬들은 잦은 돌출 행동의 대명사였던 임창용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물론 후일 밝혀진 바에 따르면, 포수였던 강민호가 제대로 사인을 체크하지 못해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임창용 스스로 정면승부를 피했어야 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과욕이 빚은 참사였다.

임창용은 어렵게 복귀하며 후배들에게 모범,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 연합뉴스 임창용은 어렵게 복귀하며 후배들에게 모범,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 연합뉴스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게 된 임창용은 이대로 현역에서 은퇴할 가능성이 높다. 나이도 적지 않은데다 본인 역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은 타이거즈에서”라는 말을 수차례 했기 때문이다.

임창용은 도박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한순간 나태한 생각에 팬 믿음을 저버려 죄송하다. 어떠한 형태로든 받은 사랑을 보답하고 싶다"는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KIA 복귀가 확정된 뒤에는 야구로 속죄하고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비난 일색이었던 여론도 임창용이라는 대투수에게 마지막 기회를 줘야 한다는 동정론이 급부상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발생한 ‘오재원 견제구’ 사건에 팬들의 실망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이는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지도, 팬들에게 사랑을 보답하지도 않은 행동이다.

임창용은 2014년 삼성 복귀 당시 한 인터뷰를 통해 “인생이 속도가 아닌 방향이 되지 않겠나”라는 명언을 남겼다. 하지만 오재원을 향한 견제구는 그의 진정성을 의심할 잘못된 방향으로 보이기에 충분해 보인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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