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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교육, 정부와 학부모 경직적인 태도가 문제"


입력 2016.08.12 18:19 수정 2016.08.12 18:20        이선민 기자

성교육 전문가 "학생들끼리 쉬쉬하며 잘못된 내용을 알고 있는 것보다 올바른 내용을 제대로 배우는 것이 중요"

서울시가 여름방학을 맞아 서울시 내 8개의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무료성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가운데, 교육부와 학부형의 경직된 성인식이 아이들의 성적자기결정권 인식형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시립드림청소년성문화센터 서울시가 여름방학을 맞아 서울시 내 8개의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무료성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가운데, 교육부와 학부형의 경직된 성인식이 아이들의 성적자기결정권 인식형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시립드림청소년성문화센터

서울시가 여름방학을 맞아 서울시 내 8개의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무료성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가운데, 교육부와 학부형의 경직된 성인식이 아이들의 성적자기결정권 인식형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시립드림청소년성문화센터 서울시가 여름방학을 맞아 서울시 내 8개의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무료성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가운데, 교육부와 학부형의 경직된 성인식이 아이들의 성적자기결정권 인식형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시립드림청소년성문화센터

성교육 전문가 "학생들끼리 쉬쉬하며 잘못된 내용을 알고 있는 것보다 올바른 내용을 제대로 배우는 것이 중요"

“성교육을 위해 학생을 데리고 온 양육자나 인솔자가 당연히 알아야 할 이야기를 ‘너무 수위가 높은 것 아니냐’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생들끼리 쉬쉬하며 잘못된 내용을 알고 있는 것보다 올바른 내용을 제대로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울시립드림청소년성문화센터(성문화센터)에서 청소년들에게 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일선 교사의 말이다. 정부와 학부모의 성교육 현장과 괴리된 폐쇄적인 성 인식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된 성교육이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지난 11일 오후 강남구 성문화센터에서 '건강한 스킨십'에 대해 배운 15명의 학생들(14~20세)은 기성세대에게 낯 뜨거울 수 있는 '성 교육'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았다. 정작 교육부나 학부모들의 성에 대한 경직된 태도가 청소년들의 올바른 성인식 형성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 일선 성교육자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청소년 성교육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의 상황과 괴리된 교육 및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 부처 간 성교육에 대한 일치된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교육부는 '금욕적' 성교육을, 여성가족부는 현실적 성교육에 방점을 찍고 있다.

특히 성문화센터 관계자들은 일선 학교로 성교육을 나갈 때 학교측으로부터 관련 교안에 이른바 수위가 높은 내용은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한다. 자위행위 및 성소수자 등과 같은 내용은 교육부에서 권장하지 않는 성 교육이기 때문이다.

유경화 성문화센터 소장은 “학교에 아이들을 가르치러 나가보면 센터가 속한 여성가족부의 방침과 교육부의 방침이 조금 다르다”며 “교육부는 조금더 생물학적이고 금욕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어 학생들에게 자위행위나 성소수자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지난 2015년 8월, 여성단체들로부터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지 않고 지나치게 금욕을 강조하는 교육이라는 민원을 접수한 바 있다. 이에 교육부는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이후 여성정책연구원에 연구를 의뢰해서 공청회를 마쳤고, 8월 중에 최종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연구보고서가 나오면 논의를 거친 후 적절한 수정작업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소년들의 교육을 담당한 이인경 성문화센터 교사는 “아이들을 교육할 때 학생들의 태도보다는 어른들의 태도에 더 힘들 때가 있다. 양육자나 인솔자가 당연히 알아야 할 이야기를 ‘너무 수위가 높은 것 아니냐’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며 “학생들끼리 쉬쉬하며 잘못된 내용을 알고 있는 것보다 올바른 내용을 제대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립드림청소년센터는 아동·청소년이 성적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성문화를 바라볼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곳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서울시에서 8월 한 달 간 서울지역 8개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무료성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면서 성문화센터는 영화를 보고 성평등과 인권감수성에 대해서 학생들이 대화해 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날 학생들은 영화 ‘주노’를 관람한 후 사랑과 연애, 그중에서도 스킨십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영화는 10대 소녀 주노가 첫 성관계를 한 후 임신을 하게 돼 아이를 낳아서 입양을 보내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가족 코미디 영화다.

영화를 본 학생들은 교사와 함게 둘러 앉아 “사랑이 뭐냐”는 질문에 가족 간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 신에 대한 사랑, 연인을 향한 사랑 등 다양한 대답을 하며 적극적으로 교육에 참여했다.

서울시가 여름방학을 맞아 서울시 내 8개의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무료성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가운데, 교육부와 학부형의 경직된 성인식이 아이들의 성적자기결정권 인식형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시립드림청소년성문화센터 서울시가 여름방학을 맞아 서울시 내 8개의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무료성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가운데, 교육부와 학부형의 경직된 성인식이 아이들의 성적자기결정권 인식형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시립드림청소년성문화센터

서울시가 여름방학을 맞아 서울시 내 8개의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무료성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가운데, 교육부와 학부형의 경직된 성인식이 아이들의 성적자기결정권 인식형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시립드림청소년성문화센터 서울시가 여름방학을 맞아 서울시 내 8개의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무료성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가운데, 교육부와 학부형의 경직된 성인식이 아이들의 성적자기결정권 인식형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시립드림청소년성문화센터

교육을 받던 청소년들은 자연스럽게 스킨십에 대한 대화를 시작했다.

“선생님이 임의로 스킨십을 1단계 손잡기부터 포옹, 뽀뽀, 키스, 애무 그리고 마지막 6단계 성관계까지 단계를 나눠놨어요. 다같이 나와서 ‘내가 생각할 때 할 수 있는 스킨십의 단계’에 스티커를 붙여주세요.”

이인경 교사의 말에 아이들은 쭈뼛쭈뼛 스티커를 붙였다.

“뽀뽀에 스티커가 제일 많다”는 한 학생의 말에 이인경 교사는 “많은걸 찾는 게 아니에요. 스티커가 한 곳에만 있는게 아니라 이곳저곳에 붙어있죠? 그래서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서로 원하는 스킨십 단계가 다른 일이 생겨요”라며 함께 스티커를 붙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내가 스킨십을 원하지만, 상대는 원하지 않을 때’와 ‘나는 스킨십을 원하지 않지만, 상대는 원할 때’ 등에 대한 '건강한 스킨십 토론'이 이뤄졌다. 학생들은 “우리가 살아온 환경, 마음, 감정이 다르므로 스킨십을 하기 전에는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방과 후 수업 선생님의 권유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이서현 양(14)은 “영화 주노에서 임신 사실을 부모님에게 잘 설명하는 주노와 그 상황을 멋지게 대처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스킨십을 할 때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결정을 존중해야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업을 진행한 이인경 교사는 “이번 여름방학 프로그램의 반응이 좋으면 앞으로 횟수를 늘려볼 생각”이라며 “수업이 끝나고 ‘시간이 빨리갔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정말 뿌듯하다. 즉각적으로 변화가 보이는 수업은 아니지만 임신·출산·성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성역할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등 다양한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이라고 하면 학생들은 말하면 안 되는 것, 부끄러운 것이라고 많이 생각한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니 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센터에 방문해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이창범 서울시립청소년드림센터 센터장은 “영화를 보고 토론을 하는 것은 사실 상당한 성숙도를 요구한다. 아이들이 거기까지 준비되어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생각할 문제를 던져주는 차원에서 올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봤다”고 전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대해서 이 센터장은 "성교육의 특성상 선생님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과 대화를 끌어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개별적인 성향의 문제라 아이들과 공감대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 영화를 통해서 보편적으로 교육적인 메시지를 끌어낼 수 있었다면 당장 큰 성과를 거두지 않더라도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선민 기자 (yeats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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