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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두고 또 '영화정치' 바람, 이번에는...


입력 2016.08.21 09:33 수정 2016.08.21 09:34        장수연 기자

17대 대선 '화려한 휴가'·18대 대선 '남영동 1985''돈크라이 마미'

문화평론가 "정체성에 따른 세 결집 의도…대중영합 인상 주의해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극장에서 영화 인천상륙작전 관람에 앞서 임윤선 비상대책위원, 지상욱 대변인 등과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극장에서 영화 인천상륙작전 관람에 앞서 임윤선 비상대책위원, 지상욱 대변인 등과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17대 대선 '화려한 휴가'·18대 대선 '남영동 1985''돈크라이 마미'
문화평론가 "정체성에 따른 세 결집 의도…대중영합 인상 주의해야"

유력 정치인들이 특정 영화 관람이나 극장가 나들이 등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 정치'는 정치권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정치적 코드가 맞는 영화가 개봉하면 줄줄이 극장을 찾아 단체관람을 하기도 하고 관람 뒤 영화평을 남기기도 한다. 누가 어떤 영화를 보느냐에 따라 정치적 메시지가 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주자급 인사들은 영화를 공개 관람하며 원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고 본인의 이미지를 관리하기도 한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8일 비정규 대북첩보부대인 켈로부대원과 함께 '인천상륙작전'을 또 관람했다. 영화는 6.25 전쟁 발발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비밀첩보작전인 'X-RAY 작전'과 북한군으로 위장 잠입한 켈로부대를 소재로 만들어졌다. 그는 지난 1일 당 지도부, 당직자들과 함께 영화를 감명깊게 관람한 후 켈로부대원들과 함께 영화를 봐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같은날 박근혜 대통령도 인천상륙작전의 역사적 의미를 담은 인천 월미공원을 방문했다.

여권에서 안보의식을 홍보하는데 이만한 수단은 없다. 여당에겐 남북 대립이 뚜렷한 전쟁영화가 제격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논란 속 '인천상륙작전'의 흥행은 엄청난 호재다. 역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도 영화는 대선주자들의 이미지 메이킹에 활용되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영화관에서 "피땀으로 얻은 자유와 평화 번영을 지켜내야 겠다는 사명감을 느낀다. 앞으로도 새누리당에서 국가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끝까지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야당도 영화 마케팅의 귀재다. 영화를 통해 철도파업에 강경 대응하는 정부를 영화 속 군사정권에 비유하기도 했으며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가 졸속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2007년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화려한 휴가'가 17대 대선 5개월을 앞두고 개봉됐을 당시 한나라당은 "노골적인 정치영화"라며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민주당에서는 정동영 당시 대선 후보가 영화를 관람하는 등 반색했다. 이밖에도 김두관, 이해찬, 한명숙, 손학규 등 당시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영화관을 찾았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에도 박근혜(새누리당)·문재인(민주당)·안철수(무소속) 대선후보 간에는 '영화정치'가 유행했다.

야권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안철수 의원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치열하게 경쟁하던 2012년 11월에는 두 후보가 나란히 영화 '남영동 1985' 시사회에 참석했다. 여야 막론하고 모든 대선 후보를 초대받았지만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참석하지 않았다. '운동권' 경력이 없는 안 의원은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김 고문과 가까운 정치인들, 그의 지지자들에게 야권 후보로서의 면모를 보일 수 있는 계기로 삼았다.

반면 2012년 대선 선거 공약으로 사회안전을 내세웠던 박근혜 후보는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을 다룬 영화 '돈 크라이 마미'를 관람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이후엔 지금까지 본 가장 흥미로운 영화를 묻는 질문에 "빌리 엘리엇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이야기하며 교육 복지 공약을 함께 강조했다.

이밖에도 그는 2005년 한나라당 대표 땐 자폐아의 마라톤 완주기를 다룬 영화 ‘말아톤’을 보며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또 2006년 스크린쿼터로 정부와 영화계의 사이가 경색됐을 땐 당시 이재오 원내대표 등 동료의원들과 국내 최고 인기영화였던 ‘왕의 남자’를 관람했다.

안 의원은 대선 당일 투표를 마친 뒤 미국으로 훌쩍 떠났다 3개월 만에 돌아오는 귀국길에서 영화 '링컨'으로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2012년 대선 당일 미국으로 떠났던 안 의원은 2013년 3월 13일 귀국길에 오르면서 기자들과 만나 "'링컨'이 굉장히 감명깊었다"고 말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링컨'은 미국 링컨 대통령이 노예제 폐지를 법제화하는 과정을 소재로 삼았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치인들은 정체성에 따른 세 결집의 목적으로 정치적인 사안이라던지 역사적으로 진영 논리에 관련돼 있는 영화를 관람하는 측면이 있다"며 "본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고자 할 때 '시네(cine) 정치'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례로 2015년 1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화 '국제시장'을 보러가 서로 다른 소감을 내놓은 것을 들었다.

당시 김 전 대표가 '국제영화'를 본 뒤 세대간·진영간 공감대를 찾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힌 데 대해 산업화 세대에 대한 향수를 토대로 지지층을 결속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고, 문 전 대표는 영화가 보수적 향수를 자극한다는 지적에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데 불만을 내비쳤다. 이에 중도층을 끌어안는 이미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평론가는 '영화 정치'의 후폭풍을 주의할 필요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영화를 관람할 때는 작품을 잘 선택해야 한다"며 "자칫 대중영합적인 인상을 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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