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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픈' 아재 3인방, 밉지 않은 무한일탈 '올레'


입력 2016.08.20 09:07 수정 2016.08.20 09:09        이한철 기자

대한민국 아재들의 유쾌한 여행기

신하균·박희순·오만석 코믹 연기 '백미'

영화 '올레'는 아재 3인방의 일탈을 통해 공감을 자아낸다. ⓒ 대명문화공장 영화 '올레'는 아재 3인방의 일탈을 통해 공감을 자아낸다. ⓒ 대명문화공장

누구나 장밋빛 미래를 꿈꾼다. 30대 후반이 되면 잘 나가는 사업가가 되거나 대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폼 나는 수트와 광택이 살아 있는 외제차는 덤이다.

하지만 이는 1%, 어쩌면 0.1%만이 누리는 말 그대로 꿈같은 이야기다. 대다수 사람들은 선임자에게 치이고 후배들에게 밀려나며 어깨를 펴지 못한다. 아내와 아이까지, 어깨는 더 무거워졌는데 정작 자신의 입지는 좁아지기만 하는 게 현실이다.

영화 '올레'는 이런 대한민국의 현실 속 아재 3인방을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올레'는 인생의 쉼표가 필요한 때, 제주도에서 펼쳐지는 세 남자의 무책임한 일상탈출을 그린 작품이다.

대기업 과장인 중필(신하균)은 출근하자마자 날아온 희망퇴직 대상 선정 메일과 상사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고 퇴직 위기에 놓이게 된다. 오랫동안 회사를 위해 몸 바쳐 일했지만 부양가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희망퇴직 대상자가 된 중필은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과 분노를 자아내는 짠내 캐릭터다.

수탁(박희순)은 무려 13년 동안 사법고시를 준비한 고시 장수생으로 고시생은 물론 공시생, 취준생 등 주위에 있을 법한 캐릭터다. 수탁은 이른바 철밥통의 세계에 입성하기 위해 좁은 고시원에서 고시 공부에 매달렸지만 정부의 사법고시 폐지 발표에 급기야 세상과 이별을 결심한다. 노트북에 남아있는 야동의 흔적으로 인해 자살마저도 쉽지 않다.

은동(오만석)은 방송국의 간판 아나운서로 세 친구 중 유일한 유부남이기도 하다.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미처 자신의 몸을 챙기지는 못한 그는 점점 악화되는 건강 상태로 돈과 명예, 인기 등 모든 것을 뒤로한 채 휴식을 결심, 마지막 방송을 준비한다.

영화 '올레'는 바쁜 일상에 지쳐 인생의 쉼표가 필요한 이들에게 속 시원한 휴식을 제공한다. ⓒ 대명문화공장 영화 '올레'는 바쁜 일상에 지쳐 인생의 쉼표가 필요한 이들에게 속 시원한 휴식을 제공한다. ⓒ 대명문화공장

사실 스토리 전개나 캐릭터 자체로 차별화된 매력을 지닌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뜨거운 여름에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가벼운 힐링 영화로서 역할을 해낸다. 휘황찬란한 재난과 전쟁 영화가 진부하거나 무겁게 느껴지는 이들이라면 가볍게 웃으며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영화 '올레'를 선택해도 좋을 듯하다.

무엇보다 세 배우의 케미는 이 영화가 내세우는 가장 큰 장점이다. 이들의 연기를 통해 대한민국의 대다수 아재들은 옛 추억을 떠올릴 법하다. 영화를 찍는 건지 일상을 담게 되는 것인지 헷갈릴 만큼 자연스러운 이들의 연기는 이 영화의 백미다. 박장대소는 아니지만 낄낄대면서 볼 수 있는 담백한 영화다.

특히 박희순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제대로 망가졌다. 흥겨운 '아재스텝'과 유쾌한 에너지로 여대생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가하면, 극도의 찌질함으로 술에 취해 게스트하우스 투숙객들에게 민폐를 끼친다.

영화 '용의자'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민세훈, '의뢰인'에서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검사 안민호 역으로 열연하는 등 주로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의 파격 변신이다. 박희순은 외모부터 목소리까지 지금까지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아재 캐릭터 수탁으로 변신했다.

여기에 오만석과 신하균이 가진 특유의 능청스런 매력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노련하고 능숙한 이들의 연기가 이 작품을 살려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도 이 작품을 즐기는 핵심 포인트다. 스크린이지만 아름답고 공기도 좋아서 막걸리 한 잔을 생각나게 한다. 게스트하우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채두병 감독은 자신의 제주도 여행 경험담을 이 작품에 그대로 녹여냈다. 그만큼 여행 문화의 여행객들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그렸다. 채두병 감독은 제주도의 다양한 게스트하우스를 짚으며, 진정한 힐링은 자연보다 사람을 통해 나온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이 시대의 '웃픈' 현실을 그려내 공감을 자아내는 영화 '올레'는 오는 25일 개봉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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