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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재환 불방망이, 부러지지 않는 잣대


입력 2016.08.30 14:41 수정 2016.08.31 14:05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33홈런 터뜨리며 두산 구단 기록 잇따라 갈아치워

과거 징계로 인한 따가운 여론은 여전히 존재

김재환이 올시즌 두산을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하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 두산 베어스 김재환이 올시즌 두산을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하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 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김재환(28)은 올 시즌 야구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만년 유망주'였던 김재환은 30일 현재, 타율 0.344 33홈런 107타점을 기록, 어느새 리그 정상급 거포로 솟아올랐다. 특히, 김재환의 홈런은 1999년 심정수-2000년 김동주가 달성한 두산 역대 한 시즌 한국인 타자 최다기록까지 넘어섰다.

최근 추세라면 40홈런 고지도 가능하다. 광활한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쓰는 구단에서 40홈런 이상 기록한 타자는 1998년 타이론 우즈(OB베어스)뿐이다. 국내 타자 가운데는 없다. 그만큼 김재환의 올 시즌 활약은 무시무시하다.

하지만 김재환의 역대급 기록 행진이 이어질수록 팬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시즌 초반 반짝 활약을 펼칠 때만 해도 잠잠하던 여론은 김재환이 월간 MVP 등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올라서면서 뜨거워졌다.

김재환은 지난 2011년, 약물 파문에 휩싸인 흑역사를 안고 있다. 당시 실시된 도핑검사에서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이 검출돼 문제가 됐다. 김재환은 “고의성 없는 실수”라고 주장했지만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 자체가 바뀌지는 않았다.

이로 인해 김재환은 KBO로부터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구단으로부터도 별개로 무기한 훈련중지라는 자체 징계를 받으며 약 4개월 만에야 팀에 복귀했다. 벌써 5년 전의 일이지만 올 시즌 김재환의 활약이 부각되면서 과거도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과거에 있었던 사건만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5년이나 경과한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금지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이상 의학적으로 효과가 나타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후에도 몇 차례 도핑에서 김재환은 문제가 없었다.

김재환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거포 유망주로 충분한 잠재력을 인정받았던 선수다. 프로 입단 후에는 포지션에 쟁쟁한 선배들이 워낙 많았던 탓에 일찍 상무에 입단하는 등 빛을 발하지 못했다.

하지만 퓨처스리그 타점왕에 오르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올해 1군 무대에서 기회를 잡으며 재능이 만개했다. 김재환을 가르쳤던 지도자들도 원래 힘이 타고났고 기술까지 겸비한 선수라며 극찬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재환을 그렇게 보지 않는 야구팬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도 수십 년에 걸쳐 금지 약물과 힘겨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올 시즌에만 마이애미 말린스의 디 고든을 비롯한 5명의 선수가 적발돼 징계를 받는 등 금지약물과의 싸움은 현재진형행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알렉스 로드리게스나 배리 본즈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도 금지약물 혐의가 탄로나 야구인생에 깊은 오점을 남겼고, 은퇴하는 순간까지도 박수 받지 못했다.

김재환이 올시즌 두산을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하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올 시즌 김재환의 성적이 본인의 노력과 실력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진정성을 팬들 앞에서 확실히 입증하는 것에도 시간은 좀 더 필요해 보인다.

구단의 역사를 바꾸는 기록들을 연달아 갈아치우고 있음에도 그렇다. 억울할 수도 있다. 약물이나 기타 관련 전력을 가진 선수들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얼마나 엄격한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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