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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보니 생각나는 해외 북 청년들의 SNS


입력 2016.08.22 10:23 수정 2016.08.22 10:25        목용재 기자

<기자수첩>해외주재 북 청년 추정 SNS 유저들 활동 활발

자녀의 '고집' 탈북에 큰 영향 미치지 않았을까

해외 주재 북한 청년들로 추정되는 SNS 유저들 이미 상당수 활동 중…자녀의 '고집' 탈북에 큰 영향 미치지 않았을까

정부가 밝힌 북한 최고위 외교관인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의 탈북 동기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한국에 대한 동경, 마지막으로 자녀의 장래 문제 등 세 가지였다.

태 공사가 10년을 넘게 서방세계의 문물을 접하고 한국 문물도 접해봤으니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과 한국에 대한 동경심은 자연스럽게 생겼을 것이다. 특히 일반 북한 주민들보다 머리가 깨어있는 지식인인데, 자녀의 장래에 대한 걱정도 당연하다. 탈북을 결정하는데 자녀의 장래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학부모들의 교육열 못지않게 북한 주민들의 교육열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북 교류가 한창이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남한 정부 당국자 혹은 기업 관계자들이 북한 관계자들로부터 받은 '민원' 중에 상당수는 영어 교재 등 공부와 관련된 서적을 공수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특히 해외로 나가 자유세계를 만끽하며 여러 가지 문물을 흡수한 10~20대 젊은 북한 청년들이 부모에게 "조국으로 돌아가기 싫다"며 고집을 부렸다면 개방된 사회와 북한을 비교할 수 있는 부모 입장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지난 2011년께 우연히 유럽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넷로그'에 북한 사람들로 보이는 청년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제보를 접하고 '넷로그'를 샅샅이 뒤져봤다.

제보대로 북한사람으로 추정할 수 있는 넷로그 유저들을 상당수 발견할 수 있었다. 상당수는 '페이스북'에도 계정을 만들고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친구관계를 맺고 SNS상에서 교류를 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10~20대의 젊은 청년들로 북한식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고 당시 거주 지역이 제각각이었다는 특징이 있었다.

해외에 거주하는 북한 청년들로 추정되는 SNS유저들. 페이스북 캡쳐. 해외에 거주하는 북한 청년들로 추정되는 SNS유저들. 페이스북 캡쳐.

해외에 거주하는 북한 청년들로 추정되는 SNS유저들. 관련 SNS캡처 해외에 거주하는 북한 청년들로 추정되는 SNS유저들. 관련 SNS캡처

당시 이 청년들을 북한 청년들로 추정한 이유는 이렇다. 4월 15일을 전후로 서로 "명절을 축하 한다"라는 메시지를 주고받고, "메신조에 올라오면 총화 짓자", "누가 더 빨리 영어, 로어 실력 올려세우는가 두고보자", "조국가면 못 입을 옷...혹시 작업복으로", "조선말" 등 북한식 언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4월 15일은 태양절로 불리는 북한 최대명절로 김일성의 생일이다. '총화'는 북한에서 하루의 생활이나 처리한 업무에 대해 돌아보고, 상호비판하는 것을 의미한다. '로어'는 러시아어의 북한식 표기다. '올려 세우다'는 표현도 '올리다'의 북한식 표현이다. 한국 사람들이라면 사용하지 않는 표현들이다.

이들이 자신의 SNS에 게재한 사진은 자유분방한 모습 그대로였다. '셀피'는 기본,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옷차림의 사진을 올리거나 헬스로 단련된 근육을 자랑하는 등 남한의 여느 10대, 20대 청년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특히 이들은 당시 한국의 유행어인 '종결자', '귀요미', '레알' 등을 구사하는 등 한국 문화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보였다.

넷로그 유저들이 SNS 상에서 밝힌 거주지역은 중국, 영국, 말레이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에티오피아 등 모두 북한 수교국이었다. 이들은 현지 대학 혹은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으며 "나 조만간 조국으로 돌아간다"라는 말이 올라온 후에는 SNS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일부 유저들은 고향인 북한 평양에서 찍은 사진을 그대로 SNS에 게재해 놓기도 했다.

이미 수년전부터 해외에 나와 있는 상당수의 북한 청년들은 인터넷, 해외 문물 등에 심취하고 있었던 셈이다.

영국언론에 따르면 태영호 공사의 아들인 태금혁 군도 SNS 및 슈팅게임 등에 심취해 있었다. 특히 슈팅게임 플레이 누적시간은 386시간에 달했다. 이렇게 이미 개방된 사회의 문물에 젖어든 청년들이 폐쇄된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을까.
해외에 거주하는 북한 청년들로 추정되는 SNS유저들. 관련 SNS캡처 해외에 거주하는 북한 청년들로 추정되는 SNS유저들. 관련 SNS캡처

"서방국가에 주재하는 북한 외교관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녀교양(교육)과 장래문제다. 이번에 망명한 태영호 공사의 경우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북한 외교관들의 자녀들은 해외 체류기간 동안 외부세계에 적응해, 부모들에게 탈북을 권유하기도 한다"라는 지난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보도도 상당히 신빙성이 있어보인다.

이렇게 해외문물을 그대로 습득해 한국으로 입국한 인사들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런 문물을 익히고 북한으로 돌아간 청년들이 멀지 않은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할까. 북한사회의 변화를 불어올 수 있을지 주목해볼 점이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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