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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는 거위' 면세점의 배는 누가 갈랐나


입력 2016.08.27 09:19 수정 2016.08.28 11:47        임소현 기자

<면세점의 허와 실(하)>업계 나아갈 방향 다시 원점에서 설정해야

정책 시행 근거된 데이터 수치 다르고 각종 변수 작용 "재고 필요"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에 내외국인 쇼핑객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서울 잠실의 롯데 월드타워 면세점의 영업종료 영향으로 평소에 비해 더 많은 쇼핑객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에 내외국인 쇼핑객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서울 잠실의 롯데 월드타워 면세점의 영업종료 영향으로 평소에 비해 더 많은 쇼핑객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유망 사업으로 떠올랐던 면세점. 최근 국내 면세점업계는 특허권을 두고 그야말로 '전쟁'을 치렀다. 지난해 관세청이 신규면세점 특허권을 대거 내주면서 '롯데-신라' 양강구도였던 면세점 시장은 신세계-한화갤러리아-두산-하나투어 등이 합류해 춘추전국시대 체제로 재편됐다. 하지만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최근 오픈한 신규면세점들이 줄줄이 적자를 내는 등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청은 또다시 신규 특허 4개를 추가키로 해 면세점 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본보에서는 국내 면세점의 역사와 현황, 앞으로 면세점이 나아가야할 방향 등을 시리즈로 집중 조명한다.

[면세점의 허와 실]
(상)유통 공룡들의 잇따른 도전…면세점이 걸어온 길
(중)또 4장 추가…신규 특허 발급을 둔 '잡음'
(하)'황금알 낳는 거위' 배는 누가 갈랐나


4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 면세점은 2013년 관세법 개정 이후 격동의 시기를 겪었다. '독 든 성배' '배 가른 황금알 낳는 거위' '5년 시한부 사업' 등 각종 부정적 수식어가 난무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앞으로 면세점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고민하고 혼란을 잠재워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올해 초 면세사업 관련 정책을 정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됐던 한 기관의 추계치가 실제와 크게 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4일 한국관광문화연구원이 발표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서울 권역을 방문한 외래관광객은 지난해 전년대비 약 100만명이 감소한 1041만3309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앞서 지난 3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를 열고 지난해 서울권역 방문 외래관광객을 전년비 88만명 가량 늘어난 1230만명으로 추정했다. 이 공청회 자료 등을 토대로 관세청은 향후 면세사업 정책 결정을 내렸고 그 결과 신규면세점 특허 추가 발급이 예정됐다.

지난달 5월 24일 한국관광문화연구원이 발표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 일부 캡처. 지난달 5월 24일 한국관광문화연구원이 발표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 일부 캡처.
실제 데이터(100만명 감소)와 추정치(88만명 증가)가 반대일 뿐만 아니라 180만명 가까이 차이난 것이다. 당시 일부 면세점 관계자들은 메르스에도 불구하고 서울권역 외래 관광객이 늘어난 수치에 대해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지적하고 나선 바 있다. 당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아직 관광동향연차보고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해 기준으로 추정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관광동향연차보고서는 외래 관광객 추계 수치에 외래관광객 실태조사를 인용한다. 이에 대해 한 면세점 관계자는 "당시 서울 지역 외래관광객이 늘어났다는 수치를 믿기 힘들었지만 분명한 근거를 제시해주지 않았고 이 자료는 신규 특허 발급 결정에 근거로 작용했다"며 "그런데 막상 나온 실제 데이터는 반대로 외래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잘못된 데이터를 근거로 결정한 정책이기 때문에 재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측은 사소한 데이터 하나만으로 정책이 결정될 수 없고 추정치였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위원은 "단순히 서울 시내 관광객 수치 뿐만 아니라 종합적으로 매출 전망, 경영상황 등 다른 것들도 고려해서 판단한 것"이라며 "당시에는 수치가 안나왔기 때문에 참고 자료로 활용됐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뿐만 아니라 신규 발급 결정 당시 관세청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 효과로 한류 열풍이 다시 불고 있고 관광객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신규면세점이 더 추가되도 출혈경쟁 등 부작용은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국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에 반발, 경제보복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중국인관광객 감소가 현실화될 우려가 나오는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자 신규면세점들이 줄줄이 적자를 냈다.

데이터는 차치하더라도 변수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기준 없는 특허 발급이 오히려 혼란을 야기했고 원점으로 돌아가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불확실성만 높이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은 전면 수정돼야 할 것"이라며 "관세법 개정으로 경쟁입찰 방식이 도입되면서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작용만 낳았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럴거면 차라리 개정 전으로 돌아가는 편이 나을 것 같다"며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계속 사업자만 쓸데없이 늘어날 모양새라 혼란스러운 업계가 제자리를 찾기는 더 어려워진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최 위원은 "면세사업은 특수한 사업이기 때문에 절대 시장에 맡길 수 없다"며 "국가 개입없이 다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기본적 조직체계와 관세제도를 모두 무효화 시키는 사리에 맞지 않는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면세점업계는 현재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업계 전체의 호황을 위해 나은 일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기로에 놓여있다. 유망사업으로 관심을 받았던 면세점이 '골칫덩어리'가 된 것은 누가 자초한 일일까.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에서 거위를 자른 것은 결국 과욕과 성급함이었다. 그래서 황금알 낳는 거위와 면세점은 많이 닮아 보인다. 눈앞의 유혹 탓에 거위를 잃어서는 안 된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을 황금알 낳는 거위에 비유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과다한 개입이 업계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점은 맞다"며 "잘 하는 곳이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같이 고민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임소현 기자 (shl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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