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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결국 법정관리행? 누구 책임일까


입력 2016.08.26 14:51 수정 2016.08.26 15:23        박영국 기자

경영악화 책임 없는 한진그룹·조양호 회장에 책임 묻기 어려워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전경.ⓒ한진해운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전경.ⓒ한진해운

한진해운이 지난 25일 제출한 추가 자구안에 대한 채권단의 미온적인 반응으로 법정관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위 국적선사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을 막지 못하게 됐다는 원망의 시선이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에게 향하고 있지만, 무조건 그들의 책임으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전날 채권단에 제출한 추가 자구안에는 총 5500억원 수준의 자금마련 계획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이 중 4000억원 정도만 실효성 있는 방안인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은 이날 한진해운의 추가 자구안에 대해 “실효성 있는 자구계획은 올해 말 2000억원, 내년 2000억원 등 총 4000억원 유상증자 정도”라고 밝혔다.

여기에 선박금융 인하, 미국 롱비치터미널(TTI) 지분매각 등을 통해 추가로 1000억원 이상을 마련하겠다는 게 추가 자구안의 내용이다.

관심사였던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은 금액 규모가 특정되지 않고 ‘그룹 차원의 유동성 확보와 채권단 추가 지원 후 추가 유동성 부족이 발생할 경우’라는 조건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추가 자구안을 사실상 지난 6월 제시했던 기존 자구안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만큼 채권단회의에서 한진해운의 추가 자구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에 대한 자율협약 유지 여부를 오는 30일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한진해운과 한진그룹은 이번 추가 자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더 이상 자구안을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다, 자율협약 종료시점(9월 4일)까지 시간도 촉박해 사실상 이날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부를 결정짓는 ‘운명의 날’이 될 전망이다.

채권단의 추가 지원 없이 자율협약이 종료되면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이 경우 해운동맹에서 퇴출되며 컨테이너선 운항이 어려워지는데다, 채권자들의 선박압류와 화주들의 계약 해지가 잇따르면서 결국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국내 1위 해운업체의 청산은 산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을 막지 못한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한진그룹이 자구안을 내놓는 과정에서 운신에 한계가 있었음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우선 지원 규모다. 한진그룹 차원에서 해줄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지원은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통한 유상증자다. 채권단도 이 부분만을 실효성 있는 지원으로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대주주인 조양호 회장 외에도 다른 수많은 주주들이 존재하는 회사다. 한진해운에 대한 유상증자가 대한항공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는 점은 이미 주가 하락과 신용등급 강등을 통해 증명됐다.

이미 대한항공은 지난 2014년 한진해운에 4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여파로 올 상반기 한진해운 주식에 대해 2814억원의 손상차손을, 단기차입금 사모사채 전환으로 1100억원의 매도가능금융자산손상차손을 입었고, 482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고도 당기순이익에서는 4257억원의 적자를 냈다. 부채비율은 1000%를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더 큰 손실을 감수하며 4000억원을 추가로 유상증자하는 것도 주주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물며 법정관리행을 막기 위해 채권단을 이해시키려면 유상증자 규모를 3000억원 더 늘려야 한다.

일각에서는 조양호 회장의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소리도 있다. 이 역시 조 회장 개인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상선에 출연한 사재는 300억원이다. 하지만 한진해운 지원 관련 부족금액은 그 열 배인 3000억원(채권단 요구액에서 추가 자구안 제시액을 제한 금액)에 달한다. 아무리 재벌이라도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지금 한진해운의 상황이 현 오너의 책임이라면 사재를 다 털어서라도 회사를 살리는 데 일조할 의무가 있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한진해운은 한진그룹에 편입되기 이전부터 경영 악화가 심각한 상황이었고, 지난 2014년 대한항공을 통해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도 그런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함이었다.

선대 회장이 일궈낸 사업체를 회생시킴과 동시에 종합 물류그룹을 만들겠다는 선의에서 비롯된 결정이었지만, 그 결정의 결과로 전 재산을 탕진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 6월 한진그룹이 4000억원의 유상증자 안을 제시한 것만으로도 한진해운에 대해 할 도리는 다 했다고 할 수 있고, 오히려 증자에 참여할 대한항공에 너무 무리한 결정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다”면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면 그 책임은 한진그룹보다는 추가 지원을 거부한 채권단 쪽에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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