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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QM6, 싼타페에 '쏘나타의 굴욕' 안길까


입력 2016.08.21 08:50 수정 2016.08.21 09:32        박영국 기자

싼타페 대비 작은 크기, 가격은 동일…"고급화로 승부"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르노삼성 QM6, 기아차 쏘렌토, 현대차 싼타페.ⓒ르노삼성/기아차/현대차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르노삼성 QM6, 기아차 쏘렌토, 현대차 싼타페.ⓒ르노삼성/기아차/현대차

오는 9월 1일.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존재겠지만, 다른 자동차 업체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르노삼성자동차의 중형 SUV QM6가 출시된다.

상반기 중형 세단 시장에서 SM6가 이 시장의 맹주였던 쏘나타를 일반 소비자용 판매 1위에서 끌어내리며 현대차에 굴욕을 안겨줬던 것처럼 QM6가 중형 SUV 시장의 맹주인 싼타페를 상대로 같은 일을 벌일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21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QM6는 내달 1일 2.0 디젤 엔진을 장착한 단일 라인업으로 출시되며, 직접적인 경쟁은 폭스바겐 티구안, 토요타 라브4와 같은 수입 준중형 SUV를 타깃으로 하면서도 차급은 싼타페, 쏘렌토와 같은 중형 라인업으로 포지셔닝될 예정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SM6가 파사트와 같은 수입 중형 세단과 같은 성향의 고객을 타깃으로 하면서 다른 국산 중형 세단 점유율을 끌어올 수 있었던 것처럼, QM6도 수입 SUV 고객 성향을 타깃으로 상품성을 고급화해 국산 SUV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M6 후광효과·프리미엄 이미지 강점…차체크기 열위

사실 QM6의 성공적인 론칭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일단 디자인 측면에서 닮은꼴의 SM6를 통해 충분히 검증을 마친데다, 8.7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와 멀티센스 등 고급 인테리어·편의사양도 SM6의 것을 그대로 이어받아 후광 효과를 극대화했다. 프리미엄 이미지로 기존 QM5와 차별화하며 신차효과를 한껏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하지만 단지 ‘비(非)현대·기아차 치고는 많이 팔았다’는 수준이 아닌, 같은 차급에 속한 현대·기아차의 차종들과 ‘세그먼트 지배자’의 자리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일 수준이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

차체 크기와 가격, 그리고 ‘무난한 차’를 선호하는 소비층이 ‘세그먼트 지배자’가 되기까지 QM6가 넘어야 할 산이다.

우선 적재공간을 중요시하는 SUV 소비자에게 차체 크기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기존 QM5는 출시 초기에는 국내 시장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뒀지만, 차체 크기와 가격 측면에서 준중형과 중형 사이에 위치한 애매한 선에서 포지셔닝돼 ‘틈새시장 공략’ 수준에 머물렀다. 위쪽의 싼타페에게건 아래쪽의 스포티지에게건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QM6와 싼타페 차체 크기 비교.ⓒ데일리안 QM6와 싼타페 차체 크기 비교.ⓒ데일리안

QM6의 경우 QM5에 비해 월등히 커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싼타페, 쏘렌토와는 차이가 있다.

QM6의 전장은 4670mm로 싼타페(4700mm)보다 30mm 짧고, 전폭은 1840mm로 싼타페(1880mm)보다 40mm 좁다. 전고는 1680mm로 동일하다. QM6가 유일하게 우위를 보이는 것은 휠베이스(2710)로, 싼타페보다 10mm 길다.

흔히 휠베이스가 실내공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지만, 그건 탑승자 공간(뒷좌석 레그룸)에 한정되는 얘기다. 전장은 짧으면서 휠베이스가 길다는 것은 그만큼 후륜 뒤쪽의 적재공간이 짧다는 의미가 된다.

투싼에서 싼타페로 차급을 올리는 이유가 ‘적재공간’인 소비자라면 그 대안으로 QM6를 고려할 때 조금은 망설일 수 있을 만한 요인이다.

5인승, 혹은 7인승 모델을 선택할 수 있는 싼타페·쏘렌토와 달리 QM6는 5인승 모델로만 운영된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다인승 차량으로 이용할 일이 많은 소비자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다.

평소에 별로 쓰지도 않는 3열 좌석을 만드느니 1·2열 좌석을 여유 있게 배치하겠다는 ‘프리미엄 지향’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지만, 후륜 뒤쪽의 공간이 3열 좌석을 놓기에 충분치 않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40mm에 달하는 전폭 차이도 1·2열 탑승공간(특히 2열 좌석에 3명이 탑승할 때)에서 체감도가 클 수 있다.

◇트림별 가격 싼타페와 거의 동일

QM6가 싼타페보다 작은 차로 인식될 경우 가격 저항이 더 커질 수 있다. QM6의 정식 판매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사전계약용 잠정 가격을 보면 싼타페와 비슷한 수준에서 책정됐음을 알 수 있다.

QM6와 싼타페 트림별 가격 비교(QM6는 사전계약용 잠정가격).ⓒ데일리안 QM6와 싼타페 트림별 가격 비교(QM6는 사전계약용 잠정가격).ⓒ데일리안

QM6 2WD 기본모델(SE)은 사전계약용 가격은 2700만원대로, 통상 정식 가격이 사전계약용 가격에서 100만원 단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싼타페 2.0 2WD 기본모델인 스마트(2800만원)와 거의 동일한 수준에서 정식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8.7인치 내비게이션이 포함된 S링크 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는 LE 트림은 2WD 기준 2900만원대, 4WD를 선택하면 100여만원이 추가된 3000만원대다. 싼타페 프리미엄 트림(2985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 위 등급인 RE 트림은 2WD 3100만원대, 4WD 3200만원대로 싼타페 익스클루시브 트림(3140만원)과 대비된다. 최상위 등급인 RE 시그니처는 2WD 3300만원대, 4WD 3400만원대로 싼타페 익스클루시브 스페셜 트림(3295만원)과 가격대를 맞췄다.

배기량이 높은 싼타페 2.2 모델(최상위 트림 3570만원)이나 최근 100만대 판매 돌파 기념으로 판매를 시작한 ‘원 밀리언 에디션’(3700만원)을 제외한다면 전체적으로 QM6와 싼타페의 트림별 가격이 일치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대·기아차 대비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는 르노삼성의 상황을 감안하면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수 있지만, 차체 크기에서 동등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면 시장 장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 싼타페가 지난 10여년간 한국 시장에서 쌓아온 ‘익숙함’도 QM6가 단번에 뛰어넘기는 힘든 장벽이다.

소비자들 중에는 거리에 수없이 많이 보이는 싼타페가 지겹다며 ‘뉴페이스’를 갈구하는 이들도 있지만, ‘남들 다 타는 무난한 차’를 원하는 이들 역시 존재한다.

중형차 시장에서 쏘나타가 비록 SM6와 신형 말리부의 등장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영업용(택시, 렌트카)까지 포함한 전체 판매실적에서는 1위를 유지하며 건재를 과시한 것도 ‘무난한 차’를 선호하는 소비층이 버텨준 효과가 컸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QM6 출시가 그동안 중형 SUV 시장에서 ‘무주공산’의 혜택을 누렸던 싼타페와 쏘렌토에게 악재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면서도 “그 규모가 시장을 일부 나누는 수준이 될지, 싼타페와 쏘렌토를 밀어내는 수준이 될지는 지켜봐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QM6는 닛산 로그를 베이스로 만든 모델이고, 차축과 서스팬션 등 언더바디 부분은 대부분 공유한다”면서 “이 점을 부각시켜 수입차의 고급감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집중 공략한다면 승산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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