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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 엇갈리는 여당 투톱, 다시 계파 대리전?


입력 2016.08.25 21:34 수정 2016.08.25 21:40        문대현 기자

총선 앞두고 부딪혔던 투톱에 선거 참패한 쓰라린 경험

대선 앞둔 상황에서 지도부 균열 시 승리 장담 못 해

여야 3당이 추경안 처리를 합의한 지난 22일 서별관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로 추경안 본회의 처리가 사실상 불발된 가운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여야 3당이 추경안 처리를 합의한 지난 22일 서별관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로 추경안 본회의 처리가 사실상 불발된 가운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누리당의 '투톱',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의 의견 분열이 심상치 않다. 이 대표가 취임한 이후 이들은 여러 부분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어 지도부 내 계파 대리전이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을 받고 있다. 이는 마치 김무성 전 대표와 원유철 전 원내대표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최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를 두고 입장이 엇갈렸던 '투톱'은 25일 야당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이견을 보이며 균열의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 "지금 몇 가지 현안이 야당의 발목잡기로 진전이 못 되고 있다.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해서는 초당적으로 협치를 하자고 야당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추경안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여소야대의 3당 구조임을 감안해 국정파트너인 야당 대한 협조 노력에 더 집중하기로 의견을 모았는데 이 대표의 이런 발언을 정부측 입장을 충분히 대변한 것이었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약간 다른 시선을 나타냈다. 그는 "야당도 국정 파트너이다. 야당이 불통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면 아무 일도 안 된다"며 "더욱더 야당과의 소통, 국민과의 소통에 성의있게 나서주길 부탁드린다, 원내 관련 책임자로서 부탁을 드린다"고 정부를 향해 당부했다.

이는 정부를 향해 야당과의 협치에 힘 써달라고 요구한 뜻이었지만 정황상 이 대표의 발언에 정면으로 배치돼 '투톱'의 균열이 점차 심해진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들의 균열은 우 수석 거취 문제 때부터 불거졌다. 정 원내대표는 최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두 사람은 고위공직자이지만 국민입장에선 하찮은 존재. 민심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며 "임명권자에게만 잘보이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교만"이라고 우 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침묵을 유지해왔다.

그러자 24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주호영, 나경원 등 중진급 의원들은 우 수석 거취 문제에 침묵하고 있는 지도부를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이 대표는 "(여당은) 정부와 공동 책임의식을 갖고, 협조 공조 체제를 유지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벼가 익고 과일이 익는 것은 보이는 해, 보이는 비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바람도 작용한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민심을 잘 전달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인사 문제 등 전반적인 당무를 다루는 당대표와 입법 문제와 같이 주로 원내 일을 담당하는 원내대표는 한 당을 이끄는 대표적 리더다. 특히 새누리당의 경우엔 당원들의 투표로 뽑히는 당대표와 의원들의 투표로 뽑히는 원내대표가 거의 동일한 선상에서 당을 이끈다.

이런 구도에서 보여지는 지도부 내 균열은 또 다른 계파 갈등을 불러오는 것이 아닌지 우려를 낳게 한다. 이 대표는 자타공인 친박계이고 정 원내대표는 그동안 비박계의 의견에 가세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왔기 때문이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4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동선대위원장 긴급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4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동선대위원장 긴급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대 총선 앞두고 부딪혔던 김무성-원유철 '투톱'

이 대표와 정 원내대표 간의 갈등은 김 전 대표와 원 전 원내대표 간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이들은 지난 20대 총선 전략을 앞두고 노골적인 신경전을 벌였다. 비공개 석상에서는 언쟁까지 벌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대표는 지난 3월, 총선기획단 회의 결과를 전하는 자리에서 "우리 당에서는 전략공천이 없는 만큼 '인재영입'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원 전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다양한 표현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반기를 들었다. 원 전 원내대표는 이후 "당대표님은 당대표님 나름의 정당에 대한 생각, 또 선거에 대한 생각이 있고 저는 저 나름의 생각이 있는 것"이라고 견해 차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여야 처리에 앞서 진통을 겪던 테러방지법을 두고서도 이견을 보였다. 당시 김 전 대표 테러방지센터를 총리실이 아닌 국가정보원 산하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원 전 원내대표는 "당 대표께서 하신 말씀은 아주 지극히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말씀"이라면서도 "야당에서 그것을 끝까지 수용 못하겠다고 하니 저희가 일부 양보한 것"이라고 맞섰다.

원 전 원내대표는 2015년 9월 김 전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를 한창 추진 할 때에도 '불가론'을 들며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가 왔다"고 주장해 당시 김 전 대표를 흔들던 친박계에 가세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인 바 있다.

전국적 선거를 앞두고 지도부의 균열은 당력을 하나로 집중시키는 데 걸림돌이 됐고 결국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역사에 남을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제 내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투톱의 의견 대립이 계속된다면 대선 승리 역시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25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만약 현재 새누리당 투톱의 균열이 계속되면서 대립과 갈등이 많아지면 야권에 비해 대선 준비가 훨씬 늦어질 수 있다"며 "당이 앞으로 내놓을 정책을 국민들에게 소개하고 내놓아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대선 승리를 장담하지 못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우 수석 관련 문제는 이 대표가 현재 청와대에서 근무한 권력이 있어 쉽게 (사퇴를 하라는) 입장을 내놓지 못 하고 있는 것도 있다"면서도 "두 사람이 정치적 신념에 있어서 친정부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것은 동일하다. 과거 김 전 대표와 원 전 원내대표 때처럼 모든 일에서 결을 달리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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