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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KIA 외야, 키워 쓰는 외인부대?


입력 2016.08.24 17:41 수정 2016.08.24 17:43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시즌 초만 해도 암담했던 외야 현실, 현재는?

과거 이용규부터 KIA 입단 후 외야수 성장세

노수광은 올 시즌 KIA 외야의 최고 히트상품이다. ⓒ KIA 타이거즈 노수광은 올 시즌 KIA 외야의 최고 히트상품이다. ⓒ KIA 타이거즈

최근 KIA 타이거즈의 외야상황을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격세지감’이다.

KIA 외야는 암울 그 자체였다. 쓸 만한 백업은커녕 공수에서 한 부분이라도 제대로 해줄 주전 라인업 구성조차 힘들었다. 때문에 어렵게 외야 3자리를 갖춘 후 이탈자가 생기면 늘 빈자리 채우기에 골머리를 썩을 수밖에 없었다.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확실한 주전으로 예상할 수 있었던 선수는 김주찬 한 명뿐이었다. 공수에서 꾸준히 검증된 선수가 그만큼 없었기 때문이다. 나지완은 공격력은 좋지만 수비에서의 발전이 없어 무늬만 외야수인 성향이 강하다. 김주찬 또한 잔부상이 많은 선수라 풀시즌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완전히 달라졌다. 사구에 맞아 잠깐 이탈했지만 김주찬은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불안했던 중견수 자리는 리그 최상급 수비력에 타격까지 일취월장한 김호령이 든든한 지킴이로 자리 잡았다.

나머지 한 자리는 경쟁이 치열하다. 군필 좌타 외야수 노수광, 오준혁에 베테랑 신종길, 김원섭이 건재하며 윤정우 역시 최근 방망이가 굉장히 뜨겁다. 내야수 김주형, 서동욱 또한 외야가 가능한 자원들이다.

자리 채우기가 문제가 아닌 교통정리를 걱정해야 되는 행복한 고민에 직면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그림이었다.

이렇듯 두꺼워진 외야진의 변화된 모습은 노수광의 부상 이후 더욱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올 시즌 노수광은 기량이 만개하며 주전급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발만 빠른 기대주에 불과했지만 타격폼을 바꾼 후 안타 제조기로 바뀌며 KIA타선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방망이를 짧게 쥔 채 공격적으로 타격에 임하지만 커트를 잘하고 빠른 발로 내야 안타까지 자주 만들어내는 모습이 한화로 떠난 이용규를 보는듯하다.

워낙 끈질기게 타석에서 물고 늘어지는지라 아웃을 당한다 해도 상대 배터리의 힘을 쭉 빼놓기 일쑤다. 팬들 사이에서 “붙박이 리드오프감이 탄생했다”는 말이 터져 나오고 있을 정도다.

안타깝게도 얼마 전 노수광은 부상을 당했다. 12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있었던 넥센과의 경기에서 도루 도중 손가락 골절 부상을 입어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예전의 KIA같으면 이정도 활약을 펼쳐주는 외야수가 빠져버리면 답이 없던 게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야수진의 질과 양이 워낙 부족해 특정 선수 의존도도 심했다. 그러나 현재는 다르다. 노수광의 공백은 분명 뼈아프지만 발 빠른 좌타자 신종길이 건재하고 김원섭 또한 매경기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체력 조절만 된다면 충분히 제몫을 해줄 수 있다.

방망이가 좋은 윤정우 외 기타 외야수들이 컨디션에 따라 돌아가며 기용되는지라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공백을 채워가고 있다. 노수광이 없는 사이에 기회를 받지 못했던 선수들의 경기력을 유지 및 향상 시켜주는 기회로 작용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확 달라진 KIA 외야진이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다는 지적도 많다. 현재 외야진의 대부분은 신인 때부터 육성된 것이 아닌 둥지를 옮겨온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외야진 간판 김주찬은 FA, 신종길, 김원섭, 오준혁, 노수광은 트레이드로 KIA로 왔으며 윤정우 또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에서 친정팀으로 돌아온 케이스다. 직접 현장에서 지명해 육성시켜 주전급으로 키워낸 선수는 김호령 한 명밖에 없다.

이쯤되면 선수를 발굴해서 키우는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만하다. 그나마 다행은 KIA에 와서 기량이 만개 혹은 발전한 선수들이 상당수라는 것이다.

언급한 선수들의 대부분은 전 소속팀에서 큰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고 KIA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날렸다. 지금은 없지만 리그 최고의 1번타자로 꼽히는 이용규(한화) 역시 여기에 해당된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해당 선수들이 오롯이 KIA의 시스템으로 키웠다고 보기는 어렵다. 외야가 약한 팀이라 전 소속팀과 달리 많아진 기회에 스스로 성장한 부분도 있다. 프로에 입단한 선수라면 기본 자질은 갖추고 있고 어느 정도 출장 기회가 보장된다면 조급함을 버리고 멘탈적으로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김주찬(전 롯데) 정도가 검증된 선수를 데려온 케이스다. 그런 김주찬 마저 KIA에서 더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전까지의 김주찬은 날카로운 타격에 빠른 발을 자랑하는 호타준족형 타자였다.

하지만 KIA에 와서는 도루시도를 줄이는 대신 타격에 집중해 현재는 장타력을 겸비한 3번 타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잠깐이었지만 이대형(현 kt) 역시 KIA에서의 짧은 시간동안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한 뒤 kt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다. 어찌됐든 KIA와 외부 영입 외야수와의 궁합은 아직까지는 매우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KIA가 진정한 강팀으로 자리매김하기위해서는 김호령같이 뿌리부터 제대로 성장해 팀의 기틀이 되어주는 선수가 많이 필요하다. 다행히 현재의 KIA 육성시스템은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외야진에 이진영, 최원준 등 유망주 등이 성장해준다면 더 이상 외야가 약한 팀이라는 혹평은 받지 않을 전망이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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