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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때마다 재계 인사의 자살 왜 이어지나


입력 2016.08.27 09:18 수정 2016.08.27 09:19        고수정 기자

'검찰 수사 부담감' 지배적…일부 죽음은 정치 상황과 엮여

롯데그룹 2인자이자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인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26일 검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그룹에서 롯데그룹 로고가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롯데그룹 2인자이자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인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26일 검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그룹에서 롯데그룹 로고가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검찰 수사 부담감' 지배적…일부 죽음은 정치 상황과 엮여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26일 검찰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역대 정권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재계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담감이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부 인사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기업 차원을 넘어 정치적 상황과 얽혀 있다는 해석도 있다.

기업 총수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은 ‘해운왕’으로 불렸던 고 박건석 범양상선 회장이 대표적이다. 전두환 정부 말기인 1987년 범양상선 불법 외화유출 사건이 터졌다. 박 회장은 1조 원 부채에 시달리다 1800만 달러(당시 150억 원)를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게 됐다. 그는 국세청 조사와 검찰 수사가 이어지자 4월 투신자살했다.

김대중 정부 초창기인 1998년 10월에는 박경홍 39쇼핑 사장의 투신 사건이 발생했다. 가짜보석 판매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박 사장은 이와 관련된 방송청문회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임 정부 시절 급성장한 39쇼핑을 두고 당시 정부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실제 회사 자금 운영 과정을 두고 박 사장의 비리 의혹을 적발하기 위한 수사가 진행돼 박 사장이 괴로움을 상당히 느꼈고, 이러한 상황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유력 재계 인사 두 명이 목숨을 끊었다.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은 대북 송금 및 현대그룹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던 2003년 8월 4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그룹 사옥에서 뛰어 내렸다. 정 전 회장의 자살 배경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검찰 수사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됐다.

약 6개월 뒤인 2004년 3월 11일 벌어진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자살과 관련해서는 정치적인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남 전 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 씨에게 인사 청탁과 함께 30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전국에 생중계되던 기자회견에서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이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시 자택에서 해당 방송을 본 남 전 사장은 곧바로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모두 짊어지고 가겠다. 차는 한강 남단에서 찾아가라”고 말한 뒤 한남대교에서 투신자살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공개 막말이 죽음을 불렀다고 비난했다. 당시 민주당 장전형 수석부대변인은 “친형을 감싸기 위해 전문경영인을 국민 앞에서 모욕적인 언사로 깎아내린 대통령이 엄중한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족들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노 전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과 관련한 탄핵 압박과 형의 의혹까지 불거지며 임기 초반부터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인 김학헌 에이스저축은행 회장이 저축은행 비리 의혹과 관련해 자살했다. 김 회장은 검찰 소환이 예정된 2012년 1월 12일 당일 서울 서초동의 한 호텔에서 수면제를 복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 정부에서는 이 부회장 외에도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해 4월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서 사업에 회삿돈 약 250억 원을 횡령하고 800억 원대의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 9500억 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이었다. 당시 정부는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집중 수사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성 전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내가 왜 수사의 표적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성 전 회장은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 인근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숨지기 직전 일부 언론에 현 정부 실세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내용을 폭로하고, 주머니에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남겨 놓아 정국은 큰 파장에 휩싸였다. 일부 인사들의 관련 재판은 진행 중이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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