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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강간범" 북 뒤늦게 태영호 비난공세 왜?


입력 2016.08.21 13:42 수정 2016.08.21 13:45        박진여 기자

북, 태 공사 망명 사흘 만에 "남조선이 범죄자 이용" 비난

전문가 "북, 주요 인사 망명에 체제 균열 우려...대비차원"

북한 당국이 북한 최고위급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귀순에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사흘만에 첫 공식 반응을 내놨다. 유튜브 영상 캡처 북한 당국이 북한 최고위급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귀순에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사흘만에 첫 공식 반응을 내놨다. 유튜브 영상 캡처

북, 태 공사 망명 사흘 만에 "남조선이 범죄자 이용" 비난
전문가 "북, 주요 인사 망명에 체제 균열 우려...대비차원"

북한 당국이 북한 최고위급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귀순에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사흘만에 첫 공식 반응을 내놨다. 북한은 태영호 공사를 '범죄자'라고 지칭하고 남한 당국이 이를 '동족 대결'에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태영호 공사의 탈북 사실이 우리 정부로부터 공식 확인된 이후 사흘 만인 2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동족대결의 새로운 모략극'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최근 박근혜 역적 패당은 영국 주재 대표부에서 일하다가 자기가 저지른 범죄 행위가 폭로되자 법적 처벌이 두려워 가족과 함께 도주한 자를 남조선에 끌어들이는 비열한 놀음을 벌여놓았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태영호 공사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은 채 "도주자는 많은 국가 자금을 횡령하고 국가 비밀을 팔아먹었으며 미성년 강간 범죄까지 감행한 것으로 하여 그에 대한 범죄수사를 위해 지난 6월 이미 소환지시를 받은 상태에 있었다"면서 "놈은 자기를 키워주고 내세워준 조국과 부모 형제들마저 버리고 저 혼자 살겠다고 도주함으로써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초보적인 의리도 티끌 만한 양심도 도덕도 없는 인간쓰레기라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보였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소위 법치를 제창하는 영국 당국이 우리의 정당한 요구와 범죄자 인도와 관련한 국제 관례를 무시하고 범죄자를 동족 대결에 핏발이 선 눈으로 날뛰는 남한 정부에 넘겨준 것"이라면서 "남조선 괴뢰들이 도주자가 대표부에서 당사업을 하였다느니, 항일투사의 아들이라느니 하는 등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늘어놓으면서 도주자의 더러운 몸값을 조금이라도 올려보려고 무진애를 쓰고 있다"고 영국과 우리 정부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북한이 뒤늦게 이 같은 주장을 펼치는 것은 우리 측에서 태 공사의 귀순 사실을 먼저 공개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상황으로, 태 공사뿐 아니라 최근 북한 주요 인사들의 잇단 망명이 체제 균열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이를 막기 위해 태 공사와 우리 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보에 "태영호 공사의 경우 김정은 정권의 핵심인 빨치산 가문의 '황족'급 인사로 일반 탈북자들과는 달리 신상을 공개하지 않은 채 비난한 것"이라면서 "우리 측에서 태 공사의 망명 사실을 먼저 공개했으니 침묵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향후 김정은 정권이 빨치산 2세대에 대한 보복성 숙청이나 5차 핵실험 등 무력시위를 통한 내부결속 등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고심이 깊을 것"이라면서, 빨치산 혈통은 김정은 체제를 구성하는 최측근인 만큼 숙청이 권력구조에 구멍을 내거나 다른 빨치한 혈통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 역풍이 상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태영호 공사 귀순에 앞서 최근 북한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탈북하는 것은 북한 정권 붕괴의 전조 현상으로, 북한 정권이 이를 막기 위해 태 공사의 망명에 억지 주장을 펼치며 그 책임을 우리 정부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은 21일 본보에 "북한이 태영호 공사의 망명에 이 같이 반응하는 것은 체제 균열을 막기 위한 몸부림"이라면서 "최근 계속해서 해외주재 북한 외교관이나 북한 주요 인사들이 망명하는 것은 체제에 금이 갔다는 증거로, 당황한 북한이 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북한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조미평화센터의 김명철 소장은 최근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태 공사의 망명과 관련 "한국 정보기관들의 전형적인 작업으로 북한을 붕괴시키려는 책략의 일부"라며 "지난 4월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사례와 매우 비슷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같은 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자발적으로 (한국에) 갔다고 하면 자기 체제에 대한 비하, 패배감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남쪽이나 다른 유혹에 빠져서 갔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아니겠나"라고 대응했다.

한편, 태 공사에 대한 북한의 첫 공식 반응과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8일 "태영호의 북한 내 위상을 볼 때 북한이 실명을 거론하는 등 따로 반응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탈북자 전부를 엮어 '인간 쓰레기', '오물', '말종' 등으로 이야기 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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