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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점포의 변신은 무죄…“와해적 혁신”


입력 2016.08.29 10:46 수정 2016.08.31 13:53        김영민 기자

[은행권의 대변화 바람⓵]은행권 "점포부터 바꾸자"

점포 축소·통폐합과 동시에 신개념 점포 구축 본격화

은행산업에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가져올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은행업무는 다양화되고 있지만 은행점포는 점차 줄며 새로운 형태로의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은행 플랫폼도 인터넷·모바일로 옮겨가며 디지털 혁명이 본격화되고 있다. 송금시장에서는 핀테크 기업의 간편 송금이 성장하고, 소액 외화송금 시장도 개방되고 있으며,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여수신 업무도 P2P(Peer to Peer) 금융과 크라우드 펀딩으로 일정부분 대체되고 있다. 이처럼 은행산업에서 전통이 와해되고 재정립되는 등 은행권의 '와해적 혁신'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기획시리즈를 통해 은행산업의 변화와 미래에 대해 집중 분석한다.


[은행권의 대변화 바람⓵]은행권 "점포부터 바꾸자"
점포 축소·통폐합과 동시에 신개념 점포 구축 본격화


신한은행의 디지털키오스크에서 고객이 손바닥 정맥인증을 통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신한은행 신한은행의 디지털키오스크에서 고객이 손바닥 정맥인증을 통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신한은행

"은행업무는 필요하지만 은행은 필요하지 않다." 빌게이츠의 예언처럼 최근 은행산업에 '와해적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 은행하면 통장을 들고 점포를 방문해 창구직원을 통해 예금·적금을 하거나 송수신 업무를 보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은행업무의 대부분이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서 이뤄지고 은행창구에서도 창구직원과의 대면보다는 ATM기기를 통해 기본 은행업무를 처리한다. 따라서 창구직원은 대출상담, 상품가입 등 특수업무 비중이 높아졌다.

이처럼 은행업무 처리 방법의 변화는 창구직원수와 점포수를 줄어들게 하고 있다.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점포수는 최근 3년간 550여개가 줄었고, 올해 하반기에도 100개 이상이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으로 출범한 KEB하나은행은 올 하반기 40여개의 점포를 줄일 계획이다. 위기를 맞고 있는 NH농협은행과 모바일뱅킹을 강화하고 있는 우리은행도 20~30개 정도를 줄일 예정이다.

은행들이 점포수를 줄이는 이유는 저금리 시대를 맞아 순이자마진(NIM)의 꾸준한 감소로 순익이 줄고, 은행업무의 상당수가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으로 이뤄지면서 점포를 유지해야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은행이 저금리 시대를 맞아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그 불똥은 은행점포 이용을 선호하는 금융소비자들에게 튀고 있다. 동네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었던 은행점포가 사라지면서 "택시 타고 은행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이는 은행들이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수익이 낮은 점포를 정리하는 등 통폐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불편이다. 은행들은 당장은 고객들의 불편이 있을 수 있지만 시대의 흐름인 만큼 과도기적 증상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디지털키오스크에서 콜라보레이션 점포까지 변신 시도

우리은행이 크리스피크림도넛 매장과 결합해 선보인 '베이커리 인 브랜치' 전경 ⓒ우리은행 우리은행이 크리스피크림도넛 매장과 결합해 선보인 '베이커리 인 브랜치' 전경 ⓒ우리은행

은행점포가 줄어들면 일부 고객들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주부 최모(48)씨는 최근 주거래은행의 점포가 문을 닫자 고등학생인 아들에게 스마트폰으로 간단한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방법을 배웠다.

은행들은 단순하게 점포수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변화의 바람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게다가 창구직원이 없는 무인셀프점포를 늘리고 타업종과 결합한 콜라보레이션 점포를 만들어 점포의 활용 가치를 높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핀테크 기술을 활용해 무인셀프점포 '디지털키오스크'를 BGF리테일과 제휴, CU 편의점에 배치했다. 디지털키오스크는 100여가지의 영업점 창구 업무가 가능하다.

디지털키오스크에서는 바이오인증 방식을 적용해 별도의 매체를 소지하지 않아도 출금과 이체 등이 가능하며, 야간이나 주말에도 상담사 연결 없이 업무를 볼 수 있고, 영업점에서만 가능했던 체크카드 신규 재발급, 비밀번호 변경, 인터넷뱅킹 신규 등 실명확인이 필요한 거래도 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앞으로도 디지털키오스크 설치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연내 출범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인터넷은행도 디지털키오스크와 유사한 형태의 무인점포를 선보일 계획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커피브랜드 폴바셋과 결합한 '카페인 브랜치'와 크리스피크림도넛 매장과 결합한 '베이커리 인 브랜치' 등 콜라보레이션 점포를 오픈했다. 이 콜라보레이션 점포는 중소기업 대출 등 일부업무를 제외한 모든 은행업무가 가능하다. 영업시간도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으로 차별화했고, 임대비용도 기존 점포 대비 낮은 반면 이용률은 높다는 장점이 있다.

고객 직접 찾아가 태블릿으로 뚝딱…이동형 점포의 진화

KB국민은행의 태블릿브랜치에서 고객이 태블릿PC를 활용해 상담을 받고 있다.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의 태블릿브랜치에서 고객이 태블릿PC를 활용해 상담을 받고 있다. ⓒKB국민은행

은행들의 점포 전략 변화는 '태블릿브랜치'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고객을 직접 찾아가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태블릿브랜치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태블릿브랜치는 은행직원이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앱과 전산처리 소프트웨어 등을 탑재한 태블릿PC를 들고 직접 고객을 찾아가 은행업무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금융서비스다.

찾아오지 않는 은행 점포를 계속 유지하기 보다는 수익이 떨어지는 점포는 없애고 고객이 필요로 하면 직접 달려가 간편하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이동형 점포’를 늘리고 있다.

태블릿브랜치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은행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고객등록, 통장개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등 수신업무와 개인·기업 여신상담, 기업컨설팅 등 여신업무, 외환·파생상품 등 종합자산관리업무 등 다양하다.

태블릿브랜치는 KEB하나은행을 시작으로 SC제일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이 속속 도입하면서 주요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은행들은 태블릿브랜치 서비스를 강화하는 이유는 고객들이 모바일뱅킹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하고, 인터넷은행 출범 등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모바일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신한은행이 최근 원주혁신도시 내 한국관광공사에 오픈한 스마트 브랜치 ⓒ신한은행 신한은행이 최근 원주혁신도시 내 한국관광공사에 오픈한 스마트 브랜치 ⓒ신한은행

신한은행은 이달 초 디지털 채널과 전통적인 아날로그 채널을 융복합한 미래형 점포모델인 '스마트 브랜치(Smart Branch)' 1호점을 원주혁신도시 내에 위치한 한국관광공사에 오픈했다.

신한은행 스마트 브랜치는 통장 및 인터넷뱅킹 신규 등이 가능한 디지털키오스크를 입출금창구 직원 자리에 배치해 기존 입출금창구 업무의 90% 이상을 셀프뱅킹으로 편리하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고도화된 개념의 은행점포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플랫폼이 점차 모바일화 되면서 무인셀프점포, 태블릿브랜치와 같은 신개념의 점포가 앞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따라서 은행들도 점포 전략을 새롭게 짜는데 고심하고 있고, 이는 핀테크의 진화와 함께 새로운 은행 시대를 만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mosteve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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