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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가화만사성' 촬영 8개월…살얼음판"


입력 2016.08.22 08:49 수정 2016.09.02 09:27        부수정 기자

51부작 대장정…봉해령 역 맡아 드라마 이끌어

"빡빡한 일정·감정신 힘들어…한 단계 성장"

MBC 주말극 '가화만사성'을 마친 김소연은 "8개월간 살얼음판을 걸었다"며 "끝나서 후련하다"고 털어놨다.ⓒ나무엑터스 MBC 주말극 '가화만사성'을 마친 김소연은 "8개월간 살얼음판을 걸었다"며 "끝나서 후련하다"고 털어놨다.ⓒ나무엑터스

"산에서 내려온 느낌이랄까요? 너무 후련해요."

긴 호흡의 주말극을 끝낸 김소연(36)은 홀가분해 보였다. 드라마 종영 소감을 묻자 그의 입에선 가식 없는 말이 나왔다.

그가 출연한 MBC 주말극 '가화만사성'은 제목과 다른, 막장 전개로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받았다.

불륜, 시어머니의 악행, 며느리의 절대적인 희생 등 막장 드라마에서 자주 나온 소재가 등장했다. 그런데도 시청률은 높았다. 20%(닐슨코리아·전국 기준)까지 치솟으며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어이없는 전개를 메운 건 건 배우들의 열연이었다. 김소연은 대사량이 가장 많았고, 매회 힘든 감정신을 소화해야 했다. 그가 맡은 봉해령이 극의 중심축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인물과 관계를 맺은 역할로, 탁월한 연기력은 필수였다.

배우 김소연은 MBC 주말극 '가화만사성'에서 봉해령 역을 맡아 이필모, 이상우와 호흡했다.ⓒ나무엑터스 배우 김소연은 MBC 주말극 '가화만사성'에서 봉해령 역을 맡아 이필모, 이상우와 호흡했다.ⓒ나무엑터스

종방연 뒷날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김소연을 만났다. 인터뷰 일정 때문에 어제 '소맥'(소주+맥주) 한 잔만 하며 컨디션을 조절했단다.

51부 내내 감정 연기를 한 탓인지, 김소연은 살이 '쏙' 빠진 모습이었다. "피로회복제 먹고 버텼답니다. 얼굴 살이 많이 빠졌죠. 화면에서 광대가 부각돼 보이더라고요(웃음)."

종영 소감을 묻자 그는 "대본을 읽을 때마다 해령인 가파른 산을 오르고 있었다"고 웃은 뒤 "무사히, 잘 마쳐서 다행"이라고 했다.

극 중 해령은 온갖 고초를 다 겪은 불쌍한 여자다. 남편의 불륜을 목격한 것도 모자라, 악덕 시어머니로부터 핍박을 받는다. 어디 이뿐이랴. 하나뿐인 아들까지 잃고, 조기 폐경 진단까지 받는다. 비련의 여주인공인 셈이다.

"아픔과 상처가 많은 여자예요. 드라마를 찍는 8개월 동안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 들 정도로 힘겨웠습니다. 대본이 나오는 수요일이 무서웠어요. 이번에는 또 어떤 일이 닥칠까 싶었어요. 해령이는 매일 힘든 여자니깐요."

김소연을 본 팬들은 팬카페에 "소연 언니,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는 글을 남겼단다. 김소연은 "이젠 행복하고 싶다"고 웃었다.

미혼인 김소연에게 봉해령은 도전이었다. 그는 "시청자들이 내 연기가 가짜라고 느낄까 봐 두려웠다"며 "마음이 아픈 장면을 찍을 땐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회상했다.

배우 김소연은 MBC 주말극 '가화만사성'의 봉해령 캐릭터에 대해 "온갖 고초를 겪은 여자"라며 "봉해령의 선택을 지지한다"고 전했다.ⓒ나무엑터스 배우 김소연은 MBC 주말극 '가화만사성'의 봉해령 캐릭터에 대해 "온갖 고초를 겪은 여자"라며 "봉해령의 선택을 지지한다"고 전했다.ⓒ나무엑터스

해령은 불륜을 저지른 현기(이필모), 그리고 악덕 시어머니를 못 견디고 현기와 이혼한다. 이후 지건(이상우)을 만나 행복한 나날을 꿈꾸지만 지건이 자신의 아들 죽음과 연관돼 있고, 현기가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서 괴로워한다.

결국 해령은 이혼한 전 남편의 병수발을 위해 시댁으로 다시 들어간다. 다소 억지스럽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소연은 "저도 그런 비판을 들었다"며 "해령이니까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13년 동안의 결혼 생활을 무시할 수 없었던 거죠. 전 봉해령의 선택이 맞다고 생각해요. 현기한테 안 가면 더 아픈 여자입니다. 아들의 아빠를 외면할 수 없는 여자이고, 자기 행복보다는 아들의 아빠를 위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20대였다면 해령이가 답답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지금의 저는 해령이를 이해할 수 있어요."

시한부 선고가 현기의 불륜에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소연은 "불륜을 용서한 건 아니다"라며 "현기가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를 잘 보내자는 심정으로 현기에게 돌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착하고, 희생하는 봉해령에 푹 빠져 있는 듯했다. '못난 남편' 현기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고도 털어놨다. "해령이가 아이를 잃은 슬픔에 너무 빠져 있다 보니까 남편이 변한 게 아닐까 싶었죠. 해령이의 잘못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남편이 아팠을 때 '지켜주자'라고 생각했고요."

배우 김소연은 "MBC '가화만사성'을 통해 또 다른 내가 된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나무엑터스 배우 김소연은 "MBC '가화만사성'을 통해 또 다른 내가 된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나무엑터스

힘들고 고생한 작품이지만 배우에겐 성장의 시기였다. '아, 이래서 연기하나 봐'라고 생각한 순간이 많았던 뜻깊은 작품이란다. "감정을 표현하는 다양한 장면을 통해 연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어요. 주말극이라서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기도 했고요. 아파트 주민분들이 절 알아봐 주셔서 놀랐어요. 예전엔 제가 작품을 할 때도 '소연 씨 요즘에 쉬어요?'라고 하셨거든요."

시청자 게시판엔 김소연의 오열 연기를 칭찬하는 글이 줄을 잇는다. 연기대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 김소연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며 "'가화만사성'을 통해 또 다른 내가 된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야가 넓혀졌고, 새로운 연기 인생이 펼쳐졌단다.

1994년 SBS 청소년 드라마 '공룡선생'로 데뷔한 김소연은 '예스터데이'(1997), '체인지'(1997), '이브의 모든 것'(2000), '아이리스'(2009), '검사 프린세스'(2010), '로맨스가 필요해'(2014), '순정에 반하다'(2015) 등 3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가화만사성'에서는 김소연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자주 나왔다. 오랜 연기 경력이 한몫했다. '클래스가 다른 눈물 연기'라는 시청평을 언급하자 "네? 다른 배우 아니고 저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겸손함이 묻어 나는 답변이었다.

'김소연이 울자 같이 울었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그는 "난 그냥 연기했을 뿐인데 그런 반응이 나와서 감사하다"며 "기사, 댓글 읽으면서 '추천' 눌렀다"고 귀엽게 얘기했다.

배우 김소연은 "MBC '가화만사성'에서 다양한 감정신을 소화했다"며 "새로운 연기 인생이 펼쳐진 느낌"이라고 했다.ⓒ나무엑터스 배우 김소연은 "MBC '가화만사성'에서 다양한 감정신을 소화했다"며 "새로운 연기 인생이 펼쳐진 느낌"이라고 했다.ⓒ나무엑터스

가족 드라마이고 이혼, 결혼도 했으니 결혼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을 법하다. "드라마, 예능에 나온 결혼은 판타지 같다"는 그는 "근데 시어머니들이 진짜 그렇게 심하지 않죠?"라며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이어 얘기를 계속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사랑이 변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어요. 만약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죠. 근데 아직 결혼이 와 닿지 않아요. 결혼은 누군가를 책임지는 일인데 전 아직 부족해요. 철이 안 들었나? 지금은 일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나이도 많은데(웃음)."

이상형은 자상하고 착한 사람이란다. 극 중 이필모와 이상우 중 어떤 남성상이 좋으냐고 했더니 "한 명을 고르면 또 다른 한 명이 상처 받는다"며 "둘 다 고생했기 때문에 상처 주고 싶지 않다"고 착한 대답을 들려줬다.

이필모, 이상우와의 연기 호흡도 화제였다. 김소연은 "필모 오빠는 연기 천재다. 오빠의 절절한 연기 덕분에 몰입하기가 쉬웠다. 상우 오빠는 진솔한 배우다. 같이 호흡하면서 나 역시 청량해진 느낌이 들었다"고 상대 배우를 치켜세웠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는 '체력'을 꼽았다. "상우 오빠는 오전에 운동하면서 체력 관리를 하더라고요. 전 약의 힘을 빌렸죠. 앞으로 체력 관리에 신경 쓰려고 합니다."

향후 계획을 묻자 그는 "무조건 쉬고 싶다"고 했다. "'가화만사성'을 찍기 전에는 작품 끝나면 당장 일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번은 달라요. 다음 작품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브의 모든 것' 허영미 같은 센 캐릭터도 하고 싶고. 진한 화장을 하는 캐릭터도 하고 싶고요. 다른 배우들은 어쩜 그렇게 다 잘하시는지 부러워요."

MBC 주말극 '가화만사성'을 이끈 김소연은 "다음 작품에서 또 다른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나무엑터스 MBC 주말극 '가화만사성'을 이끈 김소연은 "다음 작품에서 또 다른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나무엑터스

겸손한 김소연은 '호감형 배우'다. 솔직하고, 털털하다. 선한 기운이 느껴진다. 호감형 배우로 거듭난 비결을 물었더니 얼굴이 빨개지면서 두 손으로 양볼을 감쌌다.

"제가 호감형 배우인가요? 호호. 예능의 힘이 커요. 제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줬어요. 예능 덕분인지 시청자분들이 봉해령을 이해해주시더라고요. 예능 출연 전에는 악역이 많이 들어왔는데 이후에는 선한 역할이 들어오고. 신기했답니다."

모진 풍파를 거친 해령이를 떠나보내는 심정이 남다를 듯하다. 김소연은 "아...정말"이라며 잠시 뜸을 들였다. 이내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마지막 신을 찍고 집에 오는 길에 펑펑 울었던 게 생각납니다. 전 봉해령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해요. 모두의 지지를 받는 선택은 없어요. 아쉬워하고 후회하는 반응이 있기 마련입니다. 근데 전 해령이에게 '잘 선택했어'라고 말하고 싶어요. '수고했고, 잘했어'라는 말과 함께."

김소연은 마지막 방송을 제주도에서 연출팀과 함께 봤다. "연출팀 여행이라 저만 배우예요. '나 좀 데리고 가요'라고 했거든요. 맛있는 음식 대접해드리고 싶어요. 빡빡한 일정 탓에 못 마신 술도 함께!"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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