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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전세기' 언론인은 송희영 주필, 조선일보 대응은?


입력 2016.08.28 18:28 수정 2016.08.28 18:36        문대현 기자

우병우 수석 의혹 쏟아내다 도덕성 시험대에 올라

"불찰 인정 수순으로 수습" vs "조선 응전할 것"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즈(홍보대행사) 대표가 대우조선해양의 호화 전세기를 이용해 유력 언론인과 함께 유럽 여행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즈(홍보대행사) 대표가 대우조선해양의 호화 전세기를 이용해 유력 언론인과 함께 유럽 여행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초호화 유럽 여행을 제공 받고 그 댓가로 호의적 기사를 썼다는 의혹을 제기 받은 유력 언론사 고위간부가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 혐의를 두고 대놓고 비난했던 조선일보에 대한 청와대와 친박계의 반격으로 비춰지는 가운데 향후 조선일보가 어떻게 대처할 지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28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6일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에 의해 알려진 대우조선해양 로비 의혹 언론인은 송 주필로 밝혀졌다. 당시 김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의 박수환 대표와 유력 언론사 언론인이 대우조선의 호화전세기에 같이 탔던 것이 확인됐다"고 운을 뗐다.

김 의원은 "당시 대우조선은 워크아웃 상태로 회사는 망해가는데, 회사 CEO는 민간인까지 데리고 초호화 전세기를 사용했다. 그 며칠의 방문과 전세기 이용에 들어간 비용이 8900만 원이었다"며 "해당 언론사는 이 시기를 전후로 대우조선에 대해 우호적인 사설을 실었다. 박 대표와 권력·언론의 부패고리들을 찾아내 철저히 수사해주기를 당부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김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2011년 9월 6일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그리스 산토리니로 영국 'TAG 항공사' 소속 전세기를 이용했고, 탑승객 7명 가운데는 박 대표와 유력 언론인 S 씨가 포함돼있다. 나머지 탑승객은 전부 대우조선해양 임직원이다.

이후 한 인터넷 언론사는 TAG항공에서 제시한 전세기 이용실적 명단을 확보했고 모두 한국인으로 명시된 탑승객 명단 맨 위에 'HEE YOUNG Song'(송희영) 이름이 확인됐다. 그 아래로 'SANG TAE Nam'(남상태 당시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와 'SOO WHAN Park'(박 대표)이 쓰여져 있던 것으로 보아 김 의원이 의혹을 제기했던 유력 언론인은 송 주필로 굳어지는 상황이다.

김진태의 폭로는 무엇 때문에?

김 의원의 갑작스러운 폭로가 얼마 지나지 않은 27일 새벽, 대우조선해양 비리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김기동 단장)은 변호사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박 대표를 구속했다. 정·재계 마당발로 알려진 박 대표가 구속되면서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은 언론계까지 파장이 번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의 칼 끝은 송 주필에게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친박계로 알려진 김 의원의 이번 폭로는 우 수석 처가의 부동산을 넥슨 측이 매입한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에 대한 청와대의 반격이라는 시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특히 우 수석을 감찰하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감찰 진행 상황을 모 언론사에 누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에 청와대는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이 우병우 죽이기 나섰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계와 언론계에선 청와대가 사실상 조선일보를 겨냥해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는 분석이 줄을 이었다.

이 같은 정황에 비춰볼 때 김 의원의 이번 폭로는 청와대와 새누리당 내 친박계가 조선일보를 향해 전면전을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다.

26일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26일 대규모 비리가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이 유력 언론사의 논설주간과 박수환 뉴스컴 대표를 호화 전세기에 태워 유럽으로 외유성 출장을 떠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 9월 6일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그리스 산토리니로 영국의 자가용 전문 항공사 소속 전세기를 이용했으며, 총 탑승객 7명이 이용한 것으로 밝혔다. 사진은 해당 항공기의 외부와 내부.ⓒ연합뉴스 26일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26일 대규모 비리가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이 유력 언론사의 논설주간과 박수환 뉴스컴 대표를 호화 전세기에 태워 유럽으로 외유성 출장을 떠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 9월 6일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그리스 산토리니로 영국의 자가용 전문 항공사 소속 전세기를 이용했으며, 총 탑승객 7명이 이용한 것으로 밝혔다. 사진은 해당 항공기의 외부와 내부.ⓒ연합뉴스

조선일보와 송희영의 개운치 않은 해명

사태의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는 우선 관련 보도를 하지 않은 채 우 수석에 대한 비판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송 주필과 조선일보는 각각의 방법으로 해명을 내놓았다.

송 주필은 경영기획실을 통해 △자신이 전세기를 이용한 거리와 인원을 환산하면 200만 원대의 항공료에 불과하며 △김 의원이 지적한 사설은 현지 취재를 가기 한참 전에 나간 것이고 내용도 대우조선해양을 주제로 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한 27일자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김 의원의 주장과 달리 송 주필은) 나폴리에서 산토리니 구간만 전세를 이용했다. 김 의원이 지목한 사설은 출장 4개월 전에 실렸다. 당시 대우조선은 워크아웃 상태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며 이듬해 1월 워크아웃에 착수했으나,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의 채무 출자전환으로 악성부채를 털어내며 2001년 8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다. 대주주가 산업은행이었을 뿐 다른 부분은 일반적인 기업과 다를 게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호화 전세기 외유'가 있었던 2011년 9월은 조선 시황에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한 때였다. 또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국내 조선 3사가 상선 부문의 수주부진으로 본격적으로 해양플랜트 비중을 높이기 시작한 때였다는 것도 특징이다.

또한 대우조선해양 내부적으로 당시가 남상태 전 사장의 3연임을 앞둔 시기였다는 것에 비춰봤을 때 '호화 전세기 외유'는 남 전 사장이 박 사장을 통해 연임을 위한 로비를 진행하던 시기였을 거라는 시나리오 작성이 가능해지며 송 주필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제대로 얻어 맞은 조선일보, 향후 대응은?

이제서야 수면 위로 드러난 청와대와 조선일보 간 '전쟁'은 연일 계속되는 '우병우 때리기'로 조선일보가 조금 앞서가는 모양새에서 전세가 역전이 됐다. 만약 송 주필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다면 조선일보 몸통에까지 이를 수 있어 조선일보로서는 어떻게 대응할 지 판단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 정치 평론가는 28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번 일은 대단한 전면전이라는 표현보다는 거대 언론 권력과 살아 있는 현 정권 간 의사소통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 본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번 일이 국정을 흔드는 정치적 사건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송 주필이 나서서 개인의 불찰이었음을 인정하는 것이 확전을 막는 데 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종의 꼬리자르기가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어 "조선일보로서도 더 이상 현재 권력과 각을 세워서 좋을 게 없기 때문에 송 주필이 알아서 먼저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추가했다.

그러나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조선일보가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 언론탄압 등 다양한 방법을 들어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 소장은 본보에 "우 수석 사태를 다뤄온 조선일보에 자세를 보면 아예 청와대와 각을 세우기로 작정하고 나선 것인데 이제 와서 굽힌다거나 물러서며 타협점을 모색하기엔 힘들 것"이라며 "이제 곧 국정감사가 다가와 청와대로서도 우 수석을 계속 품고 있기 힘든 상황임에 비춰볼 때 조선일보가 지금보다 더 세게 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몇몇 장관들의 청문회 정국인 것도 있고 하니 조선일보로서는 우 수석 뿐 아니라 정권 입장에서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 추가 의혹을 폭로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더욱 강하게 나가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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